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th] 망가져버린 가족의 수수께끼

내가 중학교 3학년 무렵의 이야기.

부모와 초등학교 저학년 동생까지 4인 가족이었습니다.

그날은 섣달 그믐날로 홍백가합전도 끝나, 좋은 첫꿈을 기원하며 잠들었지만, 내용이 기억하지 않는 악몽에 시달려 한밤중에 일어나 버렸습니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진땀이 전신에서 줄줄 흘러 얼음물을 등에서 부터 끼얹은 것 같았습니다.

몸은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악몽을 꾸다니 최악이네."

목이 말랐기 때문에 냉장고에 가기 위해 거실을 통과하자, 왜인지 나 이외의 온 가족이 모두 얼싸안은 모양으로 TV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은 아마도 새벽 2 시경.

거실의 TV는 틀어져 있었습니다.

볼륨을 꺼 놓아 침묵뿐인 TV를 켜놓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거실의 창문을 모두 열어 둔 채로.

방은 얼어 붙은 것처럼 추웠습니다.

이 이변을 보고 섬뜩한 한기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뭐하고 있는거야? 머리 이상해진거냐고."

공포를 분노로 숨기려고 하는 것처럼,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왠지 울기 시작하고 부모는 무표정으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에 창문을 닫고 텔레비전을 껐습니다.

울고있는 동생에게 "이제 자야지"라고 재촉해서 침실로 데려갔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의미를 알 수 없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서 그 후에는 잠들지 못하고 아침까지 방에서 만화를 읽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어제 그거 뭐였어?"라고 부모에게 물어봤더이 "응, 뭐가?"라는 대답.

어젯밤의 무표정과 지금의 의아한 얼굴의 차이가 대조되어 보였습니다..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 감각에 마치 괴담 이야기라도 듣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 입니다.

이번에도 악몽으로 한밤 중에 깨어나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미묘하게 내용을 기억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내가 뒤통수를 얻어 맞는 일 이었습니다.

일어난 후에도 머리에 가마 주변이 찡~ 하고 아픈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머릿속에 "편의점은 안전"라는 의미 불명의 단어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유령에 시달린다"같은 생각도 머릿속을 뛰어 돌아다닙니다.

일어나 거실로 가보니, 저녁 식사가 불고기이었던 탓인지, 약간 탄 냄새가 났습니다.

한밤 중에 여기에 와서 본 새해의 기괴한 가족이야기가 생각나버렸습니다.

그날은 또 다시 잘 수 없었습니다.

2월이 되어 몸이 이상하게 가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건성피부 일거라고, 신경 쓰지 않았지만, 허리와 머리가 불타는 느낌이 나서 결국엔 벅벅 긁어 버렸습니다. 가려움증이 나날이 나빠져 피부과에 가서 연고를 받았습니다.

목욕할 떄 약을 바르면 동생이 "내가 발라줄게"라고 했습니다.

동생에게 등을 돌렸더니, 동생은 "짜-악-!!"소리가 날 정도로 등 싸대기를 쳤습니다.

"까불지말라고!!"

내가 화 나면 반드시 우는 동생.

지금도 눈에 눈물을 모아 소리는 내지 않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얼굴이 색감을 잃은 것처럼 흑백 영상처럼 되어 어느새 무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뭐야 이거.

기분 나쁘다.

부모 쪽을 보면 부모님도 왜 무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입가를 보고있으니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말을 ...하고 있는건가?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 순간 보이는 경치가 모두 새빨갛게되고, 거기에서 서서히 바래져 세피아색으로 변해 갔습니다.

의식이 멀어진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야?

사촌의 집?

옆에는 심각한 표정의 삼촌이 나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사태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는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꿈이었던걸까?

또다시 공황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억이 없다면 이대로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자 삼촌은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도 괜찮을겁니다. 아직 범인도 잡혀 있지 않고 어차피 조만간 경찰도 조사하러 올 테고."

그리고 삼촌에게 이번 일을 듣게되었다.

우리집은 1월 1일에 방화로 모두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그 때 나는 우연히 편의점에 갔기 때문에 살아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범인의 얼굴을 보았다든가 해서 뒤통수와 전신을 둔기같은 물건으로 난타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식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실려간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다가 어느 정도 회복하여 삼촌의 집에 맡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벌써 3월이 되어 있었습니다.

2개월 동안 기억을 잃고 재활을 계속하여 겨우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는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보고 있던 수수께끼의 꿈이 퍼즐처럼 연결되어갔습니다.

등의 붕대를 풀었을 때 알았습니다만, 아직 푸른 멍이 남아있는 등에는 동생의 손바닥 모양만 선명히 남아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