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슬슬 연말, 여행 시즌이 다가오니까 내가 경험한 여행지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하나.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교토에 갔다.
저녁식사, 목욕도 끝나고 료칸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바로 옆방에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놀러 갔다.

우리는 카드놀이, 화투 등 한바탕 놀다가 지겨워질 즈음, 누군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방의 불을 끄고 중앙에 10명 정도 모여서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2명, 3명... 4명 이야기가 이어졌고, 다음은 A의 차례였다.

 

"싸구려 여관이나 수학여행 때 쓰는 방은 대부분 있잖아!
 액땜을 위해 부적들이 그림이나 거울의 뒷면, 벽장 안에 붙어있다고 하더라.
 찾아보자!"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있으면 재미있었고, 무엇보다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거울 뒤, 옷장 안은 물론이고 TV 밑 등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방에서 시작된 베게싸움이 전염되어 이 방에서도 베개싸움 대회가 시작되었다.
점점 흥분해서 이불을 던지고 프로레슬링 놀이를 하며 수학여행의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

조금 놀다가 지칠 때쯤, 한 남자가 천장에 있는 점검구를 발견했다. 점검구가 뭔지 알아?
천장 뒤편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보통 집이라면 화장실 쪽 천장에 붙어 있는 것 말이다.
그곳의 여관에는 왜인지 방 가장자리 천장에 붙어 있었다.
A는 나쁜 놈은 아니었지만, 좀 행동력이 지나친 타입이었다.

"야, 여기도 들어가 보자! 옆방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곳, 밀실 공포증인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다른 녀석들도 피곤하고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뭐야, 그럼 내가 들어갈테니 나를 들어올려줄래?"

3명이 2단으로 아래를 받쳐주어 A가 점검구를 열었다. 부드럽게 열리긴 했지만, 먼지가 펑펑 쏟아져 나왔다.
아마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열린 그 너머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거 뭐야?"

A가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말하고 있다. 안이 밝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A가 목소리를 내뱉었다.


"야, 뭔가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A는 양손을 구멍에 넣은 채 쪼그리고 앉으면서 머리만 어둠 속에서 꺼냈다.
구멍이 작아서 손에 들고 있는 것과 머리를 동시에 꺼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손을 천천히 어둠 속에서 밝은 이쪽으로 꺼냈다.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보이자 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천장은 어두웠기 때문에 A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그것을 가져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A가 천장에서 발견한 것은 붉은색 무늬가 있는 일본 종이로 만든 종이접기 인형. 부적. 그리고 작은 빨간 책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놓여 있었기 때문인지 인형의 표면은 먼지로 까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부적은 간신히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낡아 있었다.
작은 빨간 책은 포켓사전 정도의 크기였고, 검붉게 변색된 표지에 무슨 글씨가 적혀 있었다.
A는 놀라서인지 일부러인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던져주었다.
물론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았고, 책은 다다미 위에 툭툭 떨어졌다.
인형은 일본 종이로 만들어진 탓인지, 펄럭이며 방 구석으로 떨어져 나갔다.
한 손과 발은 다다미에, 다른 한 손은 벽을 짚고 우연인지 아닌지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부적도 펄럭이며 인형의 뒤를 따라 다다미에 떨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인형이 A를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A는 받쳐주는 아이들에게서 뛰어내려 다시 인형을 손에 들고 우리한테 다시 던졌다.
아마 자신도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무마하기라도 하듯, 조용해진 그 방에서 반쯤 웃으며 인형과 책을 던져댔다.
A 외에는 아무도 말을 나누지 않는다. 굳은 표정으로 인형과 책에서 도망치는 우리들.

B "그거, 젠장, 다시 돌려놔!"

모두들 "응, 응"

드디어 B가 입을 열어 그것들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자고 제안했다.
A 역시 바로 원상복귀에 동의했다.

A는 인형과 부적과 책을 집어 들고 가볍게 먼지를 털며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천장에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긴장도 풀리고 취침 시간도 가까워져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옆방으로, A는 아까까지 놀던 그 인형이 있던 방으로.


곧 소등시간이 지나고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며 방의 불을 끄게 했다.
방 입구 문이 조금 열려 있어 복도 쪽의 불빛이 들어왔다.
아마도 떠드는 학생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복도를 바삐 오가는 탓탓...발소리가 들린다.
복도의 불빛과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방금 전의 인형 사건을 잊어버리고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다.

탓탓... 탓탓... 탓탓... 탓탓...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졸기 시작했고,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들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쿵!"하고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꿈인가 싶어 두근거리며 두 번째 소리가 들리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아마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곧이어 "쿵! 쿵!" 첫 번째 소리만큼이나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비명소리가 들린다.


'쿵'하는 소리와 비명소리는 아무래도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복도에서 S선생님의 "무슨 일이야!" 라는 목소리와 A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우리는 황급히 방을 나와 옆방으로 달려갔다.
방 안은 엄청난 광경이었다.
A는 눈을 부릅뜨고 벽을 향해 팔다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벽에서 나오는 무언가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A "그만해! 오지마! 오지마!"

S선생님 "이봐, A, 정신 차려!"

A "손! 손! 손이! 벽에서 손이~~~~~!"

곧 다른 선생님들이 달려와 A를 제압했다.
A는 붙잡혀 있으면서도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었다.
보고 있는 우리도 무서워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S선생님 "어이! 구급차를 불러!"

누가 구급차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구급대원이 들것를 들고 들어왔다.
들것에 실려서 묶였는데도 A는 계속 난동을 부리고 요실금까지 하고 있었다.
그대로 구급차로 옮겨졌다.


S선생님 "어서, 이제 다들 자자! 저 녀석은 나쁜 꿈이라도 꾼 거겠지..."

라며 학생들을 방에서 내쫓고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자라고 했다.

물론 그런 걸 봤으니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우리들은 방으로 돌아와서 다들 잠잠해졌을 때쯤 S선생님을 불렀다.
그리고 A가 작은 방에서 인형 등을 찾아서 던지거나 가지고 놀았다고 말했다.
S선생님은 "그런 건 상관없어. 저 녀석은 몽유병인가 뭔가 하는 거겠지. 너희들도 신경 쓰지 말고 자.
 일단 여관 주인에게 그 천장에 있는 인형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아줄게."
라고 말하고는 바로 방을 나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무서워서 벽이나 천장을 볼 수 없어 덜덜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을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 물론 A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방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리 반 학생들은 모두 모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모이는 장소는 A가 있던 방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이미 계셨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가장자리부터 차례대로 정좌를 시켰다.
나는 어제 일로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방에 들어가고 난 후, 여관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흰 옷을 입은 신주님 같은 사람이 세 명이나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합장하고 눈을 감으라고 했고, 시키는 대로 경전 같은 것을 외웠다.
액막이 같은 의식은 2시간 정도 이어졌다.

그 후 아무 일 없이 수학여행은 끝났지만, A는 수학여행에 복귀하지 않았다.


학교가 시작되어도 A는 돌아오지 않았다.
담임의 말에 따르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정신이상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A의 집도 이사를 가버렸고, A의 행방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누가 구급차를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구급차가 오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구급대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구급차에 동행하지 않았다.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인형과 부적과 책이 있었는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 구급대원은 사람이었나?


벌써 20년 전에 있었던 실화.

읽어주신 분들께 장황하게 감사드린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26th] 달인  (1) 2023.03.24
[1325th] 할머니의 인형  (1) 2023.03.22
[1324th] 끌어들이다  (0) 2023.03.22
[1323rd] 하자 물건  (0) 2023.03.16
[1322nd] 하루미의 최후  (0) 2023.03.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