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th] 무엇인가에 "씌이다"

나는 귀신같은 건 본 적도 없고 본 적이 없으니 믿지 않았는데,

이 사건을 겪은 이후에는 "씌인다"라는 것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한밤중에, 게다가 어두운 방안에서 생긴 일이었으니까, 잠에 취해 있었을지도 모르고, 뭔가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모바일이라서 올리다 잘릴지도 모르지만 써 본다.

다음날이 휴일이었기 때문에 방에서 한밤중까지 DVD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였기 때문에 아내는 먼저 침실에서 자고 있었다.

두 편을 보고나자 상당히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침실에 가서 아내의 옆에 깔려있던 이불로 들어가 눈을 감았는데,

영화의 흥분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30분 정도 지나자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옆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때는 그르릉-그르릉 하며 시끄러운 아내가 오늘따라 왠지 묘하게 조용했다.

아내 쪽으로 돌아누워서 실눈을 뜨고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타이밍으로 양 어깨를 꽉 하고 잡아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눈을 뜨니, 내 양 어깨를 잡은 그대로 아내가 강렬하게 몸을 뒤로 휘었다. 샤치호코*처럼.

(* 샤치호코 (일본어: 鯱, しゃちほこ）란, 몸은 물고기이고, 머리는 호랑이, 꼬리는 항상 하늘을 향하고 있고, 배와 등에는 날카로운 돌기가 나와 있는 상상 속의 동물)

상당히 강렬하게 몸을 휜 탓인지, 머리가 젖혀져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이런 잠에 취해도 어느 정도 껏이지···이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부웅, 콰작.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덮쳐오는 격렬한 통증과 눈앞에 펼쳐지는 불꽃으로 미루어보아,

아내가 자신의 머리를 나를 향해 풀 스윙으로 부딪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간 눈을 뜰 수 없었지만 통증을 참아가며 아내 쪽을 바라보자,

무려 아까보다 몸을 더욱 휘고 있었고, 뒷걸음질 치는 나의 양 어깨를 또다시 힘껏 잡아왔다.

내가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저쪽도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전혀 망설임없이 내 양 어깨를 찾아냈다.

"자, 이제···"

부웅, 푸콰악.

두 번째는 정말로 짠했다. 의식이 멀어졌다. 더 이상 당하면 죽는다. 아내도 죽는다.

여전히 몸을 젖히려는 기세를 내려는 아내의 턱을 아래쪽에서 잡고는,

"그만둬어어어어!"

라고 거침없이 밀어 붙였다.

'꽝'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내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뒤의 기둥에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

아픈 머리를 누르면서 전등을 켜도 아내 쪽을 보자, 흰자가 보이는 눈을 부릅뜨고는 입을 덥석덥석 움직이면서 경련하고 있었다.

입의 움직임은 무언가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어이, 괜찮은거야!!"

아내를 흔들며 서둘러 119번.

구급차가 올 때까지 10분 정도 걸렸지만, 그 무렵에는 아내의 태도도 상당히 얌전했다.

부부의 아내쪽의 머리의 앞면과 뒷면에 타박상 흔적.

일단은 가정폭력을 의심했지만, 나에게도 커다란 혹이 남아있다.

아내의 "사귀고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라는 발언도 있었기 때문에,

부부동반으로 잠에 취해 있던 것으로 되었다.

꽤 강하게 머리를 부딪혔지만,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뇌 등에 이상은 없었다.

물론 아내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나서 당분간은 아내 옆에서 자는 것이 무서웠지만, 그런 사건은 결국 그것 한번 뿐 더이상 없었고,

아내가 "분명히 잠결에 그랬던걸거예요- 미안해요-"라고 사과했기 떄문에 더 이상 피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도

"고개를 젖혔던 때는 어떤 얼굴이었던 것일까."

라거나,

"전등을 켰을 때, 뭐라고 말한 거지"

같은 것을 떠올려 버리면,

이불 속에서 조금 아내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