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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인데, '혼자서 숨바꼭질'이라는 것이 대체 뭔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어떤 정도인지 듣고 싶어서 이 글을 써본다.





1월 3일 밤.


인터넷에 써 있던 순서대로 혼자서 숨바꼭질 실행. 그냥 정말로 흥미 만으로. 솔직히 심령같은거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반신반의'하는 것이 최근까지의 내 성격.


피부나 머리, 또는 눈 등으로 확인 할 수 없으면 믿지 않는 타입이지만, 통감해 버렸어.


인형은 침대에 몇 개있는 곰 인형. 내용물은 손톱과 머리카락. "혼자서 숨바꼭질"시작 직후에 기분나쁜 예감이 있었지만, 어둡기도 하고 시간이 시간이라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실행.



하지만 그때 그만두는게 나았을걸.



숨은 장소는 옷장. 5분 정도 지나자 "지지직" 소리가 사라져서 TV이 꺼졌구나 생각했는데, "지지직"소리는 작아진 것이었다. '우와 시작된건가?'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숨어있는 옷장 틈새로 바람이 들어왔다.


바로 쫄아서 그만 두려고 소금물을 손에 들고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TV의 소리가 사라졌고 몹시 조용 해졌다.


그렇지만 열어 볼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나갈 용기 따위가 있을리 없고, 그대로 몇 분 지나서 마음을 먹은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미 20분은 지났을텐데··· 이때부터 뭔가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비닐 봉지에 뭔가 무거운 물건을 넣어 운동장에서 그것을 끄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상상하면 이해가 갈 듯한 소리, 상당히 큰 소리라서 놀랐다.


휴대폰을 완충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엄마에게 LINE으로 [일어났어?]라고 보냈다. 일어나신건 아니었다. 읽음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렇게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부모님을 찾는구나.


깜박 잠들 뻔 했는데,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큰 소리를 내면서 옷장에서 뛰쳐 나가자! 그 방법 밖에는 없었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 "하! 좋은아침!"이었다.


꽤나 큰 소리로 외치며 옷장에서 탈출.



그런데, 이 때 깨달았다.





소금물 깜박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옷장 쪽을 뒤돌아 본 그 순간. 등 뒤에서 대단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봐야한다.


소금물을 입에 머금고 천천히 뒤돌아봤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이 때 눈치챘는데, TV의 노이즈 화면이 물결치고 있었다. 원래 저렇게 물결쳤던가 뚜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은 노이즈가 물결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목욕탕으로 쪼르르 달렸다.


그렇게나 강하게 꿰매었던 빨간 실이 절반쯤 풀려 있었다. 완전 공포스러워서 계속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라고 머리속이 빙빙 돌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물에 잠겨 있었으니까 불어서 풀린 것일지도···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끝없이 머리속을 맴도는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뒤쪽이 갑자기 밝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TV 방의 전등이 제멋대로 켜졌다.


방의 불빛이 욕실을 멍하니 비춘다···.


제멋대로 켜진 전등에 움찔했지만, 어둠 속에서 공포를 견딜 수 있었던 만큼 왠지 안심이 되었고, 우선 입에 머금은 소금물을 곰 인형에게 뿜고 TV 방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방, 변함없는 모습. 하지만, 분위기는 대단히 무거웠다.


그리고 TV는 꺼져있었다.



인형에게 나의 승리라고 하는 것을 잊었기에 욕실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는데, 인형을 보는 것이 무서워서, 인형이 또 다른 모양이 되어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하자 목욕탕에 절반도 채 걸어가지 못하고. TV 방에서 '내 승리야'라고 중얼 거렸다.


그러자 "후후후!"하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렸다.


반사적으로 천장을 올려다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이제 버틸 수가 없어서 집을 나와서 뭐라도 좋으니까 가게를 찾았다. 누군가가 있는 밝은 곳에 가고 싶었다.


오한? 한기가 있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다리가 아프다. 지금도 아프다. 무슨 일이 있는거지? 왼다리가 아프다. 발목과 허벅지와 가랑이 사이가.


숨바꼭질 하던 날로 돌아가고 싶다.




시골이라 차를 운전해서 편의점에 갔다. 계산대 오빠가 언제나 잘 대화하던 사람이라서 다행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간 순간 그 오빠가


"옷이 엉망이잖아! 잠깐 가게에서 나와봐! 뭐야? 멧돼지랑 놀기라도 한거야?"


같은 말을 했다.


편의점 불빛에 비친 나의 옷을 보니 진흙 범벅이 되어있었다. 한기가 올라왔다.


멧돼지랑 놀았냐는 말은 조금 과장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더럽혀진 것은 유치원 이래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오빠가 말해주었다.


