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건 얼마 전에 내가 들은 이야기.

"그러고보니 리나의 할머니 심령사진 봤어? 굉장했어!"

얼마 전에 휴일 출근 버스 안에서 여고생 2인조의 그런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심령계의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종류의 화제에는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예전에 내 친구가 그저 그림자를 심령사진이라고 떠들어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그것도 착각인가 뭔가 하는 그런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못 봤어~ 어떤 사진인데?"

아무래도 리나라는 아이의 집은 대가족인데 친척들도 많아서 모두 모이면 30명 정도의 인원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전쟁 이후에 여자 혼자서 아이들을 길러낸 엄격하신 할머니가 노쇠로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 장례식 때조차도 수 많은 친척들은 좀처럼 형편이 되지 않아, 그 장례식에 전원이 달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인 친척끼리 할머니를 마지막까지 모시고, 관 속에는 할머니가 무척 아끼던 보라색 기모노를 함께 넣어 불태워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1주기를 맞는 날, 모처럼의 기회에 친척들 모두가 모일 수 있도록 맞추었고, 당일은 친척 전원이 할머니 묘소에 갔다고 한다.
30명이나 모이면 그것은 벌써 대단한 광경이었고, 그중에는 몇년만에 얼굴을 보인 친척도 있었기 때문에, 다들 1주기를 기념해서 "모두들 모여서 다행이야! 분명 할머니도 기뻐하실 거야!"라면서 친척 전원이 할머니의 묘석 주위에 둘러앉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사진을 현상하자...
모두가 할머니 묘석을 둘러싸고 웃는 얼굴로 찍혀 있는 그 한가운데에
무척 아끼던 보라색 기모노를 입은 함박웃음의 할머니가 양 손에 브이(V)자를 그리며 찍혔다고 한다.

"뭐야 그거 무섭잖아~!!"
라고 여고생들이 떠들고 있는 가운데,
'뭐야 그 사진 보고싶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뜻밖의 따뜻한 이야기에 휴일 출근의 울분도 조금은 풀린 기분이었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02nd] 10년 간격  (0) 2023.02.17
[1301st] 누군가 두고 간 금고  (0) 2023.02.17
[1299th] 다치카와 화장터 근처 단독주택  (0) 2023.02.14
[1298th] 짧은 이야기 3개  (0) 2023.02.13
[1297th] 구로나가 씨  (0) 2023.0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