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th] 그렇게 되는 일이 있어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30년 정도 전에, 아버지는 그때까지도 직접 숯을 굽고 있었다.

산속에 만든 숯가마로 참나무와 삼나무 숯을 굽는다.

일단 굽기 시작하면 4일 정도의 작업기간 동안에 가마의 옆에 마련한 오두막에서 숙식한다.

그날은 저녁부터 불을 지폈는데,

마지막으로 구운 때부터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좀처럼 가마 속까지 불이 번져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조급해하기만 해서는 작업을 망칠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참을성있게 장작을 지피고, 풀무를 밟으며 가마를 지키고 있었다.

밤이 깊어 주위는 정적만이 깔렸고, 장작이 터지는 소리 만이 들렸다.

빠직··· 빠직··· 빠직···

스··· 스스슥···

등 뒤의 덤불에서 소리가 났다.

짐승인가? 생각해서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빠직··· 빠직··· 빠직··· 빠직···

스슥···. 스슥 스스스스스스 스스슥···

소리가 덤불을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버지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라고 직감하고 뒤돌아 보지 않았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스

소리가 가마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았다.

아버지는 가만히 견디며 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슥···

"얌마··· 뭐하냐."

소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자,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친근한 말투였지만 그 목소리는 생소했다.

아버지가 잠자코 있으니, 목소리는 마음대로 말을 계속했다.

"너 혼자야?" "왜 불 옆에 있어?" "숯을 굽고 있는거구나?"

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 왔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과 싸우고 있었다.

목소리가 계속해서 물었다.

"여기에는 전화가 있나?"

뭐? 전화?

이상한 질문에, 아버지는 어리둥절했다.

휴대전화 같은게 없는 시대, 이런 산중에 전화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다.

어이없는 그 말에 아버지는 조금 방심해버렸다.

"그런 게 있을리가 없잖아."

"그런가?"

갑자기 뒤에서 기척이 사라졌다.

잠시 시간을 두고, 두려웠지만 뒤돌아 보니, 역시 아무도 없다.

울창한 숲만이 쥐죽은 듯이 조용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아까의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공포가 되살아 나는 것을 느꼈다.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지만, 불 옆을 떠날 수는 없었다.

염불을 외우면서 불을 지키는 사이에 겨우 동쪽 하늘이 밝아졌다.

근처의 모습을 알 정도로 밝아졌을 무렵,

할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두 명 분의 도시락을 가지고 산에 올라왔다.

"어때?"

"그게, 어제 저녁부터 불을 때보는데, 가마에 불이 들어가지 않네요."

아버지는 어젯밤의 요괴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디, 내가 봐주마."

할아버지는 가마 뒤로 돌아가 굴뚝의 연기에 손을 대고 말했다.

"이제 따뜻해지려는구나."

그대로 온도를 보려고 가마에 손을 내밀었다.

"여긴 아직 차가운데···"

그렇게 말하면서, 가마의 위에 올라탔다···

퍽.

둔한 소리가 나며, 가마의 천장이 무너졌고 할아버지가 가마 속으로 떨어졌다.

아버지는 황급히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했지만 밟을 곳이 없었고 자욱한 연기와 재가 방해됐다.

아버지는 화상을 입으면서도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가마에 발을 올렸다.

가마 속은 지옥의 화염처럼 새빨간 색이었다.

불은 이미 가마 안쪽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악전 고투 끝에 간신히 할아버지의 몸을 끌어낼 무렵에는 얼굴과 가슴 근처까지가 엉망진창으로 화상을 입어, 이미 숨이 없었다.

눈앞에서 일어난 참극을 믿지 못하고, 아버지는 잠시 망연자실해 있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하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시체를 짊어지고 가파른 산길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버지는 혼자서, 한 시간 정도 걸어 할아버지의 트럭이 멈춰있는 길가까지 산을 내려왔다.

마을의 지인들을 데려와 오두막까지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의 시체에 이변이 일어나 있었다.

불탄 상반신이 백골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발라낸 것처럼 하얀 뼈만이 남아있었다.

반대로 하체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장기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곰과 들개 같은 짐승은 먹이 내장부터 먹는다.

게다가 이 근처에는 그런 대형 육식동물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시체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 것에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할아버지의 시체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뭔가 말하려고 하자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버지는 거기서 깨달았다.

이것은 금기같은 것이구나.

어젯밤, 아버지에게 온 방문자는 누구인가?

할아버지의 시체를 망친 것은 무엇인가?

그 물음에 아무도 대답 하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일이 있어"

마을의 노인은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도 할아버지의 사인은 들개에게 습격당한 것으로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