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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65th] 언니의 이변

레무이 2019. 7. 27. 05:48

언니의 모습이 요즘 이상하다.

식탁에 앉아 입을 활짝 벌리고 멍한 눈빛으로 시선을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목욕탕이나 자신의 방을 배회했는데, 요 며칠 간은 항상 부엌에 있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의 일이 사실이었던 것일까.

할머니는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나를 머리맡에 불러놓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그 아이(언니)도 불쌍하지만, 미움받으며 사는 네가 불쌍하구나. 할머니가 함께 데려 갈테니까 그때까지 참아보려무나."



언니와 나는 이복자매였다.

네살 어린 나는 부모님에게 귀여움 받았지만 언니는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십대 후반에는 집을 나가 남자와 동거를 시작했지만, 부모님은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하라며 필사적으로 만류했다.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경찰에서 문제가 될 때까지 방황했던 언니는,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아무 말도 듣지 않았다.


그 언니가 다시 집에 돌아온 것은 자신의 장례식 때였다.

심야에 남자의 차가 교통 사고를 일으켜, 동승하고 있던 언니는 즉사했다.

밤샘이 끝나고, 조객이 모두 돌아간 뒤, 가족끼리 지새운 날의 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한밤 중에 다다미 6첩 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깊게 주무시는 부모님을 그대로 두고 혼자서 방에 가보았다.

거기에는 언니가 드라이 아이스가 들어있는 관에 안치되어 있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십 년 이상 함께 살았던 가족이라서 좋은 시기도 있었다.

언니는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쯤부터 나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격렬하게 부딪힌 것은 어머니였다.

나는 언니가 싫지 않았다.

동경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좋아하는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생각했다.


언니는 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어서 얼굴 절반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래도 기적적으로 오른쪽 반은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직접 관 뚜껑을 살짝 열고 옛 모습이 뇌리에 떠오르는 찰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니의 닫힌 눈꺼풀이 열렸다.



흐릿한 눈동자가 천천히 나를 따라왔고, 입 언저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얼굴을 옆으로 눕히고 언니의 입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언니가 살아있다는, 그 기적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도 데려갈거야."



저주의 말이 언니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나는 놀라서 뒷걸음질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눈을 감은 채였다.



나는 부모님이 자고있는 방으로 돌아가 덜덜 떨었다.

새벽이되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환각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것이 환각이 아니었던 것을 알고있다.

언니는 내 앞에 때때로 나타나 노려보기도 하고, 슬프게 바라 보기도 한다.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말을 걸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언니는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언니가 최근 이상하다.

역시 할머니가 데려갔던 것일까.


언니의 모습이 스르륵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한밤 중의 부엌을 떠나려고 했다.

의자를 테이블로 되돌려놓고 뒤를 보니, 거기에 할머니가 있었다.




"지금 당장 이 집을 떠나거라"

할머니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아이는 너를 데려갈 생각이야."

내가 아연실색해 있는 사이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미안하다. 그 아이를 화나게 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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