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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15th] 처음 해본 불제

레무이 2018. 1. 3. 11:49

내 친구 I가 취업해서 독신 생활을 막 시작한 무렵의 이야기.



I는 최근 심하게 가위에 눌려서 수면 부족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때는 "피곤한 거겠지"라고 일축했다.


얼마 후에 다시 만났더니, I는 너무나도 수척 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걱정이 된 나는, 푸념이라도 들어줄 생각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직장이나 일상 생활면에서는 문제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피곤해서 가위에 눌린다기 보다는, 가위 눌림을 계속해서 당한 탓에 지쳐가는 모양이다.


"무슨 말이냐면, 환청이랄까 사람의 목소리 라든지, 발소리 같은 것이 들려 온다는거야."


"진짜? 위험 하잖아! 그거 정말로 유령일거라고!"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재미삼아 적당히 말하고 있었지만, 본인은 웃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I는 별로 그런 것을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요새 몇 주간 상당히 버티기 힘들었는지 비장 한 얼굴로 나에게 매달려왔다.


"저기, 너 말야. 집이 신사였잖아?!"


"외할아버지쪽 일이지, 나는 관계없다구."


"하지만 조금은 알잖아?! 부탁해! 하루라도 좋으니까 곁에 있어줘!"


너무나도 필사적인 모습이 측은해보였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날 I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약간의 기분 전환이라도 되었으면 하고 정화의 물 (수돗물)을 뿌리고 소금을 담았다.


내가 알고있는 구절을 읊어주자, I는 안심했는지 꽤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푹 잠든 뒤.


나는 갑작스런 괴성에 숙면을 방해받고 벌떡 일어났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로워하는 소리도 아닌, 맥 빠진 소리를 계속 내고있는 것은, 옆에서 자고있는 I였다.


나는 놀라서 I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


"이봐, 무슨 일이야? I!"


"아--으, 아아, 아---"


대답 대신 그저 목소리만 내고있을 뿐.


나는 I가 잘못되었기라도 할까봐 생각이 들어 필사적으로 깨우려고 했다.


그때, 문득 어떤 시선을 느끼고, 두리번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점점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


I의 모습은 이미 예사롭지 않았고, 시선도 드러내놓고 느껴졌다.


진짜냐, 정말로 그쪽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매우 조급했다.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


나는 부엌으로 달려가서는 쌀을 찾아다가 I의 몸에 마음껏 뿌렸다. (사실은 씻지 않으면 안되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I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고, 이번에는 벌벌 떨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우선 단단히 손발을 밀어 잡았다.


그러나 경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나는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신···에~ 또, 액을 없애소서 깨끗하게 하소서!"


대부분 잊어 버리고 있었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경련은 서서히 가라앉아갔다.



나는 안심하고 I를 도로 눕혀줬다.


그러자 I가 울고있는 것을 알아챘다.


울고 있다고는 해도 표정은 침착했고, 단지 눈물만 줄줄 흐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종이로 히토가타(*)를 만들고 I의 이름을 써서,


(*히토가타: 사람모양의 인형)


그리고 I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입으로 말하는 것도 두려우······"라는 유명한 불사를 외었다. (이것은 어째서인지 기억이 났다)


I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지친 나는 어느새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I의 머리맡에 푹 엎드린 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I는 여전히 수척해 보였지만, 조금 말끔한 얼굴이었다.


"어젯 밤은 어땠어? 이제 괜찮은것 같냐?"


"응, 어쩐지 컨디션이 좋은데? 몸이 짓눌린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그건 나다.


나는 어쩐지 어젯밤의 일을 가르쳐 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신기하게 생각하는 I에게는 대충 둘러대고는, 지저분한 방을 청소하고 한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라고 권했다.


I는 주저했지만 다음 집을 찾을 때까지 나의 방을 절반 쓴다는 얘기가 되어서, 그날 바로 집을 나왔다.



그 집에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는 것은 굳이 확인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I는 그 이후 가위 눌림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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