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th] 404호실

"404호실을 빌리고 싶은데···."

 

그 이상한 놈은 말했다.

 

이상한 주문을 하는 놈은 자주 있지만, 이 녀석은 그 중에서도 주문도 외모도 특이했다.

 

얼굴은 거무스름하고, 몸은 호리호리했다. 목소리는 억지로 짜낸 것 같은 쉰 목소리였다.

 

더구나 이렇게 더운데도 전신을 새까만 코트를 두르고있다니.

 

"몇번이나 설명드린대로라고요. 이 빌딩에는 404호실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수가 나쁘다며 여기 오너가 말한다고요. 여길 보세요."

 

하면서 나는 스케치를 보여줬다.

 

"403호실과 405호실 사이에 방은 없습니다."

 

이 걸 몇번이나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고있다··· 404호실이 없는 것은 알고있다. 그렇지만 빌려달라는거다."

 

이 녀석은 바보인가? 아니면 어딘가의 야쿠자가 시비걸려고 온건지? 농담이 아니라고.

 

이쪽은 지금까지 정직하게 일해왔다.

 

"여러 번 설명한 대로입니다. 없는건 없는거라서 빌려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알고있다. 대금은 지불한다. 당신은 404호실을 빌려준다고 증명하는 서류를 만들어서 나와 계약 해 주면 그것으로 좋다. 방은 없어도 된다."

 

이 녀석은 미친 놈이다. 틀림 없다. 나는 그만 분통이 터져서 거친 말을 뱉어버렸다.

 

"야, 너 적당히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거야. 놀리는거라면 빨리 나가버리라고."

소란스러워진 것을 눈치채고는 소장이 사무실 안쪽에서 느릿느릿 나왔다.

 

버럭 화를 냈던 나는 소장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열심히 설명했다. 나에게서 모든 경위를 들은 소장은,

 

"고객님,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 묘한 손님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 미안하지만 당신은 자리를 비워 주지 않겠나?"

 

글쎄, 소장이 내키는대로 해보라지. 좋아하는가. 어차피 곤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없는 방을 빌리려고 하다니, 바보 같은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사무실 안쪽에서 소장이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려고, 귀를 곤두 세우고 있었다.

 

"이야, 우리쪽 사람이 실례했습니다···."

 

라며 소장이 사과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결국은 속삭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언제까지 할건지 30분 가량 기다리고 있었을까··· 꾸벅꾸벅할 무렵에,

"어이, 자네. 이야기가 끝났다네."

 

소장이 말을 걸어왔다.

 

"이 고객에게 404호실을 대여한다."

 

바보였어 소장? 이 여름의 더위에 정신이 나간건가.

 

"하지만 소장. 없는 것을 어떻게···"

 

"언제나 같다. 서류를 만들고 절차를 취한다. 서로 404호실에 대해서는 납득 된 거야. 아무 문제 없어!!"

 

문제 있다.

 

"오너에게는 뭐라고 합니까."

 

"아까, 확인을 받았다. 임대료만 지불해 준다면 세세한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어."

 

엉망이다.

 

"관공서에는 어떻게···"

 

"없는 방이니까 보고 할 필요는 없어. 가만히 있어도 된다."

 

그러고도 소장이냐!?

 

"문제는 모두 정리 된 모양이군···· 그럼 서류를 만들어달라. 돈은 여기에 있다."

 

검은색 일색의 남자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하며, 수중의 가방을 열어 돈뭉치를 꺼냈다.

 

"네. 즉시 만들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ー. 이봐 자네 빨리 하라고!"

 

비위를 맞추는 소장이 시켰기에, 나는 마지 못해서 이 바보 같은 이야기에 관련자가 되었다.

서류를 만들어 그 놈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그 놈은 손까지 새까맣다. 묘한 필체여서 읽기 어렵지만 이름은 Nyaru· hotep 라고 적은 것 같다.

절차가 완료 되자,

 

"그럼 실례했구나. 앞으로 이사 준비가 있으니까 이만 실례하지···"

 

그 녀석은 사무실에서 나갔다.

"소장, 이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범죄에 말려 들면 어쩌려는 거예요."

 

"이상해도 이상하지 않아도 되는거야. 돈을 지불 해주는 거니까, 딱히 괜찮은 이야기잖나. 없는 방을 빌리다니 뭔지 모르겠지만, 뭐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어도 괜찮은 일이야."

 

"하지만 이사라든가 말했어요. 어딘가의 방에 억지로 들어가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쫓아낼 뿐이야. 빌려준 것은 어디까지나 404호실이다. 404호실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일주일 후.

