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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과 동거를 시작한지 1개월.
방은 여친이 선택한 인테리어와 소품이 장식되어갔고,
'저렴한 원룸이지만 꽤나 멋부린 사랑의 보금자리구나'
행복하기만 했던 당시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퇴근길 형형색색의 꽃이 장식된 꽃 매장을 지나면서, 문득 우리의 방에 식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너무 거창한 식물은 키우기만도 번거로웠고, 모처럼 사온건데 일주일만에 시들어버리면 아까우니까, 하트 모양의 작은 선인장을 하나 사서 귀가.
여친에게 그것을 보여줘도 별로 좋아하는 반응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지만.
하트 모양이니까 모처럼 머리맡에 두려고 하자, "거기는 안돼"라면서 현관 옆 신발장 위에 놓게 되었다.
방의 구조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까다로웠다.
그리고 반년쯤 후.
TV에서 "식물에 긍정적인 말로 말을 걸어 주면 좋다."고 말했다.
바보 같다고 말하면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그 당시 나는 직장 문제로 계속해서 골치가 아팠으며, 동거에도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신선한 치유같은 것이 필요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신발장의 선인장에게 가서 "힘내라!"또는 "상태가 좋구나."라고 얘기했다.
여친에게 "바보아냐?"라면서 비웃음 당하면서도, 뭔가 어떤 밝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나는 그때부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말을 걸게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잎이 갈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했고, "힘내라!" "버텨줘!"라고 말할 정도 시들어 갔으며,
결국 10일 정도만에 완전히 죽었다.
여하튼 말을 걸다보니 정이 들었기 때문에 울지는 않았다고 해도, 매우 슬픈 기분이었다.
여친은 "우리와 인연이 없었던 모양이야."라면서 처분했다.
다음주, 다시 같은 하트 선인장을 구입하며 말을 걸고 잤는데, 다음날 보면 갑자기 시들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갑자기 텐션이 떨어진 나에게,
"역시 우리집에는 인연이 없나봐."라면서, 여친은 쓰레기를 내다 버릴 겸, 편의점으로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몇 분쯤 기다리다가, 선인장에게 "힘내라!!"하고 방을 나온 나는, 얼마지나지 않아 구두의 바닥이 너덜너덜 벗겨져 있는 것을 깨닫고 되돌아왔다.
선인장의 일로 가뜩이나 우울했던 나는 망가진 신발을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고, 다른 신발을 꺼내기 전에 우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여친이 돌아온 모양이다.
신발도 없으니, 여친은 내가 이제 직장에 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화장실은 현관을 올라와 바로 옆이었고, 여친이 화장실 앞을 통과하는 순간을 노리고 깜짝 놀라게 문을 열어주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몰라도 투덜대는 소리만 들릴 뿐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쓰레기" "빨리 죽어버려" "까불지 말라고"
여친의 목소리였다.
기분나쁜 일이라도 있었을까, 평범하게 화장실을 나와서 여친에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여친은 오른손에 작은 병을 들고는 그것을 선인장에게 기울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즉시 그 작은 병을 손에 숨기면서 내렸다.
"너, 뭐하는거야?"
"어? 비료."
여친은 놀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영양제."
그날의 업무 중, 그건 정말로 영양제였을 거라고 억지로 혼잣말을 계속 되뇌었고, 귀가 후에 더욱 변색된 선인장을 보고 폭발했다.
결국, 집안에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물건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건 "양보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런 불쾌한 것에 매일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시들게 했다고.
나에게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평생의 반려자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뭐 "약간의 단점"으로 참으려고 했지만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져서 한달 후에는 헤어졌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좋을 텐데, 어째서 그런 기분 나쁜 수단을 썼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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