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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에서 레포트를 썼던 적이 있었다.


너무너무 하기 싫어져버려서, 레포트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의 책장을 그냥 훑어보고 있었다.


"배스의 행로와 호수의 흐름"


라는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중 한 장의 사진이 접혀있었고, 오른쪽 구석의 여백에


"21시 ~ 5시 까지의 차량 수 : 4"


"주택가 없음"


라든지 여러 가지 쓰여 있었는데,


그 때는 '무슨 조사라도 한 걸까'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 책은 배스 낚시 포인트를 찾을 때에 사용할까 해서 대여하여 돌아갔다.



그 일이 있었던 며칠 후, 여대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는데, 그 사진의 장소였다.



당연히 깜짝놀랐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 책도 이미 반환했고, 뭐라 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전화가 걸려왔다.




"너도 죽여줄까?"




라고.



그 시절에는 도서 카드에 학번같은걸 쓰도록 되어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못봤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라고 대답하니 끊어졌다.



지금도 전화를 받으면 그 목소리가 들려올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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