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강령실험

레무이 2017. 1. 15. 15:59

대학 일년째 황금휴가 무렵부터 나는 어떤 인터넷 포럼에 자주 참석하고 있었다.

그 지역의 오컬트광들이 모이는 곳으로, 심야에도 항상 사람이 있어서 꽤 활기에 차 있었다.

장마도 반쯤 지나갔을 무렵, 그곳에서 ‘강령실험’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럼의 단골들은 몇 번인가 이미 해서, 오프라인에서도 교류가 있는 듯했다.

오컬트에 한참 빠져 있던 나는 어떻게 해서든 참가하고 싶어서

“넣어줘요 넣어줘. 언제라도 OK. 무지 한가함” 하고 마구 어필해서 OK를 받았다.

중심격인 koko씨라는 여성이, 스스로 말하길 영매체질이라고 하고,

그녀가 사람들을 모아 강령 오프라인 모임을 종종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자는 정해졌는데, 시간이 되는 사람이 적어서

koko 미캇치 쿄스케 나

가 최종멤버가 되었다.

사람수는 적었지만 3명 다 단골이었기 때문에, “이걸로 괜찮죠?”

물론 이의는 없었지만, 나는 신참인 주제에 어떤 사람을 데리고 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고 있었다.

그것은 동아리 선배이자 내 오컬트길의 스승인 사람으로, 영매체질은 없었지만 이른바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대단함에 심취하고 있었던 나는 오프라인 멤버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승은 가자고 꼬셔도 완고히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는다.

귀찮아. 바보같아. 애보기를 내가 왜 해.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자세한 설명을 하는데, koko씨의 이름을 들은 순간 스승의 태도가 변했다.


“가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데요, 하고 놀라자 “무서운 일 당할 거다”

말하는 투로 봐서 아는 사람 같았지만, 이쪽은 무서운 일을 당하고 싶어서 참가하려는 것이다.

“뭐, 어쨌든 나는 안 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가고 싶으면 가든가”

스승은 그 이상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스승의 보장이 붙어 오프가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당일 시내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거기서 저녁을 먹으면서 오컬트 화제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이쯤 됐다 싶은 시간에 장소로 정해놓은 koko씨의 맨션에 이동하는 순서였다.

koko씨는 미인이었지만, 말하는 게 억양이 없어서 어쩐지 기분 나쁜 인상을 주었다.

미캇치씨는 수다스러운 여성으로, koko씨는 거기에 가끔씩 맞장구를 친다는 느낌이었다.

놀랍게도 두명 다 내가 다니는 대학 선배였다.

“쿄스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나중에 직접 우리집에 오기로 했어”라고 koko씨가 말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남자친군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밤 11시쯤 미캇치씨의 차로 세명이서 맨션을 향했다.


쿄스케씨로부터 더 늦어진다는 연락이 와서,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koko씨는 맨션의 방 하나를 완전히 봉해서, 빛이 일절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분신사바는 많이 해봤지만, 이런 본격적인 것은 처음이다.

교령실험이라고도 하는데, 강령실험이라는 것은 영을 사람의 몸에 부르는 것이다.

깜깜한 방안에 들어가자, 훅 하고 촛불에 불이 켜졌다.

“그럼 시작합니다”

koko씨의 표정으로부터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늘은 처음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설명해 두겠습니다만,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결코 소란을 부리지 말고, 마음을 평정하게 가져 주세요.

마음이 흐트러지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koko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미캇치씨도 입을 다물고 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고, 분신사바할 때처럼

“창문은 안 열어도 되는 건가요?” 하고 말해보았다.

koko씨는 가면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는 속삭였다.

“창은 영체에게는 결계가 아닙니다. 통과하는 것을 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행하는 일은 제 몸을 우리로 하는 것. 잘 가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거기서 입을 닫았다. 한방 얻어맞은 셈이었다.

달아나고 싶을 정도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강령실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하라는 대로 눈을 감았다.

촛불의 불이 빨갛게 어렴풋이 눈꺼풀에 비친다.

어디에선지 koko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당신의 방입니다. 낯익은 천장. 창밖의 풍경.

...자아 일어나 주세요.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세요.

...그러자 시야가 높아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방 밖에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거 아닐까.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자기 집을 돌아다니게 하는.

그리고 그 도중에 만약...이라는 식의 심리 테스트다.

시작하기 직전에 koko씨가 한 말이 뇌리를 스쳤다.

“보통은 영매의 몸에 들어온 후, 나머지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제 방식으로는, 당신들이 직접 만나게 됩니다.“


나는 사태를 이해했다. 공포심은 최고조였지만,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다.

진정해라 심장아. 진정해라 심장아.

나는 이미지 안에 몰두해갔다.


크.

하는 이상한 목소리가 나고 koko씨가 몸을 떠는 기척이 있었다.

“손을 잡아주세요. 원 모양으로”

눈을 감은 채로 더듬어 우리들은 손을 잡았다.

훅 하는 소리와 함께 촛불 불이 비쳤던 것이 눈꺼풀에서 사라지고, 완전한 암흑이 내려왔다.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방을 나갑니다. 복도일까요. 부엌일까요.

