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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여름방학.
오컬트 매니아인 선배에게
“재미있는 게 있으니까, 보러 와”
라는 말을 들었다.
스승으로 받드는 인물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갈 수밖에 없다.
어슬렁 어슬렁 선배네 집으로 향했다.
스승이 사는 집은 낡아빠진 아파트의 1층으로,
변함없이 열쇠를 잠그지 않은 문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다다미 위에 앉아서 뭔가를 만지작대고 있다.
화장지 정도 크기의 원통형.
금속제 상자로 보인다. 표면에 녹이 슬어 있다.
“그 상자가 재미있는 거예요?”
하고 묻자,
“열면 죽는대”
이 사람은 한 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여실 거예요?”
“열고 싶어. 하지만 안 열려”
보니까 상자에는 온통 작은 버튼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있고,
원통의 위에는 열쇠구멍 같은 것도 있다.
“버튼을 맞는 순서로 눌러야 한대”
스승은 그렇게 말하고 열심히 상자와 격투하고 있었다.
“열면 왜 죽는 건데요”
“글쎄”
“어디서 구했는데요”
“xx시 골동품점”
“열고 싶은 거예요?”
“열고 싶어. 그런데 안 열려”
죽는 거 보고 싶다.
나는 퍼즐 같은 걸 좋아해서, 해보고는 싶었지만 참았다.
“버튼은 50개야. 몇 개를 연속해서 맞는 순서로 눌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꽤 정답에 가까워진 것 같아”
“그 열쇠구멍은 뭔데요”
“그게 문제야”
스승은 한숨을 쉬었다.
잠금 장치가 2중이어서, 최종적으로는 열쇠가 있어야 열린다고 한다.
“없어요?”
“아니. 세트로 구했어”
하지만 떨어뜨렸어.
하고 슬픈 듯이 말한다.
“어디에”
하고 묻자
“방에”
찾으면 되잖아요. 이런 비좁은 방.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주워버렸거든”
“네에?”
무슨 말인지.
“그러니까, 주머니에 넣었던 걸 방 안 어딘가에 떨어뜨렸는데. 뭐 내일 찾으면 되겠지, 하고 자버렸거든.
그 날 밤에 꿈속에서 현관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해서, 주워버렸어”
바본가 이 사람은.
“그래서 깨서, 예지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현관 쪽을 찾아봤는데, 없는 거야.
어라? 싶어서 방 전체를 뒤져봤지만 안 나와.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 날 밤, 꿈을 꿨더니 나오더라.
주머니 속에서.”
조금 오싹했다.
뭔가 이야기의 방향이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일어나서 주머니 속을 뒤져도, 당연히 열쇠 같은 건 없어.
그래서 생각했지. ‘꿈 속에서 줍는 게 아니었어’”
역시 무섭다고 이 사람.
“그 뒤로, 그 열쇠가 꿈속에서 나와주질 않아. 계속 꿈속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거야.
꿈속에서, 열쇠를 책상 서랍에다 넣어놨다가 일어나서 서랍을 열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곤란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떨어뜨린 열쇠를 꿈속에서 주워버렸기 때문에 현실에서 열쇠가 소멸해서
꿈속에서밖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꿈에서 현실로 열쇠를 돌려놓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정신 나간 이야기지만, 스승이 이야기하면 그럴 듯하게 들리니까 무섭다.
“아! 또 실패했다”
말하고 스승은 상자를 바닥에 놓았다.
잘 되어가고 있던 소리가 처음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버튼 퍼즐을 풀어도 열쇠가 없으면 못 열잖아요”
하고 지적하자, 스승은 불길하게 웃었다.
“그렇지도 않은 게, 일부러 널 오늘 부른 건 열 생각이기 때문이야”
어쩐지 한기가 들어서,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뭘 어떻게 해도 열쇠가 꿈속에서 안 나온다면,
꿈속에서 이거, 열어버리면 되잖아”
뭐?
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이사람.
“그러니까, 이제는 퍼즐만 풀면 열리는 거지”
잠깐, 잠깐만.
창백해지는 나를 두고, 스승은 청바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열쇠가 있으면”
그 손에는 녹슨 회색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그 순간, 단단한 금속이 깨지는 듯한 굉장한 소리가 났다.
바닥이 무너지고, 시야가 캄캄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어깨를 흔들어, 시야에 빛이 돌아왔다.
스승이었다.
“농담이야, 농담”
나는 아직 머리가 멍해 있었다.
스승의 손에는 아직 열쇠가 쥐어져 있다.
“방금 그걸로 기절하다니...”
하고 날 일으켜 앉히고는,
“대단해”
하고 말했다.
쓸데없이 기뻐 보인다.
“방금 열쇠의 의미를 한순간에 알아차리다니 대단해.
더 암시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었다면, 내 눈 앞에서 소멸해줬을지도 몰라”
...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열쇠를 꿈에서 주웠다 운운은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그 날은 날 놀렸을 뿐, 결국 스승은 상자의 퍼즐을 풀지 못했다.
그 상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후에 대해서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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