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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의 겨울.
아침부터 동아리 부실에 있는 코타츠에 들어간 채로 움직이기가 싫어져, 나는 빨리도 오늘 강의를 땡땡이 칠 것을 결심하였다.
몇 명이 번갈아 들려서 편의점의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나타나 코타츠에서 몸을 데운 뒤에 나가버렸다. 곧 나 혼자가 되어 나도 역시 강의에 나갈까하고 생각하였지만 창밖을 보고, 겨울 하늘에 목을 움츠리며 다시 한 번 코타츠에 깊숙이 잠겨드는 것이었다.
졸음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그 자세인 채로 손을 뻗어 머리 위쪽에 있는 선반을 뒤져서, 옛날 동아리 노트를 꺼내 읽는데 빠져들었다.
문득, 선반 끝에서 노트가 아닌 소책자를 찾아내었다. 천천히 잡아 꺼낸다.
‘추적’
이라고 하는 제목이 표지에 붙어있다. 뭔가 꽃을 형상화한 문양 같은 일러스트가 더해진 그것은 아무래도 개인이 스테이플러로 찍어 만든 동인지 비슷한 것 같았다. A4 재생지로 60페이지 정도의 두께다.
펄럭펄럭 넘겨보자 안쪽은 글씨뿐이었다.
……한밤중에 내 집 위를 거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거인은 무게도 없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내지 않고 투명해서
절대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뒤편의 숲에서 거리의 빛이 흐릿하게 빛나는 쪽으로
조용하게, 조용하게 걷는 것입니다.……
단편소설인 것 같았다. ‘거인’이라고 하는 제목이 붙어있다. 나는 몇 페이지인가를 넘겼다.
……공원에서 놀고 있던 여자아이를 납치한 것은 애완동물인 개가
죽어서였다.
집 지하실에서 기르기 시작하였지만, 조금도 길들여지지 않은 눈을
망가뜨려 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완전히 순종적이 되어 애완동물로서 적절한 태토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 일을 나가기 전과 돌아온 후에 주었다.
출입구는 하나뿐. 내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닫혀있는
문.
소녀에게 이름은 없다. 나는 애완동물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2년이 지났다.
문득 생각나 지하실 벽에 전망창을 설치했다.
물론 그냥 장식이다.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창 너머는 바다에요’……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책자를 덮었다. 방금 전과 다른 이야기 같아보였지만, 그 뒤에 유쾌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또 페이지를 넘긴다.
오늘도 사람과 비슷한 것을 찾아 돌아다닌다.
사람과 비슷한 것은 사람인척 한다.
사람처럼 먹고 사람처럼 일하고
사람처럼 웃고 울고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 비슷한 것을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터널에서,
학교에서, 빌딩 안에서, 그리고 때때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찾아내어 그녀석의 귀에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이 아냐’
그러면 사람과 비슷한 것은 녹진녹진하게 녹아들 듯 사라진다.
흔적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 마을도 제법 한산해졌다.
앞으로 네 마리의 사람과 비슷한 것이 있겠지.
빨리 나도 혼자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아무도 내 귀에 비밀의 말을 속삭이는 게 불가능해지니까.
이것은 짧았으므로 전부 읽었다. ‘사람 비슷한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전부 기분 나쁜 이야기뿐이다. 이런 책자를 스스로 만들려고 했던 사람은, 엄청나게 어두운 녀석이겠지.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판권장을 보았다.
발행일은 2년 전이다. 발행자는 ‘카이=로아나크’였다.
‘로아나크섬의 괴이’에서 따온 것 같았는데, 과연, 취향을 알 것 같았다.
이런 걸 만들법한 선배를 떠올리며 천장을 본다. 그러자 한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동아리에 거의 나오지 않는 여성으로, 가끔 와있다고 생각하면 가지고 있는 노트북으로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서 훔쳐보려고 하여도 ‘변태’라며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그 사람인가하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페이지를 넘긴다.
