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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273rd] 오픈 하우스

레무이 2023. 1. 18. 23:54

이건 부동산 중개업소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인데.

오픈하우스라고 다들 알고 있어?
신축이라든가 중고라든가 단독주택이라든가 아파트의 한 칸을 주말에 개방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서 매수인을 찾는 이벤트야.
예전에 있던 회사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꼭 오픈하우스를 실시했거든.
그래서 방문객들에게 꼭 설문지를 써달라고 하거든. 형식상 일러스트카드를 선물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진짜 목적은 고객명단을 손에 넣기 위한거지.

언젠가 후배랑 동기랑 많이 쌓여있던 설문지를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작업을 시작한 거야.
그랬더니 후배 여자애가 말이야,

"어, 또 이 여자 왔네요."

라고 어떤 사람의 설문지를 꺼내온 거야.

정보 자체는 보통 여성. 50대 정도였나, 연락처랑 비고 빼고는 전부 제대로 물건에 대한 감상이나 선택지를 채워주고 있는 사람이었어.
하기야 연락처가 없으면 명단으로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점장에게는 혼나 버리는건 맞아.
하지만 물건마다 집계를 계속하다 보니 이상한 것을 깨달았어.

매번 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여자가 오픈하우스에 방문한거야. 그런데 셋 다 이 여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오히려 아무도 오지 않았던 오픈하우스에까지도 이 사람의 설문조사가 꼭 들어가 있다.

솔직히 기분이 언짢아서 그 여자 설문조사만 버렸어.


다음 주였나, 오픈하우스 끝나고 사무실에 왔는데, 사무실 책상에서 후배가 펑펑 울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한 장의 설문지를 이쪽으로 넘겨주는거야.
이 시점에서 안 좋은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뭐 예상대로 그 예의 여자 설문이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만 있었어.

설문조사는 대부분 마지막에 비고란이 있지. 자유롭게 의견 쓸 수 있는 공간 같은 거. 거기에 말이야...


"감사합니다, 여기로 정했어요"


라고.

결국 거기서 2개월 정도 오픈하우스 하다가 그 집을 다른 주인한테 잘 팔았는데.
주인한테 말했어야 했나, '먼저 맡은 사람'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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