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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사람을 저주하면 구멍 두 개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번에는 저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나는 어머니를 살인사건으로 잃었다. 살인범은 흔히 말하는 강도 살인. 카바쿠라를 다니며 놀 돈이 부족해서 저지른, 정말 자기중심적 살인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원한이라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안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 원한이라는 말 중에서는 최대임을 당시 초등학생인데도 느낄 수 있었다.

범인은 인근 편의점에 찍힌 폐쇄회로(CCTV)에서 단서를 찾아 일주일 만에 붙잡혔다.
살인범은 당연히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내 원한은 풀리지 않았다. 초등학생(판결 후 중학생)인 나에게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컸으니까.

어째서 엄마를 죽인 인간이 멀쩡히 살아 있을까. 어째서 감옥 안에서 살아있는 것을 허락받고 있는 걸까?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그놈을 살려두면 안 돼.

범인도 당연하지만 그놈에게 살아있음을 허락한 있는 인간들, 법률, 전부 용서할 수 없었다.

교도소 안에 들어가 있는 이상 내가 직접 손을 댈 수는 없다. 어떻게든 간접적으로 그놈을 죽일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다.

독살, 총살 따위는 중학생인 나에게는 입수 불가능한 데다가 감옥 안에 있는 그놈에게는 닿지 않는다.

저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저주를 시험하고,
저녀석이 죽을 때까지 계속하자.

그렇게 정했다.



거기서부터 틀려먹은거였다.




저주에 대해 알아야 했던 나는 학교가 끝난 저녁에 도서관을 몇 번이나 다니며 조사했다.

저주란 단적으로 말하면,

원한을 품고 주문을 외워라. (도구도 사용)
상대방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

클래식한 짚인형부터 해외의 저주, 여러 가지 알아봤다.
도달한 것은 염마원적법(摧魔怨敵法) 저주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최악의 저주였다.


방법은 아래와 같다.

①백단나무로 통을 만든다
②통 아래에 상대방의 이름을 쓴다
③상대편으로 지목한 인형을 부동명왕상에 밟히도록 한다
④밟은 인형을 통에 넣어 부동명왕상에 앞에 놓는다
⑤18도법(十八道法)이라고 불리는 행동을 한다
⑥인형을 꺼내 태운다

쉬울 것 같지만 어렵다, 당시 중학생인 나에게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부모를 살해당한 원한이 강해 어떻게든 이 저주를 실천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알 필요가 있었던 것은

·백단의 입수방법
·부동명왕상의 장소
·18도법의 방식

였다.



백단에 관해서는 조사하는 동안 대나무 통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근처 산에 떨어져 있는 마른 대나무를 톱으로 잘라 달라고 주문했다.
인형을 넣기 위해 마디를 남기고 잘라냈는데, 인형을 넣기 위해 마디에 구멍을 뚫는 것은 힘들었다.

부동명왕을 찾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부동명왕이 모셔져 있는 곳은 부동존이라는 절.
부동존은 알아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인근 산에 부동존이 존재하고 있었고 답사도 가봤고, 작은 부동상과 작은 사당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당신도 지도에서 부동존이라고 검색해보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문제는 18도법 시행 방법이었다.
여기서는 상세한 실시 방법은 생략하지만 어쨌든 복잡하고 절차가 많은 행법이었다.
간단한 흐름을 설명하자면, 명왕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깨끗이 하고 불상 주위를 맑게 하고 결계를 치고 대접을 하는 행동이다. 진언종 쪽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것은 나름대로의 어레인지를 더해가며 실천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준비는 되었다. 인형은 천과 면으로 간이 인형을 만들었다. 나는 여러 저주를 조사한 결과 강한 저주에는 피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저주로 어떻게든 그놈을 죽이기 위해 본래 과정에는 없는 내 피를 쓰기로 했다.
예로부터 코가 약해 쉽게 코피가 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코에 손가락을 찔러 손톱으로 마음껏 긁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피가 뚝뚝 떨어져 접시에 피가 고였다. 거기에 인형을 담가 피로 물들였다.
직접 해놓고 오싹한 걸 느꼈다.

조금 말린 다음 대나무 통에 이름을 쓰고 몸에 물을 끼얹었다.(신체를 정화 하기 위해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다음날 학교가 쉬는 금요일 심야. 아버지가 잠든 것을 확인한 1시경 자전거를 타고 부동명왕상으로 향했다.

이걸로 그녀석을 죽일 수 있어.

심야에 산에 가는 두려움보다 흥분과 설렘이 멈추지 않았다.



산은 어두워서 가져온 손전등을 들고 부동명왕의 사당으로 향한다. 산길이라 자전거는 입구에 두고 5분 정도 산을 올랐다.

