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th] 가출했던 이야기

나 자신도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 내가 초등학교 2학년 여름의 이야기이다.

동생과 형제사이에 싸웠는데 부모님은 이유도 듣지 않고 "네가 형이니까"라며 나만 나무랐다.

무릎꿇고 앉은 나에게 부모의 뒤쪽에서 이쪽을 보고 '메~롱~'하는 동생.

그날 밤, 나는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심야가출을 해버렸다.

특별히 갈 곳도 없고 심야의 주택가를 어슬렁대고 있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도 드물고 겁이나기에 다시 집에 돌아와서는 창고에 숨었다.

그리고 창고에 있던 너덜너덜 한 담요를 머리에 쓰고, 분해서 엉엉 울었다.

"내 부모님은 진짜 부모가 아닐거야. 난 미움받고있어 "

목소리를 죽여 울고 있었는데, 문득 아버지쪽의 할아버니와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의 북부, 집에서 자동차로 편도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속에 사는 조부모.

놀러 가면 매우 귀여워 해 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면 나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라고 한다면, 당연히 아버지쪽의 조부모도 남이라고 생각해야하지만, 어렸을 적의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그날 밤, 시골의 할아버니 할머니와 강이나 산에서 함께 즐겁게 놀았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문득 눈을 떠 보니 먼지가 뿌옇게 담요를 덮고있었기에 걷어냈다.

? ? ? 거기는 낯선 헛간 같은 곳이었다.

이제 아침이 밝아오는 듯, 높은 창문에서 비춰오는 아침의 하얀 햇살과 어떤 정신나간 닭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집 창고에서 자고있는 사이에 부모님이 발견하여 그대로 어딘가에 버려진거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슬픔을 견딜 수 없는 나는 큰 소리로 허엉~헝~ 하고 울었다.

그런데 갑자기 철커덕 소리와 함께 헛간의 문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그쪽을 바라보니 무려 시골의 할아버지가 서있었다.

"아아~~!?"

놀라운걸 발견한 듯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에게 달라붙어 또 울어 버렸다. 거기부터는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부모의 집 툇마루에 붙어있는 다다미 방에서 자고 있었다.

툇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에 멍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안방에 가니 부모님이 나와있고, 어째서인지 부모님은 조부모에 고개를 조아리고 사죄하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부모님은 "잘못했어!"라고 울면서 나를 껴안았고, 나도 왠지 울어 버렸다.

어른들은 불합리하게 꾸중받은 내가 혼자 시골까지 와서 조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부모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네가 온걸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구나. 저런 곳에서 잤다니."

라고 나에게 사과했다.

그 뒤로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거니?" 라고 조부모와 부모님이 나에게 물었지만,

나도 모르기 때문에 "몰라요"라고 대답했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심야 열차도 없고, 돈도 없이 어떻겐가 하룻 밤만에 워프 해버렸던 나.

아직도 그게 어떻게 일어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