평소와 다름없는, 낯익은 광경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둘러본 후,

다음 문을 찾습니다...“

나는 이미지 속에서 하숙집이 아닌, 고향 집의 내 방에 있었다.

모든 것을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다.

복도를 나아가, 부모님의 침실을 열었다.

창문에서 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다. 다다미에 반사되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뜬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끼익끼익 삐걱이는 소리. 손잡이의 감촉.

바로 왼쪽에 미닫이문이 있다. 응접실이다. 언제나 덧문을 내려놓고 있어서, 낮에도 어둡다.

나는 어린 시절 여기가 싫었었다.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걸으면서 찾습니다.

...평소와 다른 곳은 없는가.

...평소와 다른 곳은 없는가“

평소와 다른 곳은 없는가. 나는 응접실의 불을 켰다.

한가운데 다다미 위에 잘린 손목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인간의 오른손 손목. 잘린 단면으로부터 피가 떨어져 다다미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 방에 있으면 안된다.

나는 발걸음을 돌려 방을 뛰쳐나왔다.

복도를 단숨에 가로질러 1층의 거실에 뛰어들었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 발목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뒷걸음질친다.

위험하다. 실패다. 이 귀신은, 위험하다.

이제 한계다. 나는 눈을 뜨려고 했다.

떠지지 않았다. 나는 소리질렀다.

“나가게 해줘!”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무도 없는 거실에 울릴 뿐이었다.

나는 달렸다. 부엌 쪽 입구에 내 신발이 있었다.

신을 여유도 없이, 문을 비튼다. 하지만 밀어도 당겨도 열리지 않는다.

“나가게 해줘!”

문을 양손으로 심하게 두드렸다.

어디에서인지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나는 현관 쪽으로 달렸다. 도중에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다.

아프다.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걸려 넘어진 것을 잘 보면, 양 손발이 없는 인간의 몸뚱아리였다.


현관문의 우편함이 탁 열렸다.

뭔가가 틈새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죽는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때 차임벨이 울렸다.



핑퐁핑퐁핑퐁핑퐁

이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하고 있어?”

정신이 들면 나는 눈을 뜨고 있었다.

암흑이다. 하지만, 틀림없이 여기는 koko씨의 맨션이다.

“어어이. 여기냐”

방의 문이 열리고, 형광등의 눈부신 빛이 비쳐들어왔다.

koko씨와 미캇치씨의 얼굴도 보였다.

“이런 방해했나? 미안, 미안”

살았다. 안도감으로 손이 떨렸다.

빛을 등 뒤로 받으며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여신처럼 보였다.

그때 koko씨가 방해했어 하고 작게 중얼거린 것이 들렸다.

나는 당황해서 koko씨와 잡은 손을 뺐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후일, 스승의 집에서 사건의 전말을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무서운 이야기를 스승은 쿡쿡 웃는 것이다.

“너 정말 제대로 걸렸구나”

“뭐가 말예요” 나는 뾰로통해졌다.

“그건 최면술이야”

“네?”

“그 심리 게임은 원래 그런 식으로 계속 말을 걸어서 이미지를 유도하지는 않아.

평소와 다른 곳은 없는가, 라든지“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승은 단언하는 것이다.

“내막을 밝히자면, 내가 부탁한 거야. 너 요즘 우쭐해 하고 있어서 말이지.

겁 좀 주라고 말야“

“역시 아는 사람이었군요”

나는 진절머리가 나서 축 쳐졌다.

“하지만 닉네임 ‘쿄스케’가 여성일 줄은 몰랐어요. 나는 완전히 koko씨 남자친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중얼거리자 스승은 웃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렇지. koko는 내 여자친구니까”


다음날 동아리방에 들리자, 스승과 koko씨가 있었다.

“지난번은 미안했어. 너무 심했지”

머리를 숙이는 koko씨 옆에서 스승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이녀석 유령부원이니까. 같은 동아리여도 초대면일 수밖에 없지”

koko씨는 낮의 햇빛 아래에서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너도 영매라느니 시시한 말로 사람 속이지 마.

내가 최면술을 가르친 건 그런 걸 위해서가 아냐“

koko씨는 네네 하고 건방지게 대답하고는 나를 보았다.

“요시노 아루쿠 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 후배”

그 이후로 나는 이 사람이 불편해졌다.


그 후에 스승은 이런 말을 했다.

“하지만, 손목이라느니 몸뚱아리라느니 하는 걸 봤다는 건 이상한데.

평소와 다른 곳은 없는가, 하는 말을 듣고 넌 그걸 봤다는 건데.

네가 가지고 있는 유령의 이미지가 그거야?“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럼, 언젠가 보게 될지도 모르는 거군”

“무슨 소립니까”

“뭐, 차차 알게 되겠지”

스승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퍼온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시리즈 - 물고기남자  (0) 2017.01.15
스승시리즈 - 물소리  (0) 2017.01.15
스승시리즈 - 항아리  (0) 2017.01.15
스승시리즈 - 아루쿠씨歩くさん  (0) 2017.01.15
스승시리즈 - 기형  (0) 2017.0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