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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국수 이야기

레무이 2017. 1. 15. 15:41

이것은 괴담은 아니지만 이야기해둬야 한다.


내 오컬트길의 스승이, 갑자기 동아리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었다.

스승의 동기인 선배 이야기로는 아예 대학에 오지를 않고 있다고.


걱정이 되어서 나는 스승의 집에 직접 가보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려 있어서 노크하고 들어갔더니

바싹 여윈 스승이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식욕이 없어서 1주일간 국수만 먹었어”

여위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해서

“다른 먹을 건 없는 거예요? 그러다 죽겠어요”

말하고 방을 뒤졌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 타요?”

물어보았지만 답이 없다. 아무것도 대답해주지를 않아서

이젠 나도 몰라, 하고 나는 박정하게 집을 나왔다.

나는 스승을 두려워하고는 있었지만, 그 사람에게는 묘하게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얕보고 있었다. 그 즈음에는 반말도 했었다.


이틀 후에 다시 가보자, 똑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방에서 한발짝도 안 나오고 하루종일 뒹굴뒹굴하고 있다고 한다.

“국수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내가 말했더니 스승은 갑자기 욱 하고 가슴을 누르며 화장실에 뛰어들었다.

등을 쓸어주자 왝왝 토하기 시작했다.

보면서 나는

“흰 국수만 먹어도 토사물은 확실히 노랗게 되는구나” 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한 번 뒤져보아도 역시 아무것도 없다.

국수조차도 이 방에는 없는 것이다.

“뭘 먹고 있었던 거예요 선배”

다그쳐보아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뭔가 씌인 거 아냐 이 사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어쨌든 억지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영양실조로 즉시 입원하게 되었다.

링겔을 맞고는 나았는지 4일 후에는 퇴원했지만

방에 틀어박혀 있었을 때 무엇을 먹고 있었는지, 결국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어째서인지 그때부터 말투가 갑자기 바뀌었다.

“나(俺). 어이 이 자식”에서 얌전한 “나(僕). ~구나. ~한 거야”가 되어, 더 어린애 같아졌다.

그 1학년의 여름, 나는 스승과 오컬트 스포트를 마구 돌아다녔는데,

덕분에 의지할 만한 구석도 없어져 이런저런 위험한 일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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