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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28th] 사번충

레무이 2017. 4. 14. 12:09

(사번충: 시반무시, 死番虫)



지난 여름, 집에 갑자기 1~2mm 정도의 붉은 갈색의 벌레 (아마 사번충이라는 놈)이 잔뜩 생겼다.


특히 무슨 일을 저지르는건 아니었지만, 문득 눈치채면 벽과 천장을 기어가거나,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벌레인데 갑자기 대량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원인을 찾아봐도 좀처럼 알 수 없어서 쩔쩔매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가족들이 차례 차례로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어머니 : 칼을 떨어뜨려서 발등을 찔렸다


아버지 : 계단에서 떨어져서 무릎의 반월판과 인대 손상


나 : 자전거에 부딪혀서 함께 넘어져서 골절


동생 :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지발톱이 벗겨져 있어서 시트가 피투성이 (원인 불명)



어쩐지 이것은 뭔가 원인이 있는게 아닐까, 영능력자가 나설 차례라거나? 라든가 진지하게 논의했지만, 그런 연줄이 있을리도 없다.



다시 한번 집안을 뒤지고 벌레와 부상 속출의 원인을 밝힐 수 없다면, 가까운 절에 라도 상담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비교적 경증였던 어머니와 동생이 오른발을 끌고 대 수색.


어머니의 방 옷장 안쪽에서, 바싹 마른 신문지에 싸여있는 인형이 들어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자가 눈에 띄었다.


가족들 누구도 그런 상자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영아 시체 라든지 들어있는건 아니겠지,하고 긴장하고 열어봤다.



거기에서 건조한 식물라면 뭐든지 먹어치우는 벌레들에게,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몸이 오른발을 중심으로 먹혀 비참한 모양이 되어있는,


낡은 비스크 돌 (※ bisque doll : 19 세기에 유럽 부르주아의 부인 · 따님들 사이에서 유행 한 인형)


을 구출하었다. (인형도 무서웠지만 많은 빨간 벌레가 무서웠다···)



아버지는 "절에 맡겨 공양하라!"고 주장했지만,


어머니가 불쌍하다며,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목 아래와 가발과 옷을 장만했다.


지금도 인형은 집 안에 있지만, 그 이후 특히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인형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쩐지 엄마에게는 짐작되는 곳이 있는것 같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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