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1297th] 구로나가 씨

레무이 2023. 2. 12. 15:09

몇 달 전에 겪은 이야기.

그날은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도중에 전화가 왔다.
대학에서 알게 된 A군의 전화인데, 받아보니 A군의 오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구로나가씨가 날 죽일거야."라느니 "배신당했다."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분명히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았고, 아직 자기 집에 있는 것 같아서 일단 A군 집으로 차를 몰고 가봤다.

집 현관은 따로 잠겨 있지 않았는데 벨을 눌러봐도 반응이 없다.
안에 있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현관을 열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딱히 에어컨을 켤 계절도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 현관을 열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들어가자마자 추워졌다.
복도는 어질러진 흔적이 없었으니까 강도가 든 것은 아니었고,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기색은 없었다. 전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A의 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향했는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 이상한 냄새는 A군의 방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강해져 간다.
A군의 방 앞까지 와서 확신했다. 이거 뭔가 절대로 저지른 모양이다.

방문에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칼로 칼집을 낸 듯한 흔적이 있었다.
나무문인데 표면의 도장이 벗겨지고 그 안쪽의 나무가 깊게 도려져 있었다.
의외로 잠겨 있지 않아서 문은 순조롭게 열렸다.

문이 쉽게 열린 것에 비해서 열고 나서는 크게 후회했다.
방안은 심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부서진 의자며 책이 찢어진 페이지며 엉망진창으로 널려 있었다.
그 중심에는 배설물 투성이로 앙상한 A군이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었고, 부릅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구급차를 불렀고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가벼운 영양실조만으로 몸에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먼저는 A군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녀의 권유로 「구로나가 씨」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로나가 씨라는 것은 「코쿠리 씨」나 「사토루 군」과 같은 놀이의 일종으로, 성공하면 무엇이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구로나가 씨을 부르는 방법은 조금 번거로웠는데,

1. 소금물을 준비하고 방의 모든 문과 창문을 잠근다.
2. 휴대폰 또는 PC의 홈 화면을 검은색 단색으로 설정한다.
3. 게시판이나 SNS에 "쿠로나가씨 쿠로나가씨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글을 올린다.
4. 상대방이 "쿠로나가씨 쿠로나가씨, ○○(부르는 쪽)군이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써넣는다.
5. 1시간 기다린다.(2시간 기다려도 된다)
6. 그 후, 30분 이내에 상대방에게 "쿠로나가씨 쿠로나가씨, 감사합니다"라고 써 달라고 한다.(2시간 기다렸을 때는 15분 이내에)
7. 댓글을 확인하면 바로 소금물을 다 마신다. 이것으로 종료.

라는 것.


단,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서

1. 종료하기 전까지는 절대 홈 화면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
2. 종료하기 전까지는 절대 방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
3. 의식 도중에 그만둬서는 안 된다.

라고 한다.

그래서 A군이 부르는 편이 되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기다렸는데, 한 시간이 되어도 두 시간이 되어도 그녀의 글이 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고 홈 버튼을 눌렀더니 검은색으로 설정한 홈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바보잖아?

홈 화면을 보자마자 등에 차갑고 긴 지네가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견딜 수 없어서 벽이나 바닥에 등을 두드리며 날뛰고 있는데, 이번에는 누군가가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리고, 쫄아서 굳어 있었는데 문고리를 달그락달그락 돌리다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고 한다.
등에 차가운 벌레가 돋아나는 감각과 문이 뜯겨나가는 공포에 휩싸인 채로 꼬박 이틀이 지났다.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한다.
더 이상 한계라고 짐작한 A군은 아는 사람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기로 하고 가장 먼저 전화한 곳이 나였다고 한다.


A군이 퇴원하고 며칠 후, 나와 둘이서 그녀의 집으로 돌격했는데, 현관앞에서 이별 통보를 받고 둘이서 ( ゚д゚) 멍하니.
A군은 여자문제로 말이 많아서, 자주 여자관계로 말썽을 부렸었는데, 이번 건도 A군의 외도를 알게 된 그녀가 복수 차원에서 구로나가씨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일 A군의 집에 갔는지 물어 봤지만, 상황를 보러 집 앞을 지나간 적은 있어도 안에는 들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입원 중인 A군에게 병문안을 갔을 때 "어떻게 집 안에 들어왔어?"라는 질문을 받고,
평범하게 열려 있었다고 대답했더니, "그럴리가, 나는 잠궈놨는데!"라고 대답했다.

방의 문도 마찬가지로,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는 제대로 잠겨 있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몰라.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99th] 다치카와 화장터 근처 단독주택  (0) 2023.02.14
[1298th] 짧은 이야기 3개  (0) 2023.02.13
[1296th] 좌관  (0) 2023.02.12
[1295th] 매일 6시간 정도 잔업  (0) 2023.02.11
[1294th] 침실의 안쪽  (0) 2023.0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