퇴실하는 사람이 생겨서, 임대에 관련한 명도와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빌딩에 방문했다.

일주일 전의 일이 떠올라서 4층의 상황을 보자고 생각하여, 엘리베이터로 4층까지 올라갔다.

···거기에는 404호실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 그놈이 어떤 방을 억지로 점령하고는, 방의 플레이트를 바꿔 달았나보다.

 

소장 놈···! 역시 귀찮은 일이 생겼잖아.

벨을 누르자 시커먼 놈이 안에서 나왔다.

 

"아, 그 떄의 사람인가··· 뭔가 용무라도 있는가?"

 

"어이, 너 뭐하는거야. 빌리는 계약은 404호실을 말하는거라고."

 

"보다시피. 404호실인데.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라며, 시치미를 딱 잡아뗀다.

 

"까불지 마. 그런 짓을 하면 경찰의 신세를 지게될거다. 빨리 짐을 싸서 나가도록 해."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잘 확인 해 봐라."

 

나는 4층의 객실 수를 세었다. 평면도는 401에서 405까지이다. 그 중 404호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4개의 방이 있는 셈이다.

방이 4개니까 문이 4개. 간단한 계산이다.

 

그러나 문은 어쩐 일인지 5개가 있었다.

 

"그렇게 된 일이니까, 잘 알아두길 바란다···"

 

놈이 쾅 하고 문을 닫았지민, 난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포자기가 되어 다른 모든 방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401호실의 거주자

"에, 404호실은 없었지 않냐고? 음- 그러고 보니 그랬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있다는건 처음부터 있었다는거 아냐?"

 

402호실의 거주자

"404호실 말입니까? 확실히 처음에는 없었어요. 어느새 생겨있고, 사람이 살고있네요. 좀 이상하지만 글쎄, 특별히 제게 피해가 되는 일도 아니고···."

 

403호실의 거주자

"이웃? 이사올 때 인사했는데,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이었어."

 

405호실의 거주자

"옆집말이예요? 올 블랙 룩이 멋졌네요. 배우 인가?"

 

그렇다는 반응이다.

다른 층에 가보면 모두 문은 4개다.

4층 만 5개가 있다는건, 404호실만큼 어딘가에서 공간이 솟아나기라도 헀다는건가?

관리인에게도 물어보자.

관리인

"404호실로 이사왔다고 말해 왔을 때는 뭔가 잘못된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과 함께 4층에 가보니 정말 있었던거야. 깜짝놀랐지만, 세상에는 여러 일이 있는거니까. 서류도 제대로 되어 있고, 오너도 알고있는 일이라고 해서 아무 문제는 없을거야."

 

"뭔가 달라진 것은 없습니까?"

 

"방문객이 많은 사람 같아. 묘하게 밋밋한 얼굴의 사람이 많더라고. 저번에 뭐하는 분이냐고 물어봤었는데 상담소 따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고."

 

이웃 놈들하고 관리인이 더 이상한 놈들이었다. 도시 사람들이란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건 정말인가보다.

다시 4층으로 가서, 녀석의 방 벨을 다시금 울렸다.

 

"또 자네인가··· 적당히 해줬으면 하는데."

 

"조금, 방 안을 보고싶은데."

 

"거절한다··· 나는 돈을 주고 이 방을 빌린거다. 당신 마음대로 들어갈 권리가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못참겠다.

억지로 안을 확인하려고 놈을 밀치며 방에 들어가려고했다.

그 때 쿵 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막히는 느낌이 있었다.

 

뭐야 이건.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방탄 유리라도 있는 것 같다.

 

"방에 용무 없이 들어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관리 회사의 일로 온거야."

 

"그렇다고해서 무단으로 출입할 권리는 없다···."

 

빌어먹을. 역시 맞는 말이다. 놈과 말씨름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이쪽 이쪽이네. 에- 404호실? 아, 안녕하세요. 주문하신 물건 배달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이 방이다. 안에 들여놔달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업자는 내가 튕겨진 공간을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하여 방에 들어갔다.

 

"어이, 왜 저 녀석은 들어가는거야."

 

"그는 짐을 전달하는 것이 일이다. 따라서 방에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 대충 갈피가 잡힌다. 어떻게든 나도 들어갈 용무를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떠오르는게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는다.

 

지금은 물러서겠지만, 절대로 방안은 보고말겠다.

어떤 마술인지 모르겠지만 단서는 절대로 있을거다. 그 속임수를 폭로해 주겠다.

그 후로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든 놈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여러가지 쥐어짜내봤지만 아무래도 용무가 생각 나지 않는다.

