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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322nd] 하루미의 최후

레무이 2023. 3. 16. 21:06

836 :첫 번째 밤: 2006/05/10(수) 13:23:57 ID:0zfG5UVO0
헤헤헤, 좋은 아침입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시네요.
오늘은 날씨가 안 좋은 것 같은데요. 그때도 마침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었지요.
아, 아니요, 이쪽 이야기예요. 어라? 듣고 싶나요? 아무도 그런 말 안 했다고요?
하하, 죄송해하네요. 저도 매일매일 힘들어서요.
솔직히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말이예요.
그럼, 어서 시간 때우기라도 하실 겸 읽어주세요... 헤헤헤.

벌써 10년 전쯤 되었을까요? 당시 저는 어느 지방의 한 허름한 스낵바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가게 아가씨 중 한 명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어요. 뭐, 흔한 이야기죠. 헤헤헤.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어요. 스낵바 사장님도 다른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뭐, 그 정도면 적당히 편하게 즐겁게 살았어요. 그런데 음, 일단은 하루미라고 할까요?
하루미는 꽤나 도박광이었어요. 파칭코, 경마, 경정, 경륜, 포커, 마작, 뭐든지 다 하는 사람이에요.
이거 이기면 좋은건데, 도박에 약했거든요. 도박에도 재능이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빚더미에 올라앉았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일하면서 갚아 나갔어요.
어? 저는 어떻냐고요? 저는 말이야, 도박 같은 거 안하는 성격이예요.
그런 이길지 질지도 모르는데에 큰돈을 걸 수 있겠어요? 의외로 실속파거든요. 헤헤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동거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드디어 둘 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어요.
궁지에 몰린 하루미는 빌려서는 안 되는 곳에서 돈을 빌려버렸어요. 뭐, 야쿠자 같은 거죠.

어느 날 밤, 아파트에 둘이 있을 때 남자 두 명이 찾아왔어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아시겠지만, TV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와 똑같아요. 웃음이 나올 정도로 똑같아요.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유흥업소에 쳐넣어 버리겠다"는 협박입니다.
그런데도 하루미는 "일주일, 한 달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미루고 또 미루면서 일했어요.
어? 저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야쿠자잖아요? 그런건 질색이예요.
뭐? 동거하고 있으면서 그런 건 좀 아니지 않냐고요? 하하, 맞아요.
하지만 여러분도 막상 저와 같은 환경에 놓이게 되면 알 수 있을 거라고요.





837 :두 번째 밤: 2006/05/10(수) 13:25:14 ID:0zfG5UVO0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아파트에 추심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조금 다른 모습이었어요.
간부라고 하나요? 높으신 분이 오셔서요.
하루미와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후, "네가 남자친구냐?" 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여기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죠.
인정하면 "네가 그 녀석의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있겠냐" 라고 묻습니다.
그럴 리가 없죠. 그 무렵에는 빚이 1억 원 가까이로 불어난 상태였으니까요.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아, 지금 생각해보면 키타무라 카즈키를 닮은 꽤 잘생긴 사람이었죠. 아, 헤헤, 죄송합니다.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그 남자가 "그럼 이 여자는 우리가 받아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구나, 이미 포기한 상태였어요. 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말했어요.
뭐야? 귀신? 악마? 짐승? 하하하, 맞아요.
하지만 물장사라는 건 마음을 죽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하루미를 사랑했다면 모를까, 저는 솔직히 몸에만 관심이 있었거든요.
어? 역시 짐승?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런데도 남자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앞으로 그 여자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이걸 받아라."
그러면서 저에게 부풀어 오른 봉투를 내밀었죠. 정확히 천만 원이 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싫지 않습니까? 야쿠자로부터 돈을 받다니.
잘못하면 나중에 그때의 천만 원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겠다, 뭐 이런 말을 들으면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그 간부가 데리고 온 깡패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저를 찍었어요.
그리고 그 간부가 "이 돈을 안 받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더라고요.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싶었죠. 마지못해 받았어요.
그리고 "앞으로 오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이 있으면 네가 세상 어디에 있든 찾아내서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하루미는 유흥업소에 들어가는게 아니라 다른 일에 쓰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더 비참한 일에.





838 :셋째 밤: 2006/05/10(수) 13:26:40 ID:0zfG5UVO0
하루미는 어느 정도 옷과 기타 여러 가지를 여행용 가방에 넣고는 그대로 끌려갔습니다.
헤어질 때에도 제 쪽은 보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요. 꽤나 씩씩한 여자예요.
혼자 남겨진 아파트에서 저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스낵바를 그만두고 어디론가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싫어요. 야쿠자에게 알려진 아파트라니요.
문득 하루미가 사용하던 거울대가 눈에 들어왔어요. 리본이 달린 상자가 놓여 있었어요.
열어보니 예전에 제가 갖고 싶었던 시계였어요.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이구나.
이런 저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하루미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 그래서 야쿠자 사무실에 하루미를 되찾으러 갔냐고?
하하하, 이건 영화가 아니니까. 이것은 현실의, 실존하는, 실의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다음 날, 바로 스낵바를 그만둔 저는 천만 원을 자금으로 이사하기로 했어요.
최대한 멀리 가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 제가 살던 명란젓으로 유명한 도시에서 눈 축제로 유명한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그곳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고자 했던 거죠.