‘추적’이라고 하는 표제작 같은 것을 책자 중반 정도에서 발견해 손을 멈춘다.
동아리 부실에서 강의를 땡땡이치고 뒹굴 거리던 남자가, 낡은 책자를 책장에서 찾아 꺼낸다라고 하는 장면이 첫 부분이다. 꺼낸 책자의 제목은 ‘추적’.
아아. 메타구조로 되어있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읽었다.
발행일은 2년 전이다.
문장 중 그 부분에서 오싹하고 등줄기를 지나는 것이 있었다. 제목이 같은 건 그렇다 치자. 상황이 닮은 남자가 나오는 것도 뭐, 전형적인 한심한 학생을 생산해내는 동아리의 체질을 생각한다면 우연의 범위이다. 그렇지만 판권장의 발행일이 ‘2년 전’이라고 하는 건 대체 어떤 일일까. 조금 두근거리며 계속 읽는다.
소설은 그 뒤에 실종된 동아리 선배의 흔적을, 작품 안 작품인 ‘추적’에서 발견한 주인공이, 당황하면서도 그것에 의지해 거리에 수색을 나선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실종된 동아리 선배가 누구인지 자세한 묘사는 없다. 단지 그것이 실종된 동아리 선배의 있는 곳을 계시하고 있다고, 왠지 주인공은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해서 전혀 독자를 의식하고 있지 않은 문장이다. 전혀 재미있지도 않았다.
전혀 재미있지 않아서 오히려, 불길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다음 페이지를 펼치지 않는 편이 좋아.
그런 문장이, 좌측 페이지 끝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개와는 관계없는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찍혀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춘다. 주인공이 처음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으면 모른다. 마음의 준비라는 게 뭐지?
페이지를 넘기던 손이 굳어진다. 싫은 에감이 든다.
다음 순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문을 열고 미끄러지듯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책자의 저자라고 추측되는 여성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이 아니다.
껍데기에서 반쯤 나온 달팽이처럼 이상한 모습인 나와 코타츠를 한번 보더니 그녀는, 그 사람을 보지 못했냐고 묻는다. 그 사람이라는 건 그녀의 연인이며, 내 오컬트 스승이기도 한 동아리 선배밖에 없다.
여기에는 오지 않았어요라고 답하자, ‘그래’라고 말해놓고 나가려고 했다. 나는 당황해서 들고 있던 책자를 펼쳐서 이걸 썼나요라고 물어보았다.
순간 눈을 크게 뜬 뒤에 “떠오르지 않는 이유를 알았어”라고 말하며 이쪽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감이 날카롭다는 표현으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치 예지능력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에드거=케이시처럼 예지몽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눈을 뜨면 그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일상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그것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미래를 떠올린다’라고 하는 기묘한 표현이 되어버린다.
언제였던가 길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는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하늘은 맑았는데.
나도 서둘러 편의점에 달려가 비닐우산을 샀다. 분명 갑자기 날씨가 바뀔 것이 틀림없을 테니.
그런데 한참 있어도 비가 내리지 않아, 결국 비닐우산은 쓸모없어졌다.
다음 날 우연히 그녀와 만나, 그것을 비난조로 말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거, 양산.”
힘이 빠졌다. 자신의 바보같음에 웃어버렸다.
그렇지만 그 날 뉴스에서 전날 자외선양이 작년 최대치를 기록한 날보다 더 많았다고 하는 걸 듣고, 놀랐다.
그녀는 실로 신비한 사람이었다.
“이 책, 어디서 꺼내온 거야.”
열려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그녀는 “그런 곳에 있었구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만든 것도 잊어버렸어”라고 말했다.
최근에 스승과 연락이 되지 않아, 라고 하는 그녀.
예? 라고 나는 되묻는다.
그를 찾고 있는 데 찾지 못하여, 이상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제부터 무엇이 일어나려고 하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최근 그를 보지 못하였다. 들어보니 전화도 안 되고 차는 있는데 집에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 원인이 이 책에, 라고 그녀는 가리켰다.
