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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5th] 녹지않는 눈사람

레무이 2017. 1. 29. 21:11

아직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 어떤 눈이 많이 오는 지방에 사는 젊은부부의 사이에 1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소년은 무럭무럭 성장하여, 가난하지만 집안에는 언제나 따스한 분위기가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이 5살이 되기 전의 겨울, 비극이 발생합니다.


눈보라에 며칠 동안 밖에서 놀 수없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소년은 부모가 한 눈을 판 틈에 밖으로 놀러나가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미친 듯이 며칠 동안 눈보라 속에서 아이의 이름을 외치고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외침에 대답하는 것은, 야박하게도 소년을 삼킨 눈보라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그 부부의 집에서 건강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남자아기가 태어난 것입니다.



아기의 얼굴을 보고 부모는 놀랐습니다.


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사라진 소년와 쏙 빼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그 아이의 환생 임이 틀림 없어."



그렇게 생각한 부모는 아기에게 형과 같은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쏟으며 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이도 5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집은 여전히 가난하여, 시치고산 참배에 입힐 옷을 도저히 살 수 없었습니다.


(시치고산(七五三) : 3세가 된 남아와 여자, 5세가 된 남아, 7세가 된 여아에게 11월 15일에 축하를 하고, 신사에 참배하는 날)



"불쌍하게도... 미안하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엄마는 정처없이 옷장을 뒤지며 있을리가 없는, 참배 옷의 환상을 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안쪽에서 소년의 참배 옷이 나왔습니다.



"어째서 집에 이런 것이...."


"어쨌든, 이제 시치고산의 축하를 해줄 수 있어! 분명 이것은 신님의 선물이야."



부부는 손을 맞잡고 기뻐하며, 당장 시치고산의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사실 그 옷은 그 날 사라진 소년을 위해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든 마련하여 사놓은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외형도 이름도 같은 아들을 키우다가 돌아가신 오빠와 동생을 동화시켜버려, 어느새 기억조차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부는 몰랐습니다.


이 집의 뒷산, 남모르는 장소에는 아이 정도의 키에 여름이 되어도 녹지 않는 이상한 눈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 눈사람은 집 안에서 즐거워하는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이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그 눈 앞의 언저리가 조금씩 녹아 내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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