살 곳도 구했고, 한숨 돌렸으니 다음에는 일자리를 찾아야죠.
물장사는 이제 지겨워서 다른 일을 찾던 중에,
야행성인 저에게 딱 맞는 야간 경비직이 있었어요.
면접을 보러 갔다가 나중에 채용되어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그로부터 약 10년. 싫증을 잘 내는 저로서는 드물게 한 직장에서 계속 일했습니다.
어? 하루미 얘기 말이예요? 가끔씩 생각나곤 했어요. 그 시계는 계속 차고 다녔어요.
북쪽 나라에 와서 새로운 여자가 생기기도 하고 안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즐겁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살았어요.
저, 이렇게 생겼는데도 가끔씩은 가와사키 마요를 닮았다는 말을 듣곤 해요.
어? 아무도 안 물어봤다고? 캬바레 아줌마의 아첨? 하하, 실례했습니다.





839 :넷째 밤: 2006/05/10(수) 13:28:25 ID:0zfG5UVO0
그래서, 불과 한 달 전 쯤의 이야기입니다. 동료 M이 "엄청난 동영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뒷골목의 AV인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녀석에게 몇 번 빌린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랬더니 M이 "스너프 비디오라는 거 알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도 인터넷이나 이런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틈틈이 보면 꽤 많이 보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지식은 있었어요. 해외 사이트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실제 사고 영상, 시체 사진 같은거...
그래서 "어떤 경로로 입수해서 오늘 가져왔는데, 볼래?" 라고 M이 말하는 거예요.
자정 3시쯤 쉬는 시간이었으니까, 뭐, 심심풀이 정도는 될 것 같아서 보기로 했거든요.
저는 어차피 가짜일 거라는 의심이 들었지만요.

비디오를 데크에 넣고 M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젊은 알몸의 여자가 넓은 우리 안에 누워 있었어요.
머리카락도 아래쪽 털도 모두 매끈하게 면도되어 있었습니다.
약에 취해 움직일 수 없는 건지, 눈동자만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미였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곧이어 거대한 아나콘다가 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뭔가 굵은 튜브 같은 것을 통해서요.
과장하지 않아도 10m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것은 천천히 하루미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M이 대단하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저를 힐끗힐끗 흘끗힐끗 쳐다봅니다.
그것은 천천히 거대한 몸체를 흔들며 하루미의 몸을 휘감았습니다.
성대나 혀도 다친 걸까, 하루미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습니다.
'빠각빠각' 야채 스틱을 두 동강 낸 것 같은 소리가 났습니다.
하루미의 몸이 마치 연체동물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그것이 그제서야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하루미의 미끈미끈해진 머리를 삼켜버렸어요.
M은 "이제부터가 오래걸리더라고"라고 말하면서 빨리 감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하루미의 머리를 다 삼키자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이번에는 어깨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몸통에 도달하자마자 테이프가 끝났어요.
"이어지는게 두 개가 더 남았어."라고 M이 말했어요.
"이제 됐어"라고 말하고 저는 도망치듯 건물 순찰로 돌아갔습니다.





840 : 다섯 번째 밤: 2006/05/10(수) 13:32:52 ID:0zfG5UVO0
그 다음부터 말입니다만, 항상 같은 꿈을 꿉니다.
하루미의 얼굴을 한 큰 뱀이 저를 휘감아 조여오는 거예요.
그리고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머리부터 하루미에게 삼켜지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지만, 반대로 이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어요.
하루미의 뱃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저는 마치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간 듯한 안도감마저 느껴졌거든요.
어? 그 비디오는 어떻게 됐냐고요? M에게서 제가 사들였어요. 그것도 월급 몇 달 치를 털어서 말이예요.
3편까지 다 보고 조금 울고 난 후, 저는 그 비디오들을 모두 부숴버렸습니다.





841 :밤샘: 2006/05/10(수) 13:34:02 ID:0zfG5UVO0
그래서말인데, 심야에 일을 하다 보면, 하루미가 느껴져요.
빌딩 등 실내를 혼자서 돌아다니는 거잖아요? 그러면 뒤에서 철썩철썩 발소리가 들려요.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다시 걸음을 내딛으면 젖은 걸레가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철썩철썩 소리가 들립니다.
하루미인가 싶은데,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느껴지는 것은 기척과 발자국 소리뿐.
그런 일이 며칠 동안 계속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버렸어요.
지금은 현재 휴가라는 명목으로 일을 쉬고 있었습니다.

3일 전의 일이예요. 드디어 하루미가 나타났어요.
한밤 중에 집 침대에서 멍하니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눈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담배 연기인가 싶었는데, 움직임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가 흔들흔들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바로 하루미였어요. 이미 녹아내려 뼈가 부서진 온몸을 마리오네트처럼 흔들고 있었고,
아직 남아있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움직이고 있지만, 혀가 없는 건지 성대가 뭉개진 건지, 소리 없는 목소리로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하루미는 사라져 버렸어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요실금과 변실금을 하고 있었어요. 하하하,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다음 날 밤에도 하루미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하루미에게 저주를 받아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루미가 다시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부분도 있었어요.
역시나 하루미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는 달려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시계, 시계, 시계, 시계 고마워, 그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해, 시계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시계는, 시계는, 시계는......."
반쯤 미친 듯이 저는 계속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자 하루미가 부러진 목을 힘차게 내 쪽으로 가까이 하며 말했습니다.
뚝뚝 끊어지는 말이었지만,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어."

오늘도 밤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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