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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38th] 수제 쿠키

레무이 2019. 2. 8. 07:30

발렌타인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이야기입니다.




2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몇몇 친구들과 모여 (임시로 A, B, C라고) 초코를 만들었어.


모두 남친이 있었는데, B만 짝사랑이었지. 특별히 못생겼다거나 성격 나쁜건 아니었는데도.


그래서 의리 초콜릿 따위가 아니라, 모두들 기합넣고 진심 초콜릿 만들기.



일단은 모두들 모이긴 했지만, 각자 무엇을 만드는지는 자유로웠어.


주방이 그리 넓지는 않아서 4명이나 되면 불편했지만,


모르는 것을 조언해주며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만든다는 기쁨에 꺄아꺄아~하고 있었어. (웃음)



A는 컵 케이크, B는 쿠키, C는 생 초콜릿을 만들고 있었지.


냉장고로 식히거나, 오븐에서 오래 굽는 과정이 있어서 그동안 함께 휴식하게 됐어.


그런데 B는 "좀 손볼게 있어."라고 말하며 주방에 남았어.


역시, 짝사랑 상대에게 주는거니까 공을 들이는구나~하고, B를 제외한 모두는 거실에서 휴식.



잠시 후, 목이 말랐던 나는 주스를 마시고 싶어 주방으로 향했어.


간 김에 B를 놀래켜보려고 몰래 주방을 들여다 보았어.


하지만 B의 모습을 보고 바로 돌아와버렸어.


주스도 가져오지 않고 거실로 돌아와야 했어.





B가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서 늘어진 피를 그릇의 쿠키 반죽에 넣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섞고 있었던거야.






조금 밖에 넣지 않았는지, 나중에 완성된 쿠키는 평범한 모양이었지.


돌아갈 때에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인 B를 보고, A가 "어떻게 된거야?"라고 물었어.


"칼에 베어버렸어."라고 얼버무렸지만 말이야.


쿠키만드는데 칼 따위 사용하지 않는데도.




주술같은 걸까.


사랑하는 여자는 무섭네요.


다들 수제 초콜릿은 조심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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