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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년째 여름방학에, 아는 사람을 따라 시골에 갔다.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오컬트광 선배의 고향이다.
스승은 거기서 뭔가 으스스한 것을 찾고 있는 듯 했지만, 나는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묘하게 마음이 불편한 스승의 친척집에는 거의 있지 않고 매일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나흘째의 밤은 만월이었다.
신세 지고 있는 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난 나는, 바로 어딘가로 사라진 스승은 내버려두기로 하고,
그 불편한 집에서 나와 산책을 하러 갔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걷고 있었는데, 문득 지나가던 장소에서 희미한 위화감을 느껴 멈춰섰다.
좀 깊은 산중이라고는 하지만 달빛이 비추는, 어제도 그저께도 지나친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말라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반짝반짝 빛이 흔들리고 있다.
가까이 가 보면, 확실히 어제까지 말라 있었던 연못에 물이 솟아서, 아름다운 달이 수면에 떠올라 있었다.
비도 안 왔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묵고 있는 집에 돌아가보니 스승도 돌아와 있었다.
바로 방금 전의 일을 이야기하자, “그건 달이 솟아나는 연못이야” 랜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연못인 모양으로, 평상시는 말라 있지만 보름달밤이 되면 물이 샘솟아 넘친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신기한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는데, 스승이 시원스레 말했다.
“이 마을에서 300미터 정도 내려간 곳에 댐 호수가 있는데, 아마 그 탓일 거야.
그게 생기고 나서 물이 솟는 장소도 꽤 바뀌었다고 노인들도 그러고. 지하 수맥의 흐름이 변한 거야”
하지만 솟았다가 말랐다가 하는 건 이상하다. 게다가 보름달밤에만 물이 솟는다니 너무 딱 들어맞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조력이야” 라고 또 스승은 시원스레 말했다.
달의 인력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약간에 지나지 않지만, 액체로 된 바다 등은 그대로 그 영향을 받는다.
조류의 간만이 그 대표격으로, 그 힘을 조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보름달밤에는 그 힘이 최대가 되어,
대규모인 댐 호수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승은 말하는 것이다.
“호수에서 일어난 약간의 압력 변화 때문에 댐 호수에 흘러 들어오는 지하수에 가해지는 압력도 변화 되어
솟아나오는 물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과연”
걸리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으나, 나는 그 답변에 솔직하게 감탄했다.
“단지, 이 마을에서는 그 연못은 어디까지나 ‘달이 떠오르는 연못’이지, 그런 멋없는 구조에 의한 것이 아냐.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어. ”그 연못에 솟은 달을 마신 자에게는 영력이 깃든다“고.”
로맨틱한 이야기다.
하지만 영력, 이라는 말에 불길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아니나다를까, 스승은 말했다.
“자, 가볼까”
어둠 속을, 회중전등을 겨우 의지하여 우리는 걸었다.
연못은 그리 멀지 않다.
외부인 두명이 이런 시간에 몰래 나돌아다니는 것이 탄로나면 더욱 있기 불편해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연못에 도착해서 나는 안도했다.
어쩌면 환영과 같이 물이 사라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산의 경사면에 따라 차 있는 수면에 만월이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다.
스승은 연못가에 몸을 굽히고 앉아서, 눈을 빛내면서 그 아래의 달을 보고 있다.
나는 “조력이야” 라고 한 스승의 답변에 느낀 석연치않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과 과목은 잘 못했지만, 확실히 그런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조력이 최대가 되는 것은 만월 때만이었던가?
희미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달이 사라진 ‘신월’ 때에도 조력은 최대가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만월 때에만 솟아오른다고 하는 이 연못은 대체 무엇인가?
스승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승의 눈이, ‘조력’이라는 답을 부정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정체불명의 한기를 느꼈다.
찰박, 하는 소리를 내면서 스승이 연못물을 손으로 뜨고 있다.
마실 셈이다.
스승은 물을 뜬 손바닥 안에서 만월을 본 것일까.
일심불란하게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손을 물 속에 넣어서.
나는 꼼짝 않고 서서 그것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스승의 손은 멈추어 있고, 그 밑에 수면이 흔들리고 있다.
달이, 더 이상 떠올라 있지 않았다.
사라졌다.
나는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이 현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해보려고 하고 있었다.
‘조력이야’
같은 든든한 말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면 스승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가와,
“이제 달도 마셨으니까, 돌아가자” 고 말했다.
그 순간 이해했다.
주저앉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는 바보 같아져서 웃었다.
어느 새인가 하늘이 흐려져, 달이 숨어버린 것이다.
정말로 바보 같은 일이었다.
신월의 수수께끼만 잊는다면야.
다음날, 스승이 시원스레 가르쳐 주었다.
“그 댐은 말이야, 30일마다 시험 방류를 하거든”
그 주기와 만월의 주기가 우연히 겹친다는 것이다.
달이 찼다가 이지러지는 것이 한바퀴 돌 때까지의 기간을 삭망월이라고 하고,
평균을 내면 약 29.53일.
30일마다 있는 시험방류와는 1년에 6일 정도 어긋나야 하지만,
방류 예정일이 휴일이었던 경우 그 전날에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기가 삭망월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그래도 딱 만월일 때 그 연못이 솟는 건 드문 일이지만”
힘이 빠졌다. 지하수의 압력변화의 원인은 조력도 아니라, 단순한 댐의 방류였다.
즉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밤에 일어난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 때에는 이미 스승은 없었다.
몇 년 후 스승의 수수께끼의 실종이 있은 뒤에 그날 밤을 기억하고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하나가 있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날 밤, 나와 스승은 회중전등을 겨우 의지하여 연못으로 걸어갔다.
달이 솟아난다는 연못으로.
하늘은 언제부터 흐렸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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