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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302nd] 10년 간격

레무이 2023. 2. 17. 16:53

직장에 파트타임으로 주부 K씨가 있는데 그 사람 얘기.

그 사람이 이 직장에 사무 파트타임으로 온 것은 4년 정도 전.
원래 정직원으로 15년 정도 사무직을 했던 사람이고, 일도 익숙해져 금방 직장에 적응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직장은 회사용 물건을 도매하는 도매업체였는데, 어느 날 전혀 모르는 중년 남성이 접수대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이 근무하고 있는데 만나고 싶다'라는 것이다.
이름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는데, 머리 모양이나 복장 등의 특징으로 K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이 여기 없다고 할까, 뭐랄까, 가면같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아는 사이라고 했고 보안이 엄격한 회사가 아니어서 바로 K씨를 불러줬다.

K씨가 나오자 그 중년 남성은 반기는 느낌으로 움직였는데, 하지만 눈이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할까, K씨를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눈만 좌표가 고정되어 있는 느낌.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여직원이 '아는 분이시죠?'라고 물었더니, K씨는 "어, 아는 사람? 어라? 어? 고객사 손님 아니야?"라고 가볍게 패닉에 빠져버렸는데, 그러자 중년 남성이 "밖에서 당신을 봤어요. 가지 않을래요?"라고 말하며 K씨를 데리고 나가려는 것이다.
그제서야 주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걸 깨닫고는, 여자들이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되돌려보냈다.

'뭐였을까요, 그 사람' 이런 얘기를 하다가, K씨도 침착해져서 '아, 벌써 10년이 지났구나'라고 의문의 발언을 했다.

분명히 말해서, 평범한 아줌마다. 모르는 남자가 직장에 몰려다닐 정도로 연예인처럼 생긴 사람이 아니다.


이 사건은 관리자의 귀에 들어간 듯 술자리에서 K씨가 화제가 됐다.
관리자도 무슨 일이 있을 때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정을 물었더니,

K씨는 가끔 낯선 남자에게 스토킹당하는 일이 있다.
게다가 왠지 10년 간격으로, 1명에게 스토킹당했다면 10년 동안은 아무 일도 없다.
연령적으로 다음 10년은 50대니까 다음은 없을 것이다.
스토커들은 옛날에 사귄 남자도 아니다.

라고 해서, 이 이야기는 일단 거기서 끝났다.


그래서 요즘 K씨와 친해져서, 뭐 오컬트판에 글 쓰는 나니까, 여름이고 한가한 시간에 괴담을 나누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물건 납품 등으로 영업업무를 하는 사람도 있어서, 단둘이 있었기 때문에,
꽤 활기찬 이야기가 되었고, 회사 창고에 귀신이 나온다든가 호텔에서 가위눌린 이야기라든지.
그랬더니 K씨가 "나 전에 이상한 남자 왔잖아. 그거말야, 좀 무서워."라고.
그건 스토커 따위 뭐가 무섭겠냐고 생각하며 듣고 있었더니, 보통 이야기가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스토커 피해가 시작된 것은 16세 때.
한밤중에 창문을 두드리거나 현관문 손잡이가 덜컹거리거나 현관에 말없이 서 있었다.
26세 때는 매복하고 있다가, 가는 곳마다 나타난다.
36세 때 편지나 성적인 것을 우체통에 넣고, 장난 전화로 스토킹 당했다.
그리고 46세에 직장에 찾아온거라고.


여기까지는 이전에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다~ 무섭네~ 그래도 남편이 있으니까 안심이네~~같은 이야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사실은 상당히 무서운거라서 말을 안 했는데 사실 6살 때부터 시작했어."
K씨가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4살 정도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중년 남성이 공원에 들어왔다.
그 남성은 아주 평범했고 남자아이도 아버지처럼 따르고 K씨도 신경쓰지 않고 놀고 있었다.
그랬더니 그 남자애를 데리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휘청휘청 다가와서는 무표정으로 손을 잡아당겼다는 것.
K씨는 처음에는 자기 아들과 놀게 하려고 끌어가는 줄 알았다는데, 남자는 공원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자기 아들은 모래밭에서 혼자 놀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아이가 없는 것처럼 정색하고 가면같은 표정으로 "가자, 어서."라고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니까 뿌리치고 도망친 모양이다.
이건 너무 무서워서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리지 못했대. 아이들은 정말로 무서운 것은 부모에게 숨기기도 하잖아.


"남자들은 나이도 얼굴도 체형도 다 제각각인데 말이 똑같아요. 다들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지. '가자라고'하니까 금방 알 수 있어. 게다가 생김새는 달라도 표정이 똑같아서 다들 정신이 나간 것 같고."

나도 봤다, 마치 눈만 좌표가 고정되어 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면같은 얼굴.

"36때 전화 같은 건 자동응답기에 계속 "가자, 가자, 가자"만 녹음되어 있었으니까."

K씨는 온 사람의 얼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전부 다른 남자인데 다 똑같은 얼굴로 보인다고.
저번에는 설마 직장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기습적이었지만, "가지 않을래요?"라는 말을 들은 시점에서, 10년마다의 그것인가, 라고 바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오컬트적으로는 요괴같은데 K씨를 좋아해서 10년마다 가까이 있는 남자의 몸을 빌려 K씨에게 맹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가자'고 해서 어디로 데려가려고 그러는걸까?

그리고 나는 56세 때도, 어쩌면 66세 때도 10년마다 픽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K씨가 따라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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