나도 모르게 떨어뜨릴 뻔했다.
“그 날 일어나는 거라면, 전 날 밤에 봤을 거야.‘
그렇지만, 그녀는 계속했다.
말하자면 경험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정보는 사전에 알게 되는 것이다. 똥을 밟을 뻔한 적에는 2일전에 알았고, 카레 우동의 국물이 튀었을 때는 3일 전에 보았다. 골절될 뻔 했던 때는 2주전……같은 느낌이다. 애초에 반드시라는 건 아니다. ‘전조’가 일어나는 것은 몸이 나쁠 때가 많다는 것 같다.
너무 빨리 ‘떠올라’버리면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 잊어버린다.
“별로 도움은 안 되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나같은 범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다.
“그거 반쯤은 비망록이니까.”
라며, 그녀는 책자를 다시 한 번 가리킨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스승의 행방을 모른다고 하는 이 사태를 2년 전에 예지해버렸으니까 지금은 감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까먹어버렸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조금 웃었다.
나는 다시 독극물이라도 만지는 심정으로 그 책자를 펼쳤다.
“‘추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제부터 스승을 찾아 나선다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자 그녀는 “따라 갈래”라고 주장했다.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녀가 2년 전에 알아버렸다고 하는 그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나는 책자를 들고 방을 나선다.
겨울의 추운 날씨도 지금은 힘들지 않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다음 페이지를 펼치지 않는 편이 좋아.
라는 문자를 세 번 마음속에서 읽고,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일단, 게임 센터인 모양입니다.”
실제 있는 장소의 이름이 나온다.
나와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거기로 향한다. 시내에 있는 커다란 게임센터다.
안에 들어가, 한번 훑어봤지만 스승은 없다. ‘추적’에서 주인공이 스티커 사진을 찍는 묘사가 있었으므로, 일단 코너에 가보았지만 젊은 여성들이 바글거려서 주눅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더 읽어보니, 결국 게임 센터에서는 실마리가 없었다고 하니까 무의미하다고 나는 말했지만 그녀는 “써 있는 대로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
그 때, 이제와서야 말하는 거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부분을 읽는 게 빠르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지만 그녀가 “그런 걸 했다고 쓰여 있어?”라고 말해서 고개를 저으며 포기한다.
불길한 예감에 두근거리며 나는 나대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연속해서 계속 같은 멤버로 스티커 사진을 찍는 여고생들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대기열에 서 있다가, 마지막에는 그녀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추적’에서는 주인공에게 여성 일행이 있다고 쓰여 있지는 않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나온 스티커를 힐끗힐끗 보면서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 모르는 채로 다음 장소를 확인한다.
“다음은, 잡화점입니다.”
게임 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다.
젊은이가 북적거리는 거리이지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자전거를 멈추고 캐쥬얼샵 주변에 자리 잡은 아담한 지하상가로 내려간다.
들은 적이 있었지만, 오는 건 처음이다.
패션에는 관심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여하간 유행하고 있는 잡화점 같았다. 동서양이 섞인 다양한 아이템을 흘끗흘끗 보면서 스승을 찾는다. 그렇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번 점원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지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잡화점에서도 역시 실마리는 없었다.
한숨을 쉬며 ‘추적’을 덮는다.
일행이 보이지 않아서 찾아보니 가발 코너에 있었다. ‘위그’라고 정정해주었지만, 다른 점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뒤에, 피가 튀어있는 것 같은 디자인의 뿅망치가 마음에 들어, 한참 동안 나를 기다리게 한 다음 결국 다른 걸 산 것 같았다.
가게를 나올 때, 게임 센터 때도 느낀 위화감이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친다.
“다음은……찻집입니다.”
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지구방위군이라고 하는 이상한 가게명이 나오지만, 나도 그녀도 알지 못하여서, ‘추적’의 묘사를 기반으로 하여 그것으로 생각되는 길목을 어슬렁거린 결과, 겨우 빌딩 창에 그 이름이 써져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오래된 빌딩의 모르는 가게에 들어갈 때는, 가게가 위층에 있을수록 더 두근거린다.
