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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예전의 언젠가, 매일같이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입니다.


그것이 일상이었으니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확인하다가 목격해 버렸던, 나의 체험담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아이의 밤샘에는 엄하셨기에, 우리 자매의 어린 시절은 밤 8시 이후 TV는 금지에다가, 9시에는 취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자 동아리 활동으로 귀가도 늦어지고, 숙제도 많이 있었으므로, 취침 시간은 점점 늦어 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를 깨달은 것은 그런 시절입니다.




밤 11 시경이면 어김없이 개 산책을 하는 아저씨가 집 앞을 지나가는 것입니다.


직접 본 적은 없었습니다.


사슬이 끌리는 듯한 "철그렁··· 철그렁"하는 소리와 함께, 일인극을 하는 듯한 낮은 콧노래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집 안에 있는 우리는 당연하게 강아지 산책을 하는 아저씨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비오는 날도 바람이 심한 날도 거르지 않는 아저씨의 일과인듯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여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날 밤은 태풍의 영향으로 밖은 폭풍우가 불었습니다.


나는 창문에 부딪 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여동생과 만화를 읽고 있었습니다.


문득 귀를 기울여보니 빗소리에 섞여 '철그렁··· 철그렁"하는 사슬 소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만화책에서 시선을 떼고는 동생에 이야기했습니다.


"저기, 마리코. 저 아저씨 이런 태풍에도 산책하고 있나봐."


"어?··· 정말이네. 이런 날에 산책이라니 개도 짜증내겠다."


"어떤 아저씨일까? 너 본 적 있어?"



여동생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어느 괴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베란다의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밖을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폭우가 창문에 번져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태풍이 왔는데, 그 때에도 언제나 산책하고 있었던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커튼을 닫고나서는, 나도 동생도 이미 아저씨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없어졌고, 제자리에 드러누워 다시 만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일상적인 소리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면, 그 소리에 묘하게 민감해지기도 합니다.





다음 날 밤, 나는 사슬이 끌리는 소리와 아저씨의 콧노래를 멀리 있을 때부터 깨닫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집에 더 가까워진 눈치였기에, 커튼을 조금 열고 어제처럼 창문에 얼굴을 붙여봤습니다.


집 앞의 도로는 가로등이 조금씩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습이 보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의 사슬 같은 소리와 함께 남자의 콧노래 같은 소리는 들리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눈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럴리가···!



나는 무심코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인간임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황급한 나의 바로 아래 (방은 2층 이었으므로)를, 모습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철그렁··· 츠렁··· 차라락··· 차랑···"하며 천천히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콧노래 같은 소리를 내면서···.



이 일에 대해서는 겁쟁이인 여동생에게는 비밀로 해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잠자코 있는 것은 불안.


그래서 다음날 학교에 가서는, 바로 친구에세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자 친구들은 내가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겁을 먹어줬습니다만, 남자 친구들이 좀처럼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집에 와보지 그래? 용기가 있다면 말이야."


나의 이 말에 발끈한 세 명의 남자애들이 우리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밤중에 남자애들을 집에 들여보낸다니,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실리가 없습니다.


우리집 정원에는 조립식 창고가 있었습니다.


조금 좁았지만, 거기에 몰래 들여보내기로 했습니다.


손전등과 목소리를 녹음하는 카세트를 가지고, 밤 10시 반에 집합하는 것으로.





모인 남자들은 긴장 때문인지 평소보다 말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내가 "쉿!"하고 노려봐도 "아 미안 미안···. 그래서 말이야~"라면서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보다 어머니께 들켜서 꾸지람을 듣는게 아닌가 두려웠습니다.



이 3명을 불러들인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던 그 때입니다.


남자애들의 웃는 소리 중간 중간 희미하게 "철그렁···"


"왔어!"


라는 내 말에 그 자리의 공기가 한꺼번에 굳어졌고, 모두 일제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는거야? 어?"라고 속삭이던 것도 잠시,


그것이 누구의 귀에도 들릴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마치 갑자기 비디오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세 사람의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그것이 다가오니 손전등을 꺼야 한다는 것과 카세트 녹음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어쩌면 생각한다는 자체를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나는 살짝 녹음 버튼을 눌렀습니다.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그것은 다가왔습니다.


이윽고 체인소리와 함께 낮은 저음의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극의 결혼식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타~카~라~고~야~~" 같은 느낌으로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조금이라도 숨소리를 낸다면···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갑자기, "덜컥!"하고 우리의 뒤에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순간,


"우끼야아아아아아아우악!!!"


3명 중 Y와 M,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창고의 문을 차부수며 놀라운 속도로 도망갔습니다.


그 때, 내 정신도 위험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남은 A군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고는 씹고 있었으니까요.


A군은 실신해 있었습니다.


열어 둔 문으로부터, 왠지 비릿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문이 있든 없든, 그것의 통행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상이 갑니다.


이젠 바로 근처까지 온 것입니다.


"보고 싶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던 내가 조금이라도 저항을 하기 위해 문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A군의 손을 물면서, 손전등에서 방출된 빛의 고리를 쳐다보고 필사적으로 견디고있었습니다.





"철그렁··· 철렁··· 챠락···"


그것은 내가 주저앉아있는 눈앞을 통과해 지나갔습니다.



손전등의 불빛의 원 안에. 바닥에서 1미터 정도 위를 맨발로 걷고있는 다리가 있었습니다.


공기에 색을 입힌다면 이런 느낌? 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맨발은 애매 모호한 반투명 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져있었습니다.




얼마나 거기에 주저앉아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부모님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Y와 M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오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내 어깨를 안아 거실에 앉히고는 커피를 타주셨습니다.


아버지는 A군을 끌어 안고, 욕실로 데려갔습니다. (실금하고 있었던 모양)



A군을 집에 바래다 줄 무렵에 조금 안정을 되찾은 나에게, 부모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것을 보지 않았으면 해서, 너희들을 빨리 재우려고 했던거야." 라고.


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라고 마음대로 믿어 버리고 있었던 것도,


아무래도 부모님께서 "각인"시킨 의도였던 모양입니다···.



왜 '족쇄'를 맨 채로 매일 빠뜨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뭐라하더라도 우리 가족이 이사할 때까지 이어진 현상이므로,


혹시 지금도 그곳에서는 쇠사슬 소리가 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녹음 한 테이프.


고등학교 고전문학 선생님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타~카~라~고~야~~"같은 것들에 해박하시다고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에 따르면, 이것은 '노오가쿠'라는 것으로,


노오(*)에서 춤출 때 노래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노오: 일본의 전통 가무극)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아저씨가 아니라 여자라고 합니다.


노래하고 있던 곡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는 모양이고, 선생님은 제목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지금은 잊어버렸지만···


"헤이케 시대의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테이프에 처음에는 또렷하게 녹음되어 있었는데, 며칠지나자 소리가 흐려졌고 결국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후, 이사, 진학 취직···


어지러운 신변의 잡무 속에서 테이프에 대한 것은 완전히 잊어 버렸고, 어디엔가 깜박하고 버린 것인가···.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맡겨 버렸던 것 같기도 하고,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쩐지 기억에 없습니다.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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