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222th] 회화

레무이 2017. 4. 12. 15:00

우리집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내외분은 부부 모두 그림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는데,


외조부모님 집에 놀러갈 때에는 자주 구경시켜주셨다.


(무명 작가의 물건 뿐이라 비싼 물건은 없다며 웃으셨지만)


그 중에 긴 금발 여성의 초상화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부드럽게 미소 짓는 미인의 초상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 날 외할아버지께 그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하셨다.


아무래도 나 이외에는 "무표정에 차가운 느낌을 주는 미인의 초상화"로 인식하고 있던 모양이다.


신기하게 생각했던 할아버지가 전 주인에게 확인 해보셨다고 하는데,


특별히 전해지는 이야기는 없는 극히 평범한 회화라는 대답 밖에 돌아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는 내가 좀 보는 시각이 이상했나보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얼마 전, 외조부모께서 몇 점의 그림을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양도하려 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가지러 오라는 취지가 적힌 편지와 몇 가지 그림의 사진이 도착했다.


그 중에 예의 초상화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옛날과는 달리 "차가운 표정의 미인"이라는, 다른 사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 역시 어린아이 특유의 착각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그 초상화를 양도받기로 했다.


그리고 외조부모에게 연락하여 가지러 갔을 때 약간 등골에 차가운 느낌이 흘렀다.




사진으로 봤을 때와 달리 역시 그 초상화는 "부드럽게 미소 짓는 미인의 초상화"였기 때문.




인형에 혼이 깃든다는 것은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회화에도 역시 영혼이 깃드는 걸까?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4th] 맨홀의 남자  (0) 2017.04.12
[223th] 이 앞으로  (0) 2017.04.12
[221th] 가족 스키 여행  (0) 2017.04.12
[220th] 황혼의 해골  (0) 2017.04.11
[219th] 머리를 감다가  (0) 2017.04.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