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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09th] 미닫이 문의 안쪽

레무이 2017. 4. 7. 01:55

대학 시절의 친구의 이야기.



그는 대학에 합격 한 후 상경해서 자취를 하기 위하여, 근처에 좋은 방이 있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좋은 방은 어디라도 이미 계약이 된 상태여서, 대학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겨우 한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목조 아파트였는데 부엌이나 화장실 등 모든 것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었지만, 집세가 너무나 저렴했기 때문에 그는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실제로 살기 시작해보니 매우 조용하고 꽤 아늑한 방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밤 그의 방에 여친이 놀러 왔어요.


둘이서 술을 마시다가 그녀가 갑자기 "돌아 갈게."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을 나오자 그녀는



"이 방,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어."


그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동안 방안에 이상한 기색이 감돌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고, 술을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심하는게 좋겠어..."


라는 걱정스러운 그녀의 말에 그는 가볍게 대답했을 뿐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영감이 전혀 없는 그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전혀 신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너야말로 조심해서 돌아가."


그녀를 배웅하고 또다시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말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특히 아르바이트가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방에 돌아가면 엄청나게 나른한 감각에 휩싸인 것입니다.


또한 한밤 중 잠든 사이에 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수면 부족으로 식욕도 떨어지고 몹시 야위어 버렸습니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 등의 이유를 붙일 뿐이었습니다.




걱정한 그녀는


"역시 그 방에 원인이있을거야!"


그에게 이사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사할 돈도 없었고, 이제 와서 괜찮은 방도 찾을 수 없다면서 이사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2 주 정도 지난 어느 날 밤입니다.


늦은 밤, 방에 돌아와서는 그날따라 더욱 피로를 느낀 그는, 그대로 바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한밤 중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갑자기 깨어났지만, 몸은 가위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문득 머리 위 벽장의 미닫이 문에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닫혀있던 문이 즈즈즈··· 천천히 움직이면서 몇 센치 정도 열리더니, 다음 순간 스윽- 하얀 손이 그를 향해 뻗어왔습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도와줘···"라고 외치자 그 손은 스르륵 하고 틈새로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안심 한 것도 잠시, 이번에는 문 틈으로 하얀 여자의 얼굴이 나타나,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입니다.


그는 꼼짝도 못하고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해가뜨자 몸이 움직여지고, 여자의 모습도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는 그날 여친을 아파트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불러서 어젯밤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조금 떨어진 자리에 한 스님이 앉아 있었는데, 계속해서 그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후 그 스님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그를 향해,


"너, 그런걸 어디서 주워 온게냐!"


라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그는 놀라면서도 묻자, 그의 등뒤에 강한 념이 씌어있어 이대로라면 큰일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자신을 곧장 그 방으로 안내하라고 말했다고합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스님은 즉시 벽장 앞에 멈춰 서서 잠시 동안 그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벽장의 미닫이 문을 분리해서 그 한 장을 뒤집어 두사람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그 순간 그는 기겁했다고합니다.




무려 문의 뒷면 전체에 화려한 기녀(오이란)의 그림이 그려져있었습니다.


춤을 흩날리고있는 그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고, 기분 탓인지 그 남자 쪽을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스님의 말로는,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이 그림은 매우 강한 원념이 담겨 있어서, 당신의 생기를 빨아 점차 실체화되고 있었고, 조금만 더 빼앗겼다면 정말로 죽을 뻔했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문의 기녀 그림 주위에 결계를 치고는, "바로 집주인에게 양해를 얻고, 내일 내가 있는 절로 이 문에 그려진 그림을 가져와라."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다음 날 그녀와 함께 절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문의 그림은 호마 의식으로 태워 불로써 공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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