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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35th] 아니지?

레무이 2019. 2. 4. 07:30

중학교 시절 자전거로 학원에서 돌아 오는 길. (밤 10 시경)


 


근처에 야마구치 뭐라던가 하는 훌륭한 분의 기념공원이 있는데, 그 앞을 지나던 도중에 이런 늦은 시간에 누군가 있었다.



모래밭에서 이상한 아저씨(30세는 넘을 듯, 셔츠에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 풍)가 저쪽을 향해 웅크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누군가에게 습격이라도 당한건가, 부상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약 10년전 쯤이라 멧돼지 사냥 전성기였다)


다가가 말을 걸려고했다.





"아니야. 아닌데. 이게 아닌데···."




라고 중얼 거리면서 이상한 너덜너덜한 천 같은 것에 열심히 손을 놀려, 커터 나이프로 여러번 슥슥슥··· 긋고 있었다.



우왁, 위험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기··· 이게 아니잖아? 아니지?"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아저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봤는데 아무리 봐도 위험한 사람.



안경의 오른쪽 렌즈가 "人(사람 인)"자 모양으로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눈은 뭐랄까, 음푹 패였다고 하면 딱 어울릴 듯한 느낌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팬더처럼 눈 주위 전체에 퍼져있는데다가, 눈이 풀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눈빛이 흉악한데, 입에는 능글능글한 웃음이 배어있었다.



나는 "아, 모르겠습니다!"라고 외치고 달아났다.





다음날 학교에 오는 길에 공원에 가보니, 초등학생 같은 여자아이가 그네 근처의 땅에 구멍 파고 뭔가를 묻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라고 묻자 "고양이가 죽어 있어서 무덤을 만들고 있어"라고.


그때 아저씨가 커터로 자르던 것이 고양이였던 모양이다.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도 조각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그리고, 대체 뭐가 "아니다"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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