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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275th] 방치된 물건 처리

레무이 2023. 1. 19. 18:08

전에 있었던 얘기인데.

부동산을 영업하던 중에 어떤 중고주택의 매입절차를 밟다가, 리모델링 업체와 함께 실내 상황 확인과 판매를 위한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러 갔어.
그 건물 자체는 흔한 2층짜리 중고주택으로, 상태도 꽤 좋으니까 금방 팔리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매각 이유는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흔한 이유였지.
그런데 그 건물에서 한 가지 이상한게 있었어.
2층 맨 안쪽 방 아마 창고로 쓰던 것 같은데 거기에 괜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캐리어 백이 놓여 있더라고.
집 안에는 다른 짐이 없는데 캐리어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왠지 이상한 분위기였어.

그런데 이런 회사와 한 개인이 건물의 매매가 성사되면, 기본적으로 돈 주고받기가 끝난 이후에는 건물에 짐이 남았어도 나중에는 어떻게 처리되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
방치된 물건 처리에 대해서 나중에 말썽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지.

그러니까 해체상이나 폐품 회수업자, 그 다음엔 부동산 중개인 같은 경우는 매입하거나 작업하는 집에 고가의 물건이 남아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사실은 안 되는데 묵인되는 곳도 많아.
그때도 업자가 그 캐리어 가져가서, 안을 열어서 확인해볼게요 했는데 따로 말리지는 않았어.
실제로 나중에 찾아보니까 꽤 고급스러웠던 것 같고 그러면 폐기하기도 아깝잖아.
그냥 잘 잠겨있으니까 그 자리에서는 못 열고 업체가 사무실로 돌아가서 공구를 써서 열어보겠다고 해서 차로 가져갔어.


그날 밤에 업체에서 전화왔어.
지금부터 캐리어를 공구로 열어볼건데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그런데 드륵드륵거리며 작업하는 업체랑 통화하다가 이상한 걸 깨달았어.
뭔가 '잡음'이 엄청나. 축제에 나가서 인파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랄까?
"누가 주변에 있어요?" 라고 물어도 아무도 없다고 하고, 그런데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잡음이 점점 심해져 가는거야.

그런데, 업자가 "조금 있으면 열려요."라고 말하자마자, 그 잡음이 순간 훅 꺼졌어.
핸드폰 전파가 혼선이 되나? 라고 생각한 다음에...


순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너무 무서워가지고 "그거 열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요." 말하려고 했는데,

"아, 열렸어"

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전화가 끊겨버렸어.
급하게 다시 걸었는데, 업체에 전혀 전화 연결이 안돼는거야.

다음날 출근하면 업체에서 일하는 장인한테 전화가 왔어.

"어제부터 사장님이 안보이는데 어디 갔는지 몰라요?"

그러더라고.
"미안하지만 몰라요." 이렇게 대답했어.
하지만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사라진 원인이 캐리어를 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는.

그 후 사장님은 실종으로 취급이 됐어.
남겨진 캐리어는 다른 물건의 폐기물과 함께 업체에서 처분한 것 같아.
"처분한 것 같아", 라고 하는 건 폐품 처리 업자가 그 캐리어에 눈독을 들여서 가져가지 않았다고는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이제 어느 브랜드의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시커먼 캐리어였는데 꽤 단단한 타입의 것이었어.

아무래도 열리지 않는 캐리어를 발견했을 때는 함부로 열지 않는 것을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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