입구 문을 열자, 역시라고 해야 하나 장난기가 다분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피규어나 인베이더 게임, 그리고 만화가 가게 안에 가득히 늘어져있었다.
여하간 가게 안을 둘러보았지만 단골같은 손님이 몇 명 있었지만 스승은 없었다.
실망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약간이라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배가 고픈 상태여서 라면을 주문한다. ‘흔적’에서 주인공이 주문하는 걸 읽었으니까 메뉴도 보지 않고 말했는데 진짜로 있었던 모양이다. 눈앞에서 봉지 라면을 마스터가 뜯었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기다리는 동안 어디선가 그녀가 찾아온 검은 수염 위기일발로 놀면서 검은 수염이 날아가면 이긴 건지 진건지 의견 차이 때문에 실랑이를 하고 있자니 ‘날아가면 이긴 거야’라고 말하며 마스터가 라면을 테이블 위에 놓고 갔다.
먹기 시작하자 발밑에 고양이가 와서 부비기 시작한다.
어떤 가게인거야.
다 먹자 그릇이 아무리 봐도 절구 사발인 것을 지적하지 않고 마스터에게 말을 건다.
“아, 그러고보니 3,4일전에 왔었어.”
역시 스승은 단골이었나 보다.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군.
“일행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문득 흘린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아니, 그렇지만 잘 기억이 안나.”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추적’을 확인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포기하고 가게를 나온다.
문을 닫을 때, 가게 안쪽에서 당구공이 튕기는 소리다 들렸다.
“다음은.”
이라고 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발이 멈췄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다음 페이지를 펼치지 않는 편이 좋아.
몇 번 정도 이 문장을 넘기자, 다음 페이지에는 제법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전개가 있었다.
“다음은 볼링장인가.”
또 자전거를 탄다.
이 시점에서 그녀에게 내 추측을 말할까 고민하였지만, 표정을 바꾸지도 않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돌아보고는 그만둔다.
역시 그녀는 어렵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전거에서 내려 몇 번인가 온 적이 있는 볼링장에 들어간다.
“게임은?‘
“여기서는 점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하나 봐요.”
조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흘끗 보며 카운터로 향한다.
“아아 아마도 알 것 같아요.”
스승의 이름을 말하자, 바로 조사해주었다. 금발의 젊은 점원이었다.
손님의 프라이버시같은 것 아무래도 좋을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않았나보다. 애초에 지금은 그것이 고마웠지만.
좀 있으니, 스승의 이름이 프린트 된 스코어가 나왔다. 일시는 3일전으로, 오후 2시. 역시. 이전 같이 볼링을 쳤을 때, 본명으로 엔트리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승의 G가 많은 스코어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와 그녀의 시선은 다른 한 명의 이름에 집중된다.
그건 동물의 이름이었다.
그대로 ‘토끼’라고 하는 이름이 스승의 옆에 나란히 적혀있었다.
게임 센터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없어지지 않는다.
스티커 사진, 유행하는 잡화점, 독특한 찻집.
완전히 데이트 코스 아닌가.
그리고 동물의 이름으로 엔트리하다니, 젊은 여성과 같이 했음이 틀림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지만, 그 표정에서 마음속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승보다 G가 많은 ‘우사기’의 스코어를 보며 뭔가 불쾌함같은 것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볼링장을 나왔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다음 페이지를 펼치지 않는 편이 좋아.
정말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가라고?
러브 호텔로?
그녀를 데리고?
망설이기보다는 화가 났다.
그런 내 혼란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다음은 어디? 가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가는 곳을 말하지 않고 막막한 기분으로 자전거를 달렸다.
호텔 거리에 들어간 시점에서 그녀도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가까운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걷는다.
그녀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이름이 별로 천박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는다. 금세 찾아낸 간판 앞에 서서 나는 바로 옆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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