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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61st] 두고 갔다

레무이 2018. 6. 4. 07:30

모 음식점에서 심야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 살짝 무서웠던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흥분한 기색의 대학생(남자) 5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현지에서 유명한 심령 스팟에 다녀온 모양으로, (주문도 무시하고) 그 이야기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30분 정도 후에, 그 무리에 또 한 명이 도착했는데,


그 녀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뭔가 너, 수상한데? 평소랑 다르잖아?"라고 하면서, 먼저 와 있었던 녀석 중 한 명을 붙잡고, "움직이지마"라고 말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에는 정말로 영혼이 찍혀있었는지, "봐, 여기, 씌어 있잖아" 라고.


진짜로 뭔가가 찍혀있다니, 그 테이블은 난리법석.


나는 어떻게든 그 사진을 슬쩍 보려고 했는데, 역시 무리였다.


그래서 그 테이블 근처를 어슬렁대며 사건의 전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찍힌 쪽은 처음에는 실실 웃었지만,


찍혀 버렸다는 사진을 보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무서워··· 나 어떡하지?"라고 당황해 있다보니, 거기서 갑자기 제령이 시작되어 버렸다.


나중에 온 녀석은 영감이있는 녀석이었나.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서,


"아, 이제 안찍혀있다구. 그래, 이 가게에 두고가지 뭐 ㅋㅋㅋ"


라는 말이 들려와서,


'이봐 이봐, 농담하지 말라구 ㅋㅋㅋ 두고 간다던가 뭔 소리야 ㅋㅋㅋㅋ'


라고 생각하면서, 뭐 흔해빠진 농담이라 생각하고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돌아간 시간은 한참 늦었고, 벌써 새벽이 되었다.


항상 아침식사를 하러오는 단골 아저씨와 커플이 한 팀,


가게 손님이 적었던 때였는데, 단골 아저씨가 화장실에 갔다가 바로 돌아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남자 화장실에 여자가 바닥에 앉아 있어."


라고 말하는 것.


주정뱅이라도 있는지 함께 확인하러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기분이 찜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까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대학생 녀석들, 정말로 두고 간거야? ㅋㅋㅋ'


라고 생각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1주일 정도 지속되었다.


구체적으로는···



· 가게의 한가운데에있는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여자가 계속 들여다본다, 기분 나쁘니까 쫓아버려줘! 라고 고객으로부터 클레임.


그러나 나를 포함한 모두 그 여자를 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았다?)


· 손님이 없는 가게 안에서 "실례합니다··· "라고 몇번이나 불렸다.


· 종업원 공간에 제멋대로 여성 손님이 들어온 것을 주방 직원이 목격.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 낮 시간에 소년과 함께 엄마가 "아들이 화장실이 무섭다고 들어가기 싫어하니까, 직원 용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물어보니, "큰 쪽 변기의 물 탱크 위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다"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 화장실 청소 용구 칸의 문이 몇 번이나 제멋대로 열려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단골 아줌마가,


"이 가게 이상한 것이 있었어~ 근데 이제 사라진 것 같아"


라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더 이상,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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