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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54th] 화장실 갈래?

레무이 2018. 2. 11. 06:30

이런 이야기 올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시효는 지났으니까.



10년 전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한 친구들과 함께 교외의 폐가에 숨어 들어가서 신나를 피우거나 하곤 했다.


거기는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장소였는데, 원래는 러브호텔이었던 모양이라 일부 객실에는 침대도 남아 있었다.


물론 거기는 언제나 한밤중에 갔기 때문에 손전등을 지참했고, 주로 로비로 쓰였던 장소에서 피웠다.


스프링이 끼익끼익 거리긴 했어도, 일단은 소파가 있었기 때문.


대개 거기 가던 일행은 4, 5명이었다.


다른 불량한 놈들에게도 완벽한 장소 였지만, 우리들보다 앞에 왔던 (고등학교)선배들이 상당히 장난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놈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 최고의 장소였다.



그날도 나는 포함한 5명이서 로비에서 피우고 있었다.


이슬비가 자락자락 내리는 소리가 났을 때, 바보 시로우가 "화장실 갈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오줌은 보통 바깥의 풀숲이었지만 비가 왔기 때문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저기 문 안쪽에는 없었어?"라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로비 안쪽의 문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아, 근데 아마 물이 안내려갈거야" 라고 말했으나, 시로우는 "괜찮아 괜찮아"라면서, 손전등을 가지고 사라졌다.


"있어 있어"라는 얼빠진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역시 이상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이 얼마나 긴똥싸냐?"라며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랬더니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나왔다.


"야, 없어 시로우"


없다니?


"없다고? 전부 확인해봤어?" 라고, 그래서 모두 함께 문을 열었다.


거기는 사무실과 같은 곳이었다.


두 방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곧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출입구는 없었다.





시로우가 한 개 가지고 갔으니, 손전등은 두 개 밖에 없었지만, 사람이 들어갈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 후 사물함이나 책상의 뒤이까지 샅샅이 찾아 다녔지만, 결국 시로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말로 할 수 없는 비상식에 우리들은 질려버려, 우선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시로우의 집은 제대로 된 가정환경이 아니었던 탓인지,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실종 신고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실종 취급 된 채로, 시로우는 홀연히 사라졌다.


우리들은 이제 그 러브 호텔에 가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나는 계속 그 일이 신경이 쓰였다.


사라진 것보다도 시로우가 왜 "있어 있어"라고 말했던 것일까.


어째서인지 그것이 몹시 무서웠다.





몇 년이 지난 거리에서 우연히 당시의 친구와 만났다.


근황을 주고받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건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친구는 그 후에 선배들에게 어째서 그 러브호텔이 폐허가 되었는지 듣게 되었다고 한다.




섬뜩했다.




손님이 몇몇 실종되었기 때문이라고···






어떤 식으로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친구는 그것을 말하면서, 어째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얼음만으로 남은 레몬 티를 빨대로 계속해서 휘젓고 있었다.


진땀이 배어 있었기에, "어이, 왜그러는거야."라면서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친구는 그 때의 시로우가 "화장실갈래?"라고 말한 뒤의 미묘한 흐름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내가 그때 시로우가 들어간 문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거··· 기억하고 있어?"





듣고보니 그랬던 것 같다.





"나 말야, 문이 닫힌 후에 작은 목소리를 들었단 말이야."





"'[있어 있어]라고 말했던 거 말이지?"





친구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말야, 시로우의 목소리가 아니었어."







몇 년치 소름이 단번에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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