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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59th] 마네킹

레무이 2018. 6. 2. 07:30

저에게는 영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귀신의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한 번, 중학생 때 엄청나게 무서웠던 경험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4살 때 아버지를 여읜 저는, 어머니의 친정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셔서, 할머니, 어머니, 저까지 여자 세명이서 살았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잃은 충격속에서도 새로운 환경에 빨리 익숙해져야만 했습니다.


불안했지만, 저의 상황에 동정하는 듯 전학한 곳의 학급친구들도 상냥하게 대해주었습니다.


특히 S라는 여자아이는 전학 온지 얼마 안된 나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교과서를 보여주거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녀와 친구가 된 저는 자연스럽게 주변에 마음을 열게 되어서, 2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모두와 장난도 치고, 즐겁게 웃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급에는 F라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왠지 마음이 끌렸습니다.


물론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여자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되는, 몸집이 작고 가냘픈 느낌의 아이였기 때문에, 동성으로서의 호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까무잡잡하고 키도 컸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약간의 질투도 아마 있었을 것입니다)



관심이 있었는데, 자리를 바꾸면서 같은 그룹이 되어 점점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녀가 모자 가정인 것을 알고부터는, 더욱 친하게 되었습니다.


F의 경우에는 사별한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갔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녀도 여자끼리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집에 놀러 갈 때까지의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날 내가 왜 F의 집에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참 오래된 이야기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그녀의 집에서 본 것이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이 모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때는 S도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S는 F를 굉장히 꺼려했고, 내가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녀가 함께 왔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학교에 돌아가는 방향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저와 S는 어쩐 일인지 F의 집에 모여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은 척 봐도 낡아보이는 단층집이었는데


목조로 된 벽면은 뒤틀렸고, 정원은 거의 없고, 옆집과 거리가 50센티도 안되어 보이는 비좁은 공간에 있었습니다.


저는 좀 놀랐지만, 할머니의 집도 적당히 오래되었기도 했으며, 형편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라도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엄마"


F가 부르자 약간의 주름이 눈에 띄는 얼굴로 미소 짓는 예쁜 아주머니가 나왔고,


저와 S에게 이쪽이 황송 할 정도로 공손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세탁중이었던 모양인지, 손에 수건이나 속옷 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실거 가져다 줄게"


상당히 즐거운 듯이 말하는 것을 보면, 딸의 친구가 집에 놀러온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도 "집에는 별로 누구 부르지 않거든"라고 했으니까요.


만약 F의 방이 너무 여자애답지 않더라도 놀라지 않겠다고 미리 다짐했습니다.


그런 것으로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방 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 온 것은 예상도 할 ​​수 없는 것이 었습니다.





F가 예쁘다는 것은 말씀 드렸습니다만, 그건 그만큼 세련된 것에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밝은 색상의 커튼이 드리워있고, 책상 위에 인형이 앉아 있는 등 예상보다 여성스러운 방이었습니다.




단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방 구석에 서 있고, 이쪽을보고 있던 것.







마네킹.




확실히 남자 마네킹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양손을 굽혀 움츠려서 W모양으로 하고,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모양이었습니다.


보통 마네킹처럼 얼굴은 말끔했는데,


그만큼, 그 시선이 불필요하게 생기가 없는, 공허하게 보였습니다.







마네킹은 새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실례지만 아까 본 아주머니의 보다도, 상당히 멋지게 관리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건···"


S와 내가 어이없는 얼굴로 F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특별히 의외라는 기색도 없이, 마네킹에 다가가서는 모자의 각도를 조금 만져 조정했습니다.


그 손놀림을 보는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멋있지?"


F가 말했지만, 왠지 억양이 없는 말투였습니다.


대단히 자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 말투가 공연히 더 오싹하게 느껴졌습니다.





"와줘서 고마워"라면서 쟁반에 케이크와 홍차를 가져온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분위기는 마치 구원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인지, S가 손을 뻗어 접시를 좌식 탁자 위에 내려 놓았습니다.


저도 도우려고 했는데, 접시가 총 4개 있었습니다.


어라, 아주머니도 드시는건가 생각해서, 문득 손이 멈추었습니다.


그 때 아주머니가 케이크와 홍차 접시를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F의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거기는 마네킹의 바로 옆이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곳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옷 안쪽에서 식은 땀이 계속해서 흘렀습니다.


F는 가만히 마네킹 옆에 놓인 차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이쪽으로 돌아서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포크로 케이크를 찍고, 설탕 단지를 우리에게 돌려 왔습니다.


저는 마네킹 대해 물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집의 식구들은 저것을 인간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케이크를 내오거나 옷을 입히는 등 훌륭하게 대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F도 아주머니도 마네킹에 말을 건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저걸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절대로 그냥 마네킹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면,


"그"라든지 "그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우리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 어느 쪽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중간한 느낌이 심하게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마네킹 대해 물으면 F는 뭐라고든 대답 할 것입니다.


어떤 대답이 되돌아오더라도, 저는 뭐라고 소리를 칠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화제를 찾았습니다.


방 구석에 새장이 있었습니다.