"뭐, 괜찮을거야! 일단은 진정될 때까지 책이라도 읽고 있어봐!"


그래서 편의점의 책들을 서서 읽고 있었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진정되어서 아까 집에서 일어난 일이 어쩌면 나의 착각이나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조금 웃을 수 있었다. '나 엄청 오바했잖아.' 라면서. 현관을 잠그지도 않고 나온 집도 걱정이고 오빠에게 돌아간다고 말하려고 했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다른 손님과 지나쳐 가는 순간,


"후후후"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천장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이 빌어먹게 추운 날씨에 반바지에 슬리퍼였다.


오빠에게 돌아간다고 이야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다녀 왔습니다!"


말하면서 아무도없는 집에 귀가. 조금 공기는 가벼워졌을지도. 간다앗! 확신하고 방에 들어가 우선 옷을 갈아 입었다.


근데, 생각나버렸다.


봉제 인형 잊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자신을 타이르면서 욕실에. 다행이다, 인형은 있었다. 안심 한 것도 잠시, 인형이 진흙 투성이였다.


인형을 움켜 쥔 채 집을 나섰다. 아까 갔던 편의점에 가서 편의점 뒤쪽 풀숲, 거기에 던져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이제 공포를 넘어 눈물이 나왔다.




그때부터 차 안에서 잠 들어 버렸는지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 6시가 되어 있었다.


월요일이라 일도 있고, 정장도 집에 있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에게 LINE이왔다.


[좋은 아침~]


나는 울면서 전화했다. 하지만 이유는 말하지 못하고. 걱정만 끼쳐드렸을 뿐이었다.


그래도 좀 울었더니 후련해져서 집에 도착했다.


방안에 전등을 켜고 정장으로 갈아 입고 출근.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왼발이 아팠다.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조금 부어있는것 같다.


덧붙여서 일은 영업인데 이날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손님, 정말 미안합니다.


일 끝나면 ​​20시. 돌아가는 것이 대단히 우울. 언니에게 전화해서 "제발 오늘 와줘."라고 부탁했다. 언니는 벌써 결혼해서 3살인 딸도 있다. 그 딸과 함께 와 준 언니와 아무얘기나 하면서 귀가. 역시 자매라는건 좋구나, 절실히 생각했다.



나의 집 현관에서 조카가 갑자기 "곰 인형은 자?"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는 "응?" 하는 느낌일 뿐.


나는 새벽의 사건을 떠올리고 욕실로 달렸다. 쌀과 붉은 실은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머리카락이나 손톱이 없었다.


엄청난 한기가 올라왔고, 영문을 모르게 다리가 아팠다.


나쁜 예감이 언니와 조카 딸에게 폐를 끼쳐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전했고, 오자마자 돌아가게 했다.


(언니 미안해)


나는 목욕도 하지 않고 전등을 켜둔 채로 이불에 들어갔다.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 버린 듯, 눈을 뜨고 스마트 폰을 보면 3시 30분 이었다. 전등을 켠 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방안을 볼 수 있었다.


시야의 가장자리에 보인다.



뭔가 검은 것,


어쩐지 검은 그림자 밖에는 모르겠는데도 직관적으로 여자라고 생각했다.


유령은 다리가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바로 발 아래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다리가있다.



그 때 귓가에,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라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그것은 나 목소리였다. 자기 자신을 찍은 동영상으로 듣는 이상한 느낌의 내 목소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가위 눌림인지 공포인지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여자의 그림자는 방구석을 왔다갔다 반복하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린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여자를 보고 어느새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것이 5일 아침 8시.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었는데, 그 날 처음으로 일을 쉬었다.


정신적으로도 글렀고, 몰골도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 쓰기에는 그저 나의 두려움만 부채질 하는 꼴이다···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만 쓰겠어. 미안.





결론적으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현관을 누군가 노크한다. 밤에만 3번 정도.


어제 온몸에 두드러기와 고열이 나서, 친구가 병원으로 데려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 친구의 렉서스가 울퉁불퉁하게 찌그러졌다.


어제 잠든 사이에 꿈에서 여자가 다리를 당겼다. 깔끔한 손의 흔적이 발목에 남아있다. 앞으로 어쩌지요? 벌써 웃음이 나온다 ㅋㅋㅋㅋㅋㅋ


편의점에 버린 진흙 투성이 곰 인형, 오늘 아침 집의 주차장에 떨어져 있었다.


이러면 나 이제 죽는건가?


지금은 인형을 신사에 전달하고 귀가 중. 이걸로 이제 괜찮은 걸까···?




하룻밤 지나고 일어나 발목을 봤다.


다리의 통증도 사라졌고, 발목에 있던 손자국도 흐려졌다.


드디어 해방되었다.




결론



혼자서 숨바꼭질은 안돼! 절대로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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