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nd] 장례식장의 이변

지난달 나의 아버지가 자살로 돌아가셨다. 이유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조차 알지 못했던 거액의 빚.

다만, 우리 집은 빚을 져야 할 정도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거액의 채무를 어째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지게 되었는지는 모든 것이 불명.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아버지가 누군가에 이용되어 거액의 빚을 짊어지고 말았다는 것.

그 인물에게 협박을 당했는지, 걷잡을 수 없게 되어 자살을 선택했는지, 보험금으로 빚을 갚으려고 자살했는지···

전혀 모르는 일 투성이다.

유서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의 인생은 갑자기 끝나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모든 진실을 안고 죽음을···

나의 어머니는 6년 전에 병사하셨다. 그래서 내 유일한 가족은 언니와 아버지쪽의 조부모 뿐.

조부모는 심한 충격으로, 지금까지는 전혀 없었던 치매 증상이 나타났고, 언니는 계속해서 울었으며, 나도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부터 쭉 인형처럼 망연자실했다.

"아빠··· 어째서···"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것을 가족이나 친척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마음만이라도 밝게 행동했는데,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라면 이렇게 나직이 중얼 거렸다.

화장하기 전부터 아버지의 주위에는 많은 꽃과 고인에게 바치는 선물이 올라와 있었다.

선물의 수를 보아도 아버지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친숙하고, 사랑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족과 친척은 물론, 친구와 직장 동료, 이웃 사람들··· 주위 사람들이 여러가지 마음을 담아 아버지에게 보낸 것들.

하지만 그 다음날 선물들에 이변이 일어나 있었다.

우선은, 모든 꽃이 고개를 숙여 버린다. 꽃 자체는 시들지 않았지만, 줄기 부분이 일정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모두 고개를 숙여 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이되자 꽃 부분만 가위로 자른 것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꽃잎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올린 과일도 다음날에는 상해버린데다가, 촛불은 조금 한 눈을 판 틈에 꺼져버리고, 향은 갑자기 불길을 치솟아 불타버리거나 부러져 버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영정 마저도. 세워놔도 어느새 쓰러져 버렸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사과하고있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버지 뿐이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모두 사실 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