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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인 남동생이 있는데, 동생이 아직 3살 정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나와 동생과 할머니의 네 명이 단독 주택에 살았다.


하지만,


2주기를 맞이할때 쯤 부터 동생이 "집안에 엄마가 있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언제 보이냐고 물어봤는데, 한밤 중에 잠에서 깨면 머리맡에 서 있거나, 혼자 있을 때에 놀아주기도 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 무렵 나는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믿지 않았는데,


'동생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켜주고 있는구나'라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기뻐했다.


그런 느낌으로 상당히 자주 엄마가 있다고 동생이 말해왔던 것이었는데,


가끔 저녁식사 중에 엄마가 있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혼자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말하거나 하고,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섬뜩한 분위기를 느낄 때도 있었다.


몇 개월쯤 지났을까, 집에 돌아왔는데 동생이 울고있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엄마 때렸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주방의 난로 근처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혼난 것 같지만,


어머니는 살아 생전에도 절대로 자식에게 매를 들었던 적이 없었고,


나에게는 화 내신적은 있었지만 매 맞아 본 추억이 없었기 때문에 왠지 조금 부러웠다.




목욕은 내가 동생과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날도 저녁이 끝나고 나서 함께 목욕하러 들어갔다.


동생은 어쩐지 잘 모르는 형태의 물대포 놀이를 하다가 얌전히 있더니 갑자기, "엄마 지금 들어온대."라고 말했다.


상당히 놀라서, "여기에?" 라고 묻자 "언니를 만나고 싶대."라는 이야기를 했다.


조금 섬뜩해져서 이제 나갈까 하는 도중에 "왔어"라고 동생이 말했다.


하지만 동생은 어째서인지 천장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도 덩달아서 천장 쪽을 올려다 보니 그쪽 방향에는 망으로 된 환기구가 있었다.


그곳을 본 순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도 어깨 위에서 흠뻑 식은 땀이 났다.


'콩콩'하는 환기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동생이 대답을 하려는 낌새가 있어서 무심코 동생의 입을 막았다.


동생은 조금 저항하긴 했지만 조용히 해 주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니 환풍기에서 "엄마야"라고 들려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엄마라고 잘 생각되지 않는 낮은 톤의 목소리였는데... 왠지 조금 익살스러운 이상한 느낌도 있고, 이건 절대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심코 아버지를 큰 소리로 불렀는데 쿵쾅쿵쾅 발소리가 나더니 아버지가 바로 왔다.



다시 한번 불렀더니 아버지가 목욕탕의 문을 열고 무슨일이냐고 말하시는데,


그러는 동시에, "엄마야"라고 환풍기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걸 들은 아버지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동생은 이상해진 분위기에 비로소 울상이 되어버렸지만,


아버지가 동생을 끌어 안으면서 "너는 ○○가 아니다"라고 어머니의 이름을 말했다.


환풍기에서 이번에는 "○○야"라고 아까와 똑같은 톤의 목소리가 되돌아왔고, 아버지는 "아니야"라고 반박하고,


몇 번인가 그것을 되풀이 하고 있었더니 목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동생은 엄마가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평범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욕실에서 말을 걸어올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목욕때의 일이 있어서 바로 영능력자 쪽에 상담 해야하나 싶은 말도 있었지만,


그런 방면에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으니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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