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옆에서 그런 사람이 숨 쉬고 있는 것을 우리는 대개 모르는 채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계기로 그런 사람과 만나게 되면, 언제나의 일상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변모한다.
내게 있어, 그 일상의 옆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두 명 있었다. 단지 그뿐이었던 것이겠지.
대학 1학년 즈음, 지역 인터넷 게시판의 오컬트 포럼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은 속히 말하는 오컬트 매니아로,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였다면 순순히 감탄했었겠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스승으로 받들 만한 강렬한 인물과 만나버렸기 때문에, 만족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강령실험 등을 즐겨 하는 흑마술 계통의 괴짜들과 섞여서 노는 사이에, 한명 흥미로운 인물과 만날 수 있었다.
‘쿄스케’라는 닉네임의 여성으로, 나이는 나보다 두세살 위였을 것이다.
음습한 이미지가 있는 흑마술계 그룹에 속한 데 비해서는 느낌이 산뜻한 사람으로, 키가 크고 몹시 남자다웠다.
그 때문인지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쿄스케, 쿄스케, 하고 불렸고, 본인도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꿈 이야기가 나왔다. 예지몽이나, 비슷한 이야기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는데,
쿄스케씨는 혼자 말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러세요, 하고 묻자 한마디
“나는 꿈을 안 꿔”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이상 묻지 않았지만, 그 한마디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방학이 되어, 나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심령 스포트 순례 등,
오컬트 삼매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뜨자 낯선 방에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누워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옷에서 술 냄새가 난다. 취해서 자버렸던 듯하다.
회전이 느린 머리로 어제 일을 기억해내려고, 주위를 둘러본다.
두꺼운 커텐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들어 오는데, 그 안에서 일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이 있었다.
수조인 듯한 윤곽 안에, 짙은 쥐색의 비늘이 번뜩이고, 그리고는 어둠 안으로 사라져갔다.
어쩐지 에로틱한 느낌이어서 묘한 흥분을 느꼈지만, 바로 졸음이 덮쳐왔기 때문에 그대로 쓰러져 자버렸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커텐으로부터 아침 햇살이 새어들어 오고 있었다.
“일어나”
눈앞에 쿄스케씨의 얼굴이 있어서, 무심결에 “에엑!?” 하고 멍청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렇게 불만이냐”
쿄스케씨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 이야기해주었다.
어제 오프라인 술자리가 끝난 뒤에 완전히 취해 나가떨어진 나를 어떻게 할까, 남은 여성진이 협의한 결과로,
근처에 사는 쿄스케씨가 자기 맨션까지 끌고 와줬다는 것이다.
죄송스러워서, 도중부터 정좌를 하고 들었다.
뭐 신경 쓰지 마, 하고 말하고, 쿄스케씨는 커피를 타 주었다.
그 때, 방구석에 어젯밤에 본 수조가 있는 것을 눈치 챘는데, 신기하게도 안에는 물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밤에는 물고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쿄스케씨는 눈을 크게 떴다.
“보였어?”
하고, 몸을 앞으로 내민다.
끄덕이자, “그렇단 말이지” 하고는 쿄스케씨는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쿄스케씨가 여고에 다닐 무렵, 학교에서 흑마술 비슷한 게임이 유행했다고 한다.
메인은 점술이었지만, 일부 그룹이 그것을 에스컬레이트시켜, 부상자까지 냈다고 한다.
쿄스케씨는 그 그룹의 리더와 친했기 때문에, 몇번인가 비밀 집회에 참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리더가 진지한 얼굴로 “악마를 부르려고 해”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름 없는 악마는, 자신을 불러낸 인간의 ‘무엇인가’를 먹는 대신에 재앙을 불러온다고 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요?”
무심결에 끼어들었다. 보통은 그렇지 않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었어” 하고 쿄스케씨는 말한다.
쿄스케씨를 소환자로 하여, 그 의식은 거행되었다.
의식이 한창일 때 쿄스케씨와 리더를 제외하고 전원이 간질증상을 일으켜,
그 흑마술 동아리는 이후로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나왔나요. 악마는”
쿄스케씨의 눈이 일순 헤매다가,
“그건, 대체 뭘까” 하고 말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도, 악마니 뭐니 하기 시작하자 조금 깬다 싶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임을 오컬트 삼매의 나날 속에서 배웠기 때문에, 웃어넘기지는 않았다.
“꿈을 먹는 거군요, 그녀석은”
그 마음에 걸렸던 한마디의, 의미와 연결되었다.
그러나 쿄스케씨는 고개를 저었다.
“악몽을 먹어”
그 말을 듣자, 등골을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기분 나쁨이 덮쳐왔다.
쿄스케씨는 분명히 “나는 꿈을 안 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악마는 악몽밖에는 먹지 않는다...
그 의미를 생각하고는, 오싹함을 느꼈다.
쿄스케씨는, 잠이 들면 완전히 의식이 단절된 채로 다음날 아침을 맞는다고 한다.
언제나 눈을 뜨면, 어딘가 몸의 일부를 잃은 듯한 기분이 된다고...
“그 수조에 있던 물고기는 뭔가요”
“모르겠어. 나는 본 적이 없으니까. 아마, 내 악몽을 먹는 거든가, 아니면...”
내 악몽 그 자체겠지.
그렇게 말하고 웃는 것이었다.
쿄스케씨가 잘 때밖에 나타나지 않고, 게다가 그것이 보인 인간은 지금까지 두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 수조가 있는 이 방에서밖에 나는 안 자”
어떤 때라도 방에 돌아와서 잔다고 한다.
여행이라든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자야할 때도 있잖아요? 하고 묻자
“그럴 때는 안 자지”
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확실히, 술자리에서도 취해 곯아떨어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악몽을 꾸는 게 무서운 건가요, 하고 물으려고 했다가 그만두었다.
아마도, 악몽을 먹는다고 하는 악마가 불러온 재앙이야말로 그 악몽일 테니까.
나는 그 이야기를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다.
쿄스케씨가 멋대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웃는 부분도 있다.
단지 어젯밤의, 암흑 속에서 번뜩였던 비늘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내 눈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강한 눈빛이,
내 일상의 그 옆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물고기도 꿈을 꿀까”
갑자기 쿄스케씨는 중얼거렸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퍼온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시리즈 - 피 (전편) (0) | 2017.01.15 |
---|---|
스승시리즈 - 장기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마작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꿈의 열쇠를 찾아서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발소리 (0) | 2017.01.15 |
- Total
- Today
- Yesterday
- 무서운이야기
- 할머니
- 2ch 괴담
- 스승시리즈
- 어린이 괴담
- 교통사고
- 자살
- 심령 스팟
- 무서운 이야기
- 아르바이트
- 2ch
- 초등학교
- 공포 괴담
- 심령스팟
- 실종
- 영능력자
- 행방불명
- 일본 괴담
- 저주
- 괴담
- 체험담
- 여동생
- 번역
- 초등학생
- 번역 괴담
- 사람이 무섭다
- 장례식
- 일본
- 공포
- 담력시험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