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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24th] 맨홀의 남자

레무이 2017. 4. 12. 15:52

옛날 경비 업체 야근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


대부분 국도 도로 공사 현장이라서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시끄러운 소리 속에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가끔 있는 골목길의 일이 돌아왔다.



그 좁은 골목길은 임시 수도 공사 관계로 차량이 통행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밤에는 거의 자동차가 없어지는 그 길이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시끄러운 국도변의 근무보다 조용한 길에서 멍하니 망상하면서 천천히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선배도 오늘은 없었기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날은 공사중의 장소에 차량이 들어오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을 뿐인 쉬운 일이었다.


주택가라서 한쪽 방향의 통행만 많은 구간이었기 때문에, 나 혼자서 현장에 서있다가 새벽 근무자가 오면 교대하여 퇴근하는 패턴이었다.



나는 우선 가까운 화장실과 자판기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반짝 반짝 빛나는 붉은 막대기를 가지고 좁은 교차로의 모퉁이에 섰다.


여기라면 사방을 볼 수 있다. 어느 방향에서 차가 오더라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계속 여기 있자. 그렇게 생각했다.


시작한지 한 시간 동안에 두 대 정도 차가 지나갔다. 하지만 작업중인 길에 진입할 기미는 없었다.


술 마신 뒤의 새벽에 샐러리맨이 막차로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고난 뒤에는, 사람도 차도 전혀 지나갈 기미가 사라졌다.


주위의 집도 시간이 지남과 함께 한 채, 또 한 채씩 불빛이 꺼져 갔다.



"이거, 들개조차 돌아다니지 않는구나. 땡땡이 마음껏 쳐도 되겠잖아."



와 같은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소리가 들렸다.




공사 중인 방향을 바라보자, 철탑에 둘러싸인 맨홀 근처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자세히 보면 뚜껑이 열린 맨홀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순간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오전 두시 반···


이상하군. 이런 시간에 작업 원이 있을 리 없다···.



나는 주정뱅이가 끼어들어왔거나, 밤새 놀던 젊은이들이 장난이라도 치는 상황을 생각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천천히 다가가 보니, 모습이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맨홀의 남자는 몸을 절반가량 구멍 속에 넣고 있는 상태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구멍 속을 바라보며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고는 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뚫어져라 계속 맨홀 속을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몸을 지탱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모양이었기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내 붉게 빛나는 막대기가 일정한 리듬으로 사람의 얼굴 표정을 비추고있는데, 내가 접근하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그저 똑바로 맨홀 속을 응시 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둠에 떠오르는 검은 남자의 실루엣과, 같은 간격으로 검붉게 떠오르는 남자의 얼굴이 나의 뇌에 새겨져서, 공포로 변해 갔다.






"뭐야··· 이 녀석···"






그때 남자가 천천히 내쪽을 향하여 목을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눈의 초점이 서로 맞지 않는다.


얼굴은 일그러져서 웃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분명한 증오심을 느낀 나는, 순간 멈칫하고는 이대로 여기에 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때 길에서 차가 들어와서 헤드 라이트의 불빛으로 일순간 주변이 비춰졌다.


차가 지나간 뒤, 나는 곧바로 남자가 있던 곳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뚜껑이 열린 맨홀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을 뿐, 남자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사람이 아니었던 건가···?






밤이 새도록 나는 교차로에 서서 맨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남자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고, 돌아갈 때에 새벽 근무자 녀석과 함께 맨홀 속을 확인했지만, 하수 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맨홀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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