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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17th] 스파게티

레무이 2018. 1. 5. 08:26

"믿어주세요 형사 님. 죽이려고 하다니 절대로 아닙니다."


키세 신야가 체포된지 10시간 만에 겨우 안정을 되찾은 그가 내뱉은 첫마디가 이것이었다.


키세의 이야기는, 그가 최근 어느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나빴는지부터 시작되었다


몇 개월치의 월세가 밀려있는 아파트의 일실에서, 키세는 택배를 받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고소득 부업"


라면가게에서 손에 잡았던 주간지의 광고란, 그는 이 것을 보았다.


"아파트의 일실에서 쉽게. 무려 겨우 3주 만에 현금이."


광고 카피의 이 한줄로 그는 결심했다. 어떻게든 끌어모았던 월세 2개월 분을 광고주에게 보내고 그 택배를 받은 것이다.


택배에는 간단한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직사 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 충분한 습기를 유지하고 지정된 먹이를 제공하세요. 알에서 부화 후 약 2주만에 성충이됩니다."


낚시 미끼용 지렁이, 갯지렁이 종류의 양식. 그것이 키세가 선택한 부업,


아니, 실직 중인 그에게는 본업이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3주 만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 다행이다. 키세의 계산으로는 3개월만 계속하면 밀린 집세를 청산, 빚을 갚는 것이 가능했다.



키세는 이불 봉투를 꺼냈다. 업체가 추천하는 수조까지 구입할 돈이 없어, 그 안에서 벌레를 양식할 생각이었다.


이 이불 봉투는 물이 새지는 않지만 공기는 통하는 섬유로 만들어져 있으며, 냄새도 차단했다.


고육지책이었지만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이었다.


택배에 들어 있던 축축한 "부엽토", "부엽토 모양의 먹이"


그리고 비닐 봉지에 가득한 "알"을 이불 봉투에 휘저었다.



바스락 바스락, 이불 봉투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리가났다.


부화한 벌레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이제 2주만 지나면 통통하게 살찐 성충을 지정 가방 속에 넣어 업체에게 보내는 것만으로 돈이 들어온다.


키세는 이불 봉투의 소리가 복신이 흔들어대는 요술 망치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앞으로 1주일 후에 발송할 수 있는 무렵에 문제가 일어났다.


먹이가 떨어진 것이다.


업체에 주문하면 되겠지만 그럴 돈이 없었다.


자신의 식사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팔만한 물건도 없었다.


설명서에는,


"동족끼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먹이는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이라고 쓰여있다.


먹고남은 음식 등을 주었지만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배송까지 1주일 자신은 단식하면서도 벌레에게 먹이를 주어야 했다.



근처에 사는 집주인인 사가와가 키세의 아파트를 방문한 것은, 키세가 단식한지 5일 째였다.


임대료를 독촉하러온 사가와을 봐도 키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표정이 없었지만. 눈은 빛을 잃고 있었고 안색도 신통치 않았다. 그것은 단식 중이었기 때문인데 사가와는 착각을 했다.


(이 때, 아파트의 이웃이, 사가와가 키세에게 "너, 이상한 약이라도 하고있는 것 아니야?"라고 힐문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사가와의 가족이, 그녀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제출한 것은 그 날 밤이었다.



"믿어주세요 형사님, 죽일 생각 따위는 결코 없었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이상한 것을 말하면서, 벌레를 키우는 방에 들이닥친 거예요.


벌레가 내는 소리를 듣고, 이것은 무엇? 이거 열어봐, 라면서 이불 봉투를······.


이거 들키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아파트에서 벌레를 양식하고 있다는걸 들키면 절대로 쫓겨날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좀 봐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는데······ "



"그러자 집주인이 억지로 이불 가방 지퍼를 열고는 안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거예요.


들켜버리면 끝장이라고 생각했고, 밥을 안먹어서 머리도 멍해버려서, 어쨌든 쓸데없이 떠들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아서, 뒤에서 집주인의 입과 코를 눌러······. 그래서 조용해진 집주인을 이불 봉투에 넣고, 그리고 지퍼를 다시 닫아서······.


그랬더니 봉투 안의 녀석들이 구불구불하고 꿈틀꿈틀하는 소리가······.


저는 이젠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밤새 질척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미쳐버릴것 같아서······


믿어주세요, 형사님.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이웃의 증언으로 수색 영장이 발효되고, 키세의 방에 경찰이 갔던 것은 사가와가 실종 된 지 3일 후였다.



이불 봉투의 지퍼를 열었던 경찰, 다나카 쥰이치 경사는 그 후 스파게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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