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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자주 산책하러 갔던 공원에는 비둘기가 많았다.
포장된 길에 대체 뭐가 그렇게 떨어져 있는 것인지, 마구 땅바닥을 부리로 쪼며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도, 내가 자주 앉아서 멍하게 있었던 벤치 가까이에, 언제나 비둘기가 몰려 있는 구석이 있었다.
비둘기 무리가 계속 땅바닥을 부리로 쪼고는, 무언가를 주어먹는다.
(이 벤치에 앉아서 도시락 찌꺼기라도 던져 주는 사람이 있나보지)
하고 생각했었다.
2학년 봄.
동아리의 신입생 환영회를 겸해서, 그 공원의 잔디밭에 둘러앉아 꽃구경을 했다.
아름다운 벚꽃이 피어 있었다.
별로 이상한 동아리는 아니었지만, 한명, 오컬트의 신 같은 선배가 있어서,
나는 스승이라고 부르며 따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고 있었다.
그 선배가 드물게도 매우 취해서, 뻗어 있었다.
누군가가 맥주를 한손에 들고
“벚꽃나무 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고 처음 말한 건 누구였을까”
하고 말했다.
그러자 스승이 비척, 일어나서는,
“벚꽃나무 밑에 묻힌 행복한 녀석들만 있다고는 할 수 없지”
하고, 잘 돌아가지 않는 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곧 다른 선배들이 스승을 잡아 눌렀다.
폭주하게 내버려두면, 신입생이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유감스러웠다.
“좀 바람 쐬이고 올게요”
말하고, 언제나 앉곤 하는 벤치까지 데려가서 눕혔다.
잠깐 있다가, 물을 가져가서 옆에 앉았다.
“아까는 무슨 말 하려고 했던 거예요?”
스승은 거친 숨을 토하면서,
“거기, 비둘기가 있잖아”
하고 손가락질했다.
문득 보면, 이미 해가 져서 어두운 공원 안을 비둘기 같은 그림자가 꿈지럭대고 있었다.
일제히 비둘기들은 고개를 들어, 수많은 작은 두개의 빛이 이쪽을 보았다.
“너에게 중요한 걸 가르쳐 주지”
취해 있는 탓인지, 스승이 평소와 다른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무의식중에 방어 태세를 취했다.
“아니, 전에도 말한 적이 있었나... 인간이 죽으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해?”
“네? 저세상 얘긴가요?”
스승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데도 못 가. 없어지거나, 거기에 있거나 둘 중 하나지”
잘 모르겠다.
스승은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것이 많지만, 이런 철학적이랄까, 종교적인 말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거야”
인간이 생각하는 유령이라든지, 그런 종류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깨닫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저기서 비둘기들이 먹고 있는 녀석도, 없어질 때까지 존재하고, 그걸로 끝이야”
뭐?
눈을 비볐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약한 녀석이야. 이제 거의 사라졌어. 비둘기는 자기가 뭘 먹고 있는지 모르지만,
먹히고 있는 쪽은 ‘먹히면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없어지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새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의 영혼을 볼 수 있다구, 하고 스승은 중얼거렸다.
언제나 비둘기가 모여 있는 곳에서, 옛날에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 것일까.
“아주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인데 말이지”
비둘기에게 먹히기보다는 벚꽃에 먹히는 편이 낫다.
술 냄새 나는 한숨을 뱉으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스승은 입을 다물었다.
잔디밭 저쪽에서는 야단법석이 이어지고 있다.
“스승님은 자기가 죽었을 때의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언제나 묻고 싶었지만 왠지 물을 수 없었던 말을 해보았다.
“똑같지 뭐. 터무니없는 악령이 되어서, 없어질 때까지 존재하고는, 그리고 끝”
단계가 하나 더 있었지만, 나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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