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직장일로 늦어져,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나와 집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역 앞 광장의 한구석에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여있는 중심에는
"역(易: 점을 치다)"이라고 적힌 종이를 달아놓은 초등학교에서 사용할 법한 책상과 의자에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이런 지방의 낡아빠진 역에서 점을 보다니 처음 봤다.
그래도 손님이 모여있는걸 보니, 혹시 잘 맞는 곳인가?
조금 흥미가 생겨서 들러보기로 했다.
구경하고있는 것은 샐러리맨 풍의 사람과 학생같은 사람까지 2명이었다.
책상 위에 촛불이 하나 서 있고, 지금 점을 보고있는 것은 40세 정도의 예쁜 여자였다.
우선,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나 "여기는 잘 맞나요? 저는 이 역을 매일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점집은 처음 봤어요."
직장인 "···"
학생 "···"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학생쪽은 나도 알고 있는 S고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뭐야! 불친절하네!! 좀 답답했지만 점잖게 기다리기로 했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아직 첫 번째 여자도 끝나지 않았다.
상당히 길잖아.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별로 가려져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까이 가서 귀를 기울여 보았다.
여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까?"
점쟁이 "그래. 운명이니까"
여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까?"
점쟁이 "그래. 운명이니까"
나지막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뭔가 이상하다.
기분이 나빠져서 이제 그만 돌아가려고 뒤를 돌았더니, 방금까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직장인도 학생도 아무도 없었다.
어? 하는 사이에 역의 불빛이 사라져 어두워졌고 주변은 가로등의 불빛 만이 비춰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리고 점쟁이 쪽을 보자, 할머니도 여자도 사라져 있었고, 책상도 의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 자리를 떠나려 필사적으로 달려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역 근처 건널목에 경차가 돌진하여 부부와 아이 3명이 사망했다고, 신문의 지역 소식에 실렸다.
작은 기사라서 이름과 대략적인 주소정도 밖에는 게재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학교는 S고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