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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방에서 민간철도 운전 기사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계절은 늦가을··· 하늘에는 별도 달도 없고, 바람도 없는 어두운 밤의 일이었습니다.


시간은 막차 직전, 이 승무가 끝나면 오늘 근무도 무사히 종료.


하나 하나 작은 역을 순회하는 열차는 산간의 단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무인 역을 지나서 다음 역도 무인 역, 이쯤에서 차장이 운전대에 왔습니다.


다음 역은 개찰구가 앞에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검표를 대비해서 늘 해오는 관습입니다.


후배 차장과 차광막이 내려가있는 어두운 승무원 실에서 가벼운 잡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산간지역을 빠져나와 전원지역, 전조등이 직선 레일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진행 방향의 왼쪽에는 생활 도로가 평범하게 이어져있고, 오른쪽에는 메마른 밭과 논.


듬성 듬성 서 있는 민가의 뒤편, 선로는 완만한 오르막 경사, 이제 1분 뒤면 정차할 것입니다.



문득 진행방향의 오른쪽 비닐 하우스 근처에 이상한 그림자를 깨달았습니다.


비도 내리지 않는데, 머리부터 하얀 비옷 같은 물건을 두른 사람의 형상입니다.


"횡단하지 말아달라고···"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브레이크를 걸며 경적을 울렸습니다.


상대방과의 거리는 60m 정도, 속도는 40㎞ / h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그림자는 기차에 얼굴도 향하지 않은 채, 궤도 안쪽으로 침입하는 것입니다.


"아, 바보같은!"하고 외치면서 핸들은 전제동 위치, 페달은 깊숙하게 밟았습니다.


비상을 걸지 않은 이유는, 경험상 건너는걸 그만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만일에 대비해서 비상을 걸 타이밍을 재면서 전방을 주시.




그런데 그림자는··· 휙- 공중에 뜨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뭔가 착각을··· 비닐이 바람에··· 아니, 바람은 없는데··· 건너 간건가?


이미 속도는 오르막 경사 탓도 있고 최고로 서행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일어서서 주위를 경계하면서 해당 지점을 통과··· 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아무 충격도 없었고, 아무 소음도 없는 채 전진하는 차량.


황급히 핸들을 풀고 제 위치로 되돌리고, 여우에게 홀린 기분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지금건 뭐였던거지··· 기분 탓? 기분 탓···이었나?


그 때, 앞의 창문에 손을 대고 어두운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던 차장이,




"저··· 방금 뭐였습니까? 사라져 버렸는데···"



기분 탓이 아니야, 이 녀석도보고 있었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골이 얼어붙었습니다.



승무원 구역에 돌아와서 알아봐도 이 지점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비슷한 문제와 조우한 것도 우리들 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조금 비슷한 경우라면, 건널목에서 상당히 오래 전에 소년이 깔렸던 기록이라면 있습니다.


그 소년은 저와 동기인 기관사가 H군의 소꿉 친구였다던가···.


그 소년이 맞다면, 나와야 하는 상대를 제멋대로 착각한게 아닌가?


혹시 그의 기일인데 H군이 비번이었기 때문에 대역으로 선정 된 것일까?



지금은 건강이 나빠져서 핸들을 잡는 일을 그만둔, 나의 이상한 체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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