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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열쇠

레무이 2017. 1. 15. 15:41

내 오컬트길의 스승은 당시 월세로 9000엔 하는 낡아빠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열쇠도 구식이어서, 때에 따라서 잠겼다가 안 잠겼다가 했다고 한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자 낯선 남자가 머리맡에 앉아서

“안녕하세요”

하길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종교 권유를 시작해서,

“안녕히 계세요” 하고 그 사람은 방치한 채로 집을 나왔다는 일화가 있다.


방범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어서, 내가 처음 놀러갔을 때도

당연히 열쇠 같은 건 잠그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둘 다 취할 대로 취해서, 기절한 것처럼 어느 새인가 잠들어 있었다.

밤중에 귀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떠보니, 옆에 자고 있던

스승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도둑이라고 생각해서 순간 패닉했지만, 몸이 경직되어 큰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일단 잠자는 척 하면서, 실눈을 뜨고 그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더니

남자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일어나 현관 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버려. 훔칠 것도 없잖아 이 방’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문을 열었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 한순간 이쪽을 돌아봤는데, 오른쪽 볼에 살갗이 죄어든 흉터 같은 것이 보였다.

남자가 가고 나서 나는 스승을 억지로 깨웠다.

“제발 열쇠 좀 잠가요!” 거의 반울음 상태였다.


하지만 스승은 딴청부리며 말하기를

“아-무서웠다-. 하지만 방금 건 열쇠 잠갔어도 어쩔 수 없었어”

“무슨 소리예요. 바보 아니에요? 그보다, 일어나 있었던 거예요?”

내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퍼붓는데 스승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마지막에 얼굴 봤지”

고개를 끄덕였더니, 스승은 자기 눈을 가리키면서 오싹한 말을 했다.


“안경”


그걸로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나는 눈이 나쁘다. 안경이 없으면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

지금 바로 앞에 있는 스승의 얼굴마저도, 윤곽이 흐릿하다.

“안경 안 쓰고 본 건 처음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것이라고 처음으로 알았다.


결국 그것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던 듯하다.

스승의 집에 몇 번 묵었지만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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