예정대로 인형을 부동명왕상 다리에 세게 밀어넣고 "그놈을 죽여주세요." 하고 강하게 말을 꺼내고 바란다.
인형을 통 속에 넣고 사당 안에 넣었다.
이후에는 사당 주위를 청소하고 소금을 뿌리고 결계 대신 소금과 술을 담았다.
공양물을 놓고 10분 정도 저주를 퍼부으며 기다렸다.
산속이라고 하기도 하고, 고요한 와중에 들리는 바람소리, 나무소리에 조금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강하게 빌었다.
그리고 인형을 꺼내 사당 앞에서 라이터를 이용해 불태웠다.
이렇게 나의 저주는 실천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사당에 절하고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간절히 바라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범인의 죽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두근거림과 설렘이 섞인 감정으로 잠이 들었다.



별 일 없이 일주일이 지났다.
내 컨디션에 변화가 생겼어.

일단 혈변, 혈뇨.
밤에 배 주위에 위화감을 느껴 화장실에 갔고, 물을 내리기 전에 화장실 안을 보니 피투성이가 되어 있어 놀랐다.

별다른 통증은 없었지만 아버지에게 보고하자 곧바로 병원으로 끌려갔다. 비뇨기과에 갔더니 소변검사, 혈액검사, 스코프 등도 들어갔지만 결국 원인 불명으로 경과 관찰.

한동안 혈뇨는 계속돼 병원을 다녔지만 결국 한 달 정도 만에 혈뇨도 멈췄고 역시 경과 관찰로 일단락됐다. 이 시점에서 뭔가 안 좋은 예감은 들었다.

이어서 단골코스인지 모르지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학교는 자전거로 다녔는데 차가 가드레일을 향해 나를 끼우듯 돌진해왔다.
오른발 대퇴골 골절. 왼팔 요골과 쇄골 골절.

결국 잘 붙지 않아 신경장애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꿈을 꾸게 되었다.
자고 있으면 무수한 손에 발목이 잡혀 침대에서 끌어내린다. 처음에는 거기서 깨어났다. 일주일에 두세 번 꿈을 꾸게 되었다.

세 번 정도 끌려가는 꿈을 꾸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침대에서 끌어내린 뒤 산더미 같은 곳으로 엄청난 기세로 끌려가 큰 구멍 같은 것이 보인다. 그 후 큰 구멍을 향해 끌려가다 구멍에 빠진다. 깊이 떨어져 갔다.

이번에는 거기서 잠이 깬다.

모두들 어디선가 떨어지는 꿈을 꾼 적이 있지 않아? 저런 꿈을 일주일에 몇 번씩 꾸게 된다.

정상이 아니었다.


열 번째 정도일까. 구덩이에 떨어지는 곳에서도 꿈을 꾸게 되었다. 낙하하고 나서 조금 밝은 빛이 보인다. 뭐라고 생각하고 있자 열을 느꼈다.
불이었어. 불 속에 떨어져 불에 태워졌다.

완전히 지옥에 떨어지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한밤중에 불에 타서 잠이 깨다.

그런 날이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이것이 저주의 반동이라는 것은 어쩐지 이해하고 있었다. 저주를 내리기 전부터 약간의 위험은 각오하고 있었다. 내가 벌을 받게 되더라도 범인이 죽는 거라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저주를 실천했다.

그런데 범인이 감옥에서 죽었다는 뉴스도 나오지 않고 그런 연락도 일절 들어오지 않는다.

밤에 자는 게 무서웠고, 몇 번이나 울었다. 엄마를 보고 싶었고,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해. 나쁜 건 그녀석인데.
그놈이 다 부쉈는데.

저주가 나쁜 짓이었다면 사과하겠다고, 이번에는 신에게 뭔가 기도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어머니가 나왔다.
오랜만의 어머니 모습은 당시 그대로.
기쁘고, 그리고 외로웠다. 나는 울면서 엄마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왠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슬픈 듯이 웃으며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뜨거웠어, 불처럼.

그 순간 몸이 가벼워진 게 기억나.


거기서 눈을 뜨니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의 상쾌한 잠에서 깨어났다.


거기서부터는 꿈도 꾸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도와줬어.'하고 무척 기뻤다.

돌아가신 지 2년 된 어머니의 3주기,
어머니 성묘하러 갔다.

우리 집안에는 조상 대대로 무덤이 있는데 생전에 부부가 함께 무덤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씀을 꺼내곤 하셨다. 새로운 무덤을 만들고 있었다.(어른이 되어서 들었다)

어머니의 무덤은 세운 지 2년째임에도 다른 무덤과 비교해도 거무스름하고 몇 가닥 얇은 균열이 가 있었다.
아버지가 스님께 묻고 있었다. 어느샌가 갑자기 검게 변해 몇 번인가 닦아 주었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오염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내 대신에 지옥에 떨어졌어.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을 저주하면 구멍 두 개.
남을 저주하면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무덤을 두 개 준비해 둔다.
그런 뜻의 속담이다.


나는 범인에 대한 증오 때문에
저주에 손을 대 어머니를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모두들 아무리 괴로운 일, 슬픈 일, 미운 일이 있더라도 저주에 손대는 것은 절대로 그만두는 것이 좋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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