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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62th] 할아버지 댁

레무이 2017. 3. 13. 23:58

꼬맹이 시절의 경험담을 하나 써본다.


유치원 다닐 쯤 있었던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할아버지 댁이 상당히 가까워서 자주 왕래했는데,


할아버지 댁은 관동지방이었고,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어중간한 곳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놀거리도 없어서 지루했고, 그래서 항상 바깥에 놀러 다녔다.



그 날도 지루해서 밖으로 가려고 현관 문을 열자 어쩐 일인지 밤이었다.


깜짝 놀라 현관 앞에있는 철책 (할아버지 댁은 아파트)에서 나와 보니 완전히 풍경이 달랐다.


배관이 많이 깔려있는 공장 같은 곳이었다.


여러가지 기계의 굉장한 소음이 들렸기 때문에, 공장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일까?



겁이나서 할아버지 댁에 돌아 가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니, 현관 문이 수백년은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녹이 슬어 있었고, 손잡이도 돌아가지 않았다.


초조해서 반쯤 울며 문을 걷어차고 때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저 앉아 엉엉 울고있으니 갑자기 손잡이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문의 안쪽에서 할머니가 나왔고, 할머니도 울면서 나를 안아주셨다.


문앞에서 엉엉 울고 있으니,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삼촌과 숙모와 경찰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오후에 나간 채로 돌아오지 않아서 경찰에 연락했고, 친척 일동이 찾으러 다니고 있었던 것 같았다.


덧붙여서, 내가 돌아온 것은 새벽 1시.



전력으로 설명을 했지만 물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엄마에게 죽도록 혼나서 또 울었다.


아직도 수수께끼인 사건이다.



설날에 친척들이 모여서 옛날 이야기를 하면 꼭 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아는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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