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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불렀어? 별 건 아니지만 얘기해볼까.
대학 1학년 여름 초, 당시 내 방은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런 열대야에 어느 날 전화가 걸려 왔다.
밤 1시쯤이어서, 누구야 이런 시간에! 하고 열 받아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수화기로부터 보글보글보글... 하는 물소리 같은 소리가 난다.
물속에서 억지로 말하고 있는 듯한 소리다.
혼선 같은 것 때문에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말하고 있는 걸로 치기에는 목소리 사이 간격이 너무 길다.
문자로 쓰기는 어렵지만, 굳이 표현해보자면,
보글보글...보글...쏴아...보글...쏴아...쏴아...보글...보글...
다른 때면 오싹했겠지만, 그 때는 더위가 짜증스러워서 머리에서 스팀이 나고 있었기 때문에
“시끄럽네. 누구냐 새꺄” 하고 말해버렸다.
그래도 전화에서는 계속, 보글보글 하고 물거품 같은 소리가 정기적으로 들려왔다.
나도 고집이 생겨서,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하고 되풀이했지만
10분이 지나도 전혀 끊을 기미가 안 보여서, 그만저만 바보같아져서 내 쪽에서 끊었다.
그때부터 3개월 정도가 지나서, 그 일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었을 때에 자동응답기에 그 보글보글보글 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녹음시간 가득히 보글...보글...쏴아...보글...
기분이 으스스했기 때문에 지워버릴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왠지 친구들 의견을 듣고 싶어서 남겨놓고 있었다.
그래서 사흘 정도 후에 동아리 선배가 놀러 온다고 하길래, 그 보글보글 소리 외의 녹음은 다 지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는 들어오자마자, “미안, 이 커피 마셔줘”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사오려고 했는데, 왜일까 ‘따스-한’ 쪽을 잘못해서 샀다고 한다. 아직 9월이라 한참 더울 때다.
하지만 예의 그 녹음을 들려주자, 선배는 뜨거운 커피를 부여잡고는 후-후- 불어가며 마시기 시작했다.
선배는 비정상적으로 영감이 강해서 내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덜덜 떨고 있다.
“한 번 더 돌릴까요?”
하고 내가 전화기에 가까이 가자 “하지 마!”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거, 물소리로 들리냐?”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렇게 물었다.
“에? 뭔가 들리나요?”
“생령이야. 제대로 들으면 수명 줄어든다”
“지금도 와 있어. 목이”
나는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나는 어떤 여성으로부터 스토킹에 가까운 짓을 당하고 있어서,
무시하고 있으면 수면제 먹고 죽어주겠어, 같은 소리를 듣곤 했었다.
“얼굴이 보이나요? 여자 아니에요?”
“맞아. 하지만 얼굴만이 아냐, 목도. 창에서 목이 길게 뻗어 있어”
나는 오싹 했다.
생령은 자고 있을 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목을 늘여서, 애증을 안고 있는 상대에게 찾아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 어떻게 좀 해주세요”
내가 울며 매달리자 선배는 도망가고 싶은 듯 안절부절 못하며
“어쨌든 저 전화는 와도 이제 절대로 듣지 마. 본인이 깨 있을 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밖에 없어”
거기까지 말하고 천정을 올려다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게다가 그냥 자는 게 아닌데. 이건... 잘못했다가는 이대로 죽겠어. 봐봐, 목이 찢어지기 직전이야”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만류했지만 선배는 돌아가 버려서, 나는 할 수 없이 스토커 여자 집에 갔다.
이후의 일은 오컬트가 아니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므로 생략하지만, 결국 나는 그 때부터 2년을 꽉 채워서 그 여자를 달고 살아야 했다.
솔직히 보글보글거리는 전화보다, 수면제 복용 자살미수를 실황중계 당했을 때의 전화가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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