 

"너 최근 좀 고민하고 있는거 아닌가. 어쩐 일이야."

소장이 넌지시 물어왔다.

 

"아, 실은"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 이야기했다.

 

"흠, 너 그건 안되겠는데. 고객 프라이버시를 파고드는 일은 하면 안되는거잖아."

 

"하지만 놈은 살고있잖습니까. .404호실에."

 

"확실히 신기한 일이지만, 임대료는 제대로 지불하고 있어. 관리 회사 입장에서 뭘 더 바라는거냐."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째서···"

 

"돈 내주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끝나지 않는다.

 

"고객에게 폐를 끼치거나하는 일이 있으면, 네 평가에도 영향이 올거라고. 자, 시시한 것에 흔들리지 말고, 제대로 일하도록."

 

시시해? 쓸모없는 일이라고? 소장도 관리인도 다른 주민도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하지만 결국 내 의문도 풀릴 때가 왔다. 한 달 후의 일이다,

 

"아, 너. 지난번의 404호실 분이 퇴거하신다고 한다. 명도에 입회 해줘."

 

해냈다. 드디어 용무가 생겼다. 이번 일은 절대로 흠 잡을 데 없는 훌륭한 용무다.

 

퇴거 할 때가 되어서라는건 유감이지만, 반드시 파헤쳐 준다.

 

"부탁인데 무례한 일은 하지 마."

404호실의 벨을 울렸다.

 

"이야, 들어가게 해달라고."

 

문을 열자마자 발을 내딛는다. 좋아! 이번에는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방에 들어갔다.

 

이렇게 간단하게 들어오다니, 조금 맥이 빠질 정도다.

 

"빨리 확인을 마쳐주지 않겠나···"

 

검은 옷 일색의 바퀴벌레 따위가 뭔가 말하고 있지만 알게 뭐냐?

나는 마침내 들어온 방안을 차분히 확인했다.

뭔가 이상한 것은 아닌지, 어딘가 이상한 곳은 없는지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러나 대략 한 시간은 둘러봤지만 하나도 묘한 곳은 없었다. 평범한 방이다. 나는 완전히 난감했다.

 

"졌어. 항복이야.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정말 알고 싶은데. 가르쳐주지 않을거야?"

 

"뭘 말이냐···"

 

"이 방 말이야. 어떻게 방 하나가 더 생겨난거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약이니까 방이 생겼다. 계약이 끝남과 함께 방은 사라진다····. 이제 확인은 끝난거겠지. 나는 이제 돌아갈건데, 너는 어떻게 할거냐."

 

모른척 했겠다. 계약은 무슨 얼어죽을 계약이냐.

감쪽같은 절대로 뭔가의 비밀 도구같은 거라도 장치되어있는걸까? 뭔가 무엇이라도 찾아내주마.

 

"아 그래. 확인은 끝났어. 완벽하네."

 

"함께 돌아가지 않을것인가···"

 

이런 기분나쁜 놈과 함께 걷는 건 딱 질색이다.

 

"크크··· 그럼 먼저···."

 

그렇게 말하고 놈은 방을 나갔다.

그럼 놈이 돌아간 후에도 오로지 방안을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

정신이 들자 바깥도 어둑어둑해서 아무래도 이제 저녁이 된 것 같다.

 

"일단 돌아 갈까."

 

나는 문을 열고 돌아 가려고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열쇠를 만지작 거려도 안된다.

 

나쁜 예감이 들어 창문을 열려고 했다. 이것도 열리지 않는다. 베란다에 나갈 수 없다.

문득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그런데 점점 어두워 간다.

 

밖에서 걷는 소리가 난다. 4층의 다른 거주자가 복도를 걷고있는 것 같다.

문을 두드리며

"어이, 열어줘!"

라고 외쳤다.

주민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밖이 어두컴컴하다. 지금은 아직 3시밖에 안되었는데, 왜 어두워지는거야.

 

밖을 내다보니 지금까지의 풍경이 전혀 아니었다.

지금까지 밖으로 보이던 것은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거리였다.

그런데 지금 바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공간이 덩그러니 보일 뿐이다.

그리고 반년이 흘렀다.

 

놈의 말이 생각 난다.

 

"계약이 끝남과 함께 방은 사라진다····."

 

어쩌면, 방은 사라지고 싶지 않은게 아닐까?

계약 끝났다는 건, 즉 내가 현황 확인을 하고 이 방을 나간 뒤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안에 있는 한··· 이 방은 존재한다는···.

방은 나는 죽게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방 냉장고에는 항상 음식이 가득이었다.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물도 나오고, 전기도 들어온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

나는 평생 이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