마네킹만 아니라면 뭐든지 좋았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보는 듯한 F를 볼 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를 기르는거야?"


"없어져 버렸어."


"그랬구나··· 안타깝네···"


"필요 없게 되었거든"


마치 아무 감정이 없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기르던 새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시금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다. 이곳은 이상해. 오래 있으면 이상하게 되어 버릴거야.


그 때 "화장실이 어디야?"라고 S가 말했습니다.


"복도 저쪽에,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있어."라고 F가 대답하자, S는 황급히 나가 버렸습니다.


그 때 솔직히 저는 그녀를 원망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아래로 향했습니다.


이젠 어떤 말을 하더라도 F와 의사소통은 무리 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통통거리는 발소리가 들릴 때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실제로는 몇 분 이었을 것입니다.


S가 얼굴을 내밀고 "미안하지만 돌아가자."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S의 얼굴은 창백했습니다.


S는 F에게 절대로 눈을 돌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돌아가."라고 F는 말했습니다.


뭔가가 어긋난 말투에 마치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S가 내 손을 쭉쭉 당겨 밖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저는 그래도 아직 형식적으로라도 아주머니께 인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굴을 대할 용기는 없었지만, 말이라도 하려고 했습니다.


F의 방 저편에 있는 미닫이 문이 20센치 정도 열려있었습니다.


"실례합니다만 돌아갈게요."


다행히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때 틈새에서 손을 뻗어나와 쾅! 하고 기세 좋게 미닫이 문이 닫혔습니다.


우리는 도망치듯 F의 집을 떠나갔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우리는 정신없이 자전거를 밟았습니다.


S가 내내 내 앞을 달렸습니다.


1미터라도 멀리가고 싶은 것처럼.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우리들의 평소 돌아가는 길까지 돌아갔습니다.



겨우 안심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장소에 도착하자, 우리는 음료를 사서, 오로지 갈증을 해소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이제 친하게 지내는거 그만둬"


라고 S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집, 위험해. F도 위험하고··· 그렇지만 아주머니가 제일 이상해. 그건 완전히···"


"아주머니?"


화장실에 갔을 때의 일을 S는 말했습니다.





S가 F의 방을 나왔을 때, 옆의 미닫이는 열려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려고 하다가, 그 방안을 봐버렸다고 합니다.


마네킹의 팔.


팔이 다다미 위에 4~5개 정도 널부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서 방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그 팔 하나를 미친 듯이 핥고 있었다고 합니다.


S는 떨면서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조심조심 미닫이 앞을 지나가려 했습니다.


떨면서 눈을 돌리자, 이쪽을 가만히 응시하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쳐 버렸습니다.


아까의 미소는 그 흔적도 없었고, 눈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마네킹의 팔이 있던 곳에는 개켜진 빨래가 쌓여있었습니다. 그 안에 男物 바지가 섞여있었습니다.


"마, 마네킹은?"


S는 그렇게 말하고 '아차' 생각 했습니다만,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S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당황해서 저를 데리고 나온 것은 그 직후의 일입니다.





너무나도 소름돋는 상황에, 우리는 F가 말하러 오지 않는 한, 먼저 이야기를 걸기 않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이 이야기를 모두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도저히 믿어 줄 거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F와 친한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도,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녀를 따돌리려 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S가 F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으니까···.





F의 집에 갔다는 아이에게 살짝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결 같이 "이상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상황이 불리했습니다.



단 한 명, 남자아이였는데,


"그러고 보니 묘한 경험을 했어."


라는 아이가있었습니다.





F의 집에 가서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미리 연락하고 온건데···라고 고민했지만, 어쨌든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안쪽에 있어서 들리지 않을까봐, 문의 손잡이를 잡았는데 가볍게 열렸다.


그래서 그는 안을 들여다 보았다.


미닫이가 열려 있었고 (S가 본 방이었는지는 모릅니다) 방 모습이 보였다.


유카타를 입은 남자의 등이 보였다. 저쪽을 향하고 양반 다리를 하고 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마도 TV가 켜져 있을 것이다.


그의 등에는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듯 한 푸른 빛이 비치고 있었고, 가끔 깜박이고 있다.


하지만 몇번을 불러도 남자는 뒤돌아 보기는 커녕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져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F의 집에 남자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친척이나 아주머니의 지인이라고 하더라도, TV에 등을 향하고는 가만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혹시 그것은 마네킹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반 다리를 하고 있는 마네킹이 있기는 있는 걸까요.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F의 방에 있던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집에는 다른 마네킹이 몇개나···?


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때때로 그 지역과는 전혀 관계 없는 곳에서 이 이야기를 합니다.


도대체 그게 뭐였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F와 아주머니가 그걸 비밀로 하고 싶었다면, 사이가 좋았던 저에게만이 아니라 어째서 S에게도 보여줬는지,


어떻게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팔을 W모양으로 하고있는 마네킹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모양으로는 옷을 입을 수 없잖아요.


그러나 그 빨간 옷은 마네킹의 몸에 딱 붙어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직접 입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까지가 제 경험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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