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옛날에 겪었던 얘기를 해볼게.
나 말이야, 옛날에 공포만화 작가를 목표로 상경했었거든.
당시에는 밤 낮이 바뀌는 것을 한 달에 몇 번씩 반복하는 등 생활리듬이 끔찍 그 자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누군가 노크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문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위아래가 바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의 텍스처를 싹 바꿔놓은 것 같은 느낌.
발목부터 끝이 하나의 공으로 되어 있고, 머리같은 모양이 있다.
가슴부터 끝은 마치 다리처럼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신발에 가려져 잘 알 수 없었다.
잠이 덜 깼다고 생각한 나는 문을 닫았다.
잠시 후에 친가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로부터였다.
현지의 신주(?)로부터, "아들이 수상하니까 데려와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까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점심이 되기 전에 아버지가 차로 데리러 오셨다. 아버지가 "짐작 가는건 있나?"라고 물었다.
나 자신도 상당히 자각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취재나 자료 수집을 위해 수상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했기 때문에, "너무 많아서요."라고 대답했다.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친가에 돌아와서는, 액막이(?) 같은 것을 받았다.
하지만 그 자체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고, 30분 정도 지나자 이제 돌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약을 위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마셔라."하면서 신주라는 술을 건네받았다.
이미 해는 지고 있어서 신칸센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기차 안에서는 토속주나 맥주같은걸 사다가 술을 즐겼다.
정신을 차려보니 신주가 두 모금 정도 남아 있었다. 솔직히 이 사건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신주를 그만 마시려고 일어섰을 때 문득 앞 차량의 문이 열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보니까 눈알이 가득한 모아이 같은 게 문밖으로 나왔어.
이건 마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모금밖에 남지 않았지만 서둘러 신주를 들이켰다.
어느새 역무원 같은 사람이 옆에 달라붙어서 팔을 억누르듯이 제압당하고 있었다.
그야 옆에서 보면 술에 취한 민폐객으로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상경지의 가장 가까운 역에 있었다. 신칸센이 멈추는 역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돌아온 모양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입에서 술 냄새가 나지 않는 것과 신주의 내용물이 꽤 남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는 딱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부모님께 만화로 그려도 되냐고 물었는데, 액막이를 해준 사람에게서 "실체를 가질 테니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말하거나 문장으로 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하니까 여기에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