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스무 살 때

스무 살 때 아침에 정원에 물을 주고있었는데 호스에 다리를 걸려버려서,

근처에 있던 화분을 두는 받침대에 가슴을 강하게 부딪쳤다.

굉장히 아파서 목소리도 안나오고 웅크리고 있었는데 점점 진땀이 나오고, 멍하니 의식이 없어졌는데,

정신이 들어보이 저녁이었고 집안에 들어와 있었다.

집이라고 헀는데 거긴 내 집이 아니었다.

남의 집의 냄새가 났고, 나는 입어 본 적이 없는 실내복을 입고 있었고,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네? 어? 뭣?? 누군가에게 납치된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인형을 가지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와서 "함께 놀자"라고 말하는거였다.

굉장히 놀랐는데, 하지만 일단은 "엄마는?"하고 묻자 "엄마도 함께 놀고 싶어."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집에 사람이 누군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생각하고,

여자아이와 손을 잡고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화장실에서 거울을보고 경악했다.

나는 보통 체형의 여자 모습이었는데, 머리카락이 검고 늘어뜨린 땋은 머리를 하고 있는, 성숙하고 약간 마른 모습이었다.

대단히 오랜동안 거울을 봤다고 생각한다.

달력 보니 물을 주던 날짜로부터 무려 5년이 지나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내 딸이었다.

친정에 전화했는데 "무슨 일이니? 어제 그쪽에 갔을 뿐이잖이"라고 말하길래,

진심으로 겁이나서 수화기를 집어 던졌다.

남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돌아와서 그 날은 외식했는데, 내 태도가 이상한 탓인지 무척 걱정했다.

즉, 의식이 없는 동안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걸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났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