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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10th] 대나무 숲

레무이 2017. 4. 7. 01:58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다.



내가 자란 마을에 예전에는 숲이 있었다.


다만, 그 숲은 조금 특이했는데, 숲속에 들어가 어느정도까지 가면 어느 부분을 경계로 갑자기 대나무 숲으로 바뀌는 부분이 있었다.


그 대나무 숲 앞에 철조망으로 울타리가 있어서,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숲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숲의 반대쪽은 강의 휘어진 모양에 맞추어진 모양이었고, 그 건너편 강변에서 보면 대나무 숲의 "뒷"부분을 볼 수 있었다.


강과 대숲의 사이는 인공적인 콘크리트 벽으로 굳혀있었고, 꽤 높이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나무 숲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역시 숲에 들어가 철조망을 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는 당시 초등학생 친구들끼리 비밀 기지를 만들고, 강을 따라 탐험을 나가거나 하면서 노는 아이였다.


한번은 그 대나무 숲에는 무엇이 있는지가 화제가 되었다.


결국 초등학생 남자가 생각하는 정도이기에, "10억원이 묻혀있다."라든지 "야한 책이 잔뜩 있다."는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두근두근하면서 상상을 부풀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대나무 숲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철조망 건너편은 위험 하니까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었다.... 라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켜왔지만, 초등학생이라도 고학년이 되면 호기심이 더 강해진다.


우리는 결국 그 대나무 숲을 확인하기로했다.



다음 일요일. 같은 학급의 어울리는 친구들이 모였다.


5명의 초등학생은 처음으로 맛보는 긴장감으로 차분할 수 없었다.


숲의 입구에 선 우리는 누가 제일 앞에서 걸을 것인지에 대하여 옥신각신 했다.


결국 가위 바위 보에 진 내가 선두를 걷는 처지가 되었다.



숲은 여러 번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유였다.


낙엽이나 나뭇 가지가 혼합 된 흙을 딛는 모두의 발소리가 따라왔다.



"우왓!"



맨 뒤에 있던 겁쟁이 T군이 갑자기 외쳤다!



"뭐야!?"


"어, 어째서!?"


모두들 움찔했다.



아무래도 벌레가 목에 달라붙은 모양이다.



"쫄지말라고!"



T 군은 야유의 폭풍을 받았다.



탐험하고있자, 철조망이 다가왔다.


대나무 숲은 몹시 어두웠다.


한낯안데도 높게 뻗은 대나무가 완전히 태양을 가로막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대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뛰쳐들어왔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사락 사락···'



"어쩐지, 무서워···"



내 뒤에 있던 M 군이 말했다.



"야 그게 뭐냐!"



"쫄았냐?"



모두 허세를 부릴 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는 것이 되었고, 울타리가 망가진 부분을 찾아, 철조망을 발로 벌렸다.


먼저 내가 철조망을 통과했다.


모두 조심 조심 통과했다.



"이쪽"으로 오니 더 어둡게 느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춥다고 느꼈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뭔가 있으면 달려서 도망"이라는 규칙을 정하고, 우리는 안쪽으로 나아가 보도록 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섬뜩할 줄은 몰랐다.


눈앞에 펼쳐지는 대나무 숲 청록색 일색.


굵은 것이나 가는 것. 아주 키가 큰 것이나 도중에 부러진 것. 때때로 발밑의 흙에서 죽순이 얼굴을 내민다.



"뭔가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아···"


T 군이 말했다.



확실히 이상한 표현 일지 모르지만, 사락사락 하염없이 들려오는 대나무 소리는 조용하다.


잠시 나아가자, 대나무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부분을 발견했다.



"저기! 뭔가 있을 것 같은데!"



A 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두가 그 빛쪽을 향했다.



거기는 청록색의 대나무 사이로 노란 빛이 새어들어와 매우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어째서 노란 빛이 새어들어오는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대나무의 틈새를 빠져 나오면 반경 5m 정도의 넓이의 공간이 있었고, 자세히 보자 그 부분만 대나무가 전부 시들어 노랗게 되어 있었다.


이 시든 대나무에 햇빛이 반사되어 노랗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장"에는 거대한 개미 지옥같은 절구 모양의 구멍 두개와 상당히 오래된 폐차가 한대 놓여 있었다.



"뭐야 이거?"



모두 그 광경을 잠시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M 군이 "야, 이 구멍 재미있네?"


라며 절구모양의 구멍에 뛰어서 다가갔다.


모두가 뒤를 따라서 안쪽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들 초등학생의 키정도 깊이의 구멍이 있을 뿐이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M 군은 구멍의 경사면을 빙빙 돌며 구멍의 바닥까지 달려 갔다.


모두가 각각 떠들기 시작했고, 폐차를 걷어차거나 구멍에서 장난을 치기도 하다가,



그것은 갑자기 일어났다.




"뭐하는거야! 이자식들!"




갑작스런 어른의 고함소리에 초등학생들은 쏜살같이 달려서 도망쳤다.


나는 도망 직전 분명히 보았다.



"광장"의 반대편에 팔짱을 끼고 서있던 그 남자는 무서운 형상으로 노려보며, 마치 완고한 아버지가 주변의 나쁜 녀석들을 쫓아내는 듯한 태도였다.


왠지 고함친 남자의 얼굴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된 갈색 옷을 입고 있는 것은 확실히 눈에 새겨졌다.



모두 필사적으로 도망 쳤다. 도중에 울음을 터뜨린 T 군에 이끌려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어쨌든 그 장소를 떠나고 싶었다.



어떻게 든 숲의 입구까지 겨우 더듬어 나왔을 때에는 모두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금방이라도 호흡 곤란이 올 모양새였다.



그런 가운데,


나는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의 사건 사이에 두려움이 스며오는 것을 몇개인가 기억해버렸기 때문이다.




남자가 고함치기 직전, 폐차 트렁크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 것은 트렁크 속에 온통 빽빽하게 부적이 붙어 있던 것.



남자를 봤을 때, 뒤쪽에 희미하게 버려진 집 같은 것이 있었던 것. 하지만 완전히 허물어져있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희미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어야 할 남자의 얼굴을 어째서인지 분명히 기억한다.





남자의 눈은 하나 밖에 없었다. 얼굴의 중앙에 하나.






그 때의 일을 왜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후회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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