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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7th] 침입자

레무이 2017. 1. 11. 20:04

얼마 전, 동거하던 애인이 술자리 때문에 늦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자지 않고 기다린 적이 있어.


그러나 자정이 지난 새벽 2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휴대폰은 아무래도 배터리가 나간 모양.


막차까지는 돌아온다고 하더니...! 열 받아서 먼저 자기로 했다.


이불에서 눈을 감고는,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잠들 것 같다'는 느낌이 올 즈음에 현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이제야 돌아온거야!'하는 생각에 열도 받고 해서 그대로 자는 척을 하기로 마음먹었지.



불도 켜지 않은 채 부스럭부스럭 하는 옷 스치는 소리가 나는거야.


불쾌하게도 거친 호흡으로부터 알코올과 담배 냄새가 풍겨나오길래, 난 완전 짜증났지.


그는 취해서 돌아오면 항상 들이대는데, 오늘은 절대 안 하겠다고 다음하고 있었거든.


끼익, 소리와 침대의 발밑의 주변이 가라앉으면서 그가 침대로 올라온다고 하는 낌새가 느껴졌어.


그리고 그가 내 위로 엎드린 비슷한 모양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눈치 챈거야.




(이 사람 대체 누구야?)




내 남자 친구는 앙가ー루즈(일본 개그맨 콤비)들처럼 비쩍 말랐는데


그 때 나에게 닿은 손과 피부는 서늘한 느낌의 부드러운 비곗살의 감촉이었던거지.


조심조심 눈을 떠보니, 본적도 없는 40전후의 살찐 남자가 입에 가위(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것)를 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알몸으로.




(아----!!)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말이 안나왔어.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쳐서 어떻게든 침대에서 굴렀고, 12월의 추위 속에, 실내복 그대로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갔어.


그리고 아파트 현관 근처에서 돌아온 남자 친구(이번에는 진짜)를 만났지.


패닉 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안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어.





둘이서 방에 돌아오니 거기에는 더이상 아무도 없었어.


마루 바닥은 물에 적셔져있고 부엌 그릇에는 불그스름한 무언가가 묻어 있었어.


그 후에는 얼마간 호텔에서 생활한 다음에 조금 떨어진 아파트로 이사했지.



그렇다 쳐도 그 남자가 어디에서 열쇠를 손에 넣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부드럽게 열었기 때문에 열쇠를 따거나 다른 방법을 사용한건 아니라고 보여)


여분의 키도 만들지 않았고, 남친과 내것 이외에 다른 열쇠는 없거든.


신축 아파트라서 우리보다 전에 살던 사람도 없는거고...



지금의 아파트는 집주인에게 말해서 4개월에 한번 정도 새로운 도어락을 달고 있어.


뭐, 그 일 때문에 남친이 집에 빨리 돌아오게 되었으니 좋은 영향도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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