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th] 죽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은 일이지만, 고등학교 때 죽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날, 드디어 결심해서 열차에 뛰어 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널목의 차단기 옆에서 열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열차는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죽을 만한 곳을 찾아서 거리를 걷고 있으면, 가전제품 가게의 텔레비전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전철이 오지 않은 이유는, 차량 고장 때문에 그 앞의 역에서 멈춰 있었다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찾은 장소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는데, 13층의 아파트로 갔다.

10층의 층계참 근처에서 이 정도면 끝낼 수 있을까 하는걸 확인하고 있는데,

옆 계단의 위층 (어쩌면 옥상 이었는지도)에서 사람이 뛰어 내렸다.

가지고 있었던 휴대폰으로 어떻게해서든 구급과 경찰에 연락했다.

목격자였기 때문에 경찰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받다보니, 뛰어내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귀가하여 마지막 수단으로, 비닐 끈으로 목을 매 보았다.

끈이 끊어졌다.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반대로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한다고 그 때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날은 내가 2살 때 돌아가신 증조 할아버지의 기일이었다고 한다.

나는, 증조 할아버지가 멈추어 준 것이라고 생각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