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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25th] 열어

레무이 2017. 4. 13. 13:03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망한 대학에 훌륭하게 합격, 4월부터 새로운 학교 생활을 위해 시골에서 상경해 자취를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까지 전철로 20분 정도에 다닐 수 있는 원룸 · 욕실 구조의 조금 오래된 아파트를 빌렸습니다.



오래되었다고는 해도 더러운 이미지라기보다 오히려 리폼 한 것처럼 외관은 깨끗했습니다. 그래도 준공 10년 이상 지났다고 합니다.



이사도 끝나고, 새로운 집에 익숙해진 무렵, 입학식까지는 밤 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이 일과 였습니다.



어느 날 밤 책을 읽고 있는데 꾸벅꾸벅 잠이 왔습니다.



도대체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언제 잠들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깨어났습니다.



욕실쪽으로가는 도중에 어두웠기 때문에 벽에 부딪치면서도, 어떻게든 전등을 켜고 볼일을 봤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멍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동안 변기에 앉아 욕실 문을 가만히 바라보고있었습니다.






지금 몇시 일까···






"······ 어···"






응?






"열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가느다란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들렸습니다.



분명히 문 너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열··· 어"






뭐야?



나는 지금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습니다.



누가!? 어째서??



필사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상황!



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모든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문득 떠오른 것은···



아··· 책을 읽으면서 잠들어 버렸는데... 전등이 꺼져있었다···. 끈 기억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열어어어어어-----!!"









아까의 여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 였지만, 뭔가 필사적인 그런 목소리였습니다.



그 순간, 빙글빙글하고 문 손잡이를 비틀어 열려고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목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로 울부 짖으면서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눌렀습니다. 열리면 큰일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다행이다··· 꿈 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순간이었습니다.






무려 방의 전등은 꺼져있었고, 대신에 욕실 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안을 확인하지는 못하고 아침이 되기까지 기다리기로 헀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예전 그 방에 살던 여성이, 튀김을 하다가 실수로 프라이팬을 뒤집어 버려 전신에 기름을 뒤집어 쓰고 불덩이가 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어떻게든 샤워기로 물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늦었다고 합니다.



아파트가 묘하게 깨끗했던 것은 화재로 불탄 자리를 숨기기 위해서 였습니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들